전화 벨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상황실로부터의 전화였다. 사체는 부패정도가 심해서 성별파악이 겨우 가능한 정도였고 장소는 강변이었다. 머리맡에 나뒹굴던 양말을 다시 주워 신고 옷을 걸치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몇 개의 개똥 무더기들을 피해서 골목을 내려왔다. 무더운 여름날의 새벽공기가 의외로 상쾌했기 때문에 나는 구멍가게 앞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들었다. 그리고 담배 두 대를 연달아 피운 다음 몽롱한 의식으로 차에 올랐다.
강변에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철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사체의 상태가 염려되었다. 부패의 정도가 심하다고 전해 들었기 때문에 선선한 새벽바람이 고마웠다.
다섯 개의 교차로와 열한 개의 신호등과 셔터 문이 내려진 열아홉 개의 룸살롱을 지나서 목적지에 다다랐다. 동료인 돼지와 두 명의 순경 그리고 그들의 뒤에 그 또는 그녀가 누워 있었다. 나는 시신의 머리카락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고 순간 놀랐다. 마치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은 움직여선 안 된다는 듯이. 아주 잠깐 동안 그런 착각에 빠졌었다.
아직 지뢰가 다 제거되지 않은 강 맞은편은 회색으로 보였다.
바람이 멈추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암모니아 알갱이들이 내 코의 점막으로 사정없이 몰려들었다. 쓰레기통 옆에 누워있는 그 또는 그녀의 몸엔 군데군데 구더기들이 붙어 있었는데 주로 눈자위와 콧구멍에 구더기들이 몰려 있었다. 그 또는 그녀는 영양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남성이었으며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주위엔 굳어버린 토사물이 완만한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를 내려다보며 옆을 걷고 있을 때 내 구둣발 밑에서 구더기들이 귤 알갱이들처럼 터져나갔다.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는데 내가 허공으로 팔을 크게 휘저으며 간신히 균형을 잡을 때 돼지가 다가왔다.
나는 잠시 어렸을 때 냉장고 비닐포장지의 공기방울들을 터뜨리며 놀았던 것처럼 구더기들을 밟아댔다. 구두창 밑에서 조그만 단백질 덩어리들이 터져나가는 느낌이 발바닥에 전달되었다.
잠시 후 나는 구둣발을 흙바닥에 비벼댔고 이윽고 조그만 단백질 덩어리들은 흙먼지가 묻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뭉쳐진 채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나는 순경들의 도움을 받아서 몸뚱이를 뒤집어봤다. 그의 몸뚱이는 근육이 완전히 풀려 부드러웠다.
그리고 옆엔 개 한 마리가 같이 죽어 있었으며 그 옆엔 부동액 용기와 빈 사발이 놓여 있었다. 용기엔 절반가량 내용물이 차 있는 채.
개들은 부동액 맛을 좋아한다. 물론 맛의 대가는 죽음이겠지만.
“먹으면 죽는다.” 돼지가 말했다.
개는 주인 없는 떠돌이 개이거나 죽은 자의 친구였을 수도 있다.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자 죽은 자의 머리카락도 다시 바람에 날렸다.
“그 여자하고는 결혼할 생각인가?”
돼지가 물었다. 갑자기 그녀에게 가고 싶어졌다.
꿈에서 깨어났다. 새벽 네 시였다. 거의 10년 전의 꿈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군인에서 경찰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꿈이었다. 아내와는 한창 교제하고 있었을 때였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
그 시절 어쩌다 아내를 만나러 다방에 들를 때는 -아내는 다방에서 일했다.-다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단골 할아버지들이 우리 둘을 축복해줬고 아내는 내가 돌아가기 전, 항상 양파와 배 끓인 물을 한 컵씩 권하곤 했다.
결혼생활도 대체로 행복했다. 그 모든 것을 내가 망쳐버렸다. 한 순간의 분노로 형사에서 수감자 신분이 되었고, 갇혀 있었던 3년 동안 아내를 돌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출소한 지 이틀 째...... 여관에 묵고 있다. 그동안 담배를 엄청나게 피워댔다. 커피는 배불러서 잠이 올 정도로 많이 마셨다.
아직 출소가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다니던 신경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물들을 몽땅 먹고 죽었다고 했다. 연락을 끊고 살던 그녀의 오빠가 화장한 유골을 숲에 뿌렸다고 했다.
‘평소 앓던 우울증의 악화로 자살하다.’
이것이 경찰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녀가 자살했을 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