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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나들이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7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정승모 지음, 최민주 그림 / 보림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애들아, 시장가자'하고 나서면 아이들은 으례히 대형 마트쪽으로 발길을 잡습니다. 어수선하게 북적대는 재래시장보다는, 환한 조명이 번쩍거리고, 카트를 밀며끌며 한껏 멋스러운 분위기의 마트에 이미 익숙해진 아이들은 성화를 부립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싱싱한 채소와 해물류는 재래시장을 고집하는 저에게 그런 아이들의 성화는 여간 고달픈게 아니죠. 아이들을 시장에 데리고 갈량이면 재래시장을 들리는것은 아예 포기를 해야합니다.
마트에서의 편리도 재래시장으로의 발길을 잡는 또다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곱게 진열된 상품들을 골라잡는 여유도 부릴수있고, 꼭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깔끔을 떨수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이것 저것 만지작거리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 더 좋구요.
<아이들>과 <편리>를 핑계삼아 재래시장을 돌아서 오는 경우가 자꾸자꾸 잦아지지만 막상 시장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꼭 뭔가를 빠뜨린것 같아 허전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장바구니에서 빠뜨린건 무엇일까요?
지금도 친정 동네엘 가면 5일장을 볼수 있습니다. 어쩌다 장날이라도 만나게 되면 할일없이 엄마를 재촉하여 시장엘 가죠. 읍내에 들어서는 길목부터 아주머니들의 다라이(?)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장터꾼들의 차량들은 도로를 마비시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정말이지 실감납니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시장구경은 그리 만만치 않아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끼여 휩쓸리며 떠다니다가, 물건이라도 제대로 볼려고 멈추었다간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어른들의 타박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래도, 여기 저기에서 부르고 붙잡는 손길을 채 뿌리치지 못하고 한봉지라도 사게된다면 후하게 얹어주는 덤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시끌벅적, 왁자지껄 정신없는 틈에도
엄마는 아는 얼굴이라도 만날까 두리번 두리번 바쁩니다. 멀리서 비슷한 얼굴이라도 비치면 창피하지도 않은지 '순자야! 옥자야!' 목청껏 큰소리로 부르기부터 합니다. 행여 친구라도 만나면 발길 한적한 시장 모퉁이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죠. 기다리느라 짜증스런 내 눈치도 아랑곳없이, 하하 호호 뭐가 그리 재밌는지 주름이 다 펴지는 듯했으니까요... 넉넉하게 2시간을 잡고 나선 시장길이 3시간, 4시간을 넘기고 돌아오는 길은 이것 저것 한보따리가 된 장바구니 때문에 낑낑거리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마도 나의 장바구니에서 빠뜨린것은 <정>이 아닐까요? 북적거림속에서도 '깍아주세요', '좀 더주세요'하는 애교와 '아이고, 안돼요 안돼'하면서도 슬쩍 얹어주는 정겨운 손길. 그 인정스러움으로 나의 마음도, 나의 시장 바구니도 가득 채워지는 건데...
나만의 추억으로 되새김질하기엔 너무 아까운 엄마와의 시장 나들이! 아이들에게도 나누고 싶던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보림 출판사의 솔거나라 시리즈 <시장 나들이>의 출간은 너무나도 반가웁고 고마운 일이 아닐수없네요.
우리 어른들은 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챙기며 '돈 사야지'했습니다. 정성껏 키운 수탉으로 돈을 사서 새 신발을 갖고 싶은 똘이의 귀여운 모습은 아이들마저 설레이게 합니다. 훨훨 달아나는 수탉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장터풍경은 위로 옆으로 펼칠수 있는 커다란 종이에 꼼꼼하게 그려져 있어 시골장터의 북적거림과 그 흥겨움이 들리는 듯 하네요.
아이들과 함께 보는 <시장 나들이>는 편리함만을 위해 문명을 쫓아가는 우리들에게 옛 생활에 담긴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되돌아 보게하는 좋은 계기가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