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
백경학 외 지음 / 부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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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가 몰랐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관심과 복지가 아직은 한참 멀었구나 싶다. 며칠 전 봤던 뉴스에 나온 노숙인이 된 발달장애인 아들과 쓸쓸히 죽어간 노모의 사연이 속을 쓰리게 했다.

물론 특수교육에 대한 제도는 점점 좋아지고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는 성인 장애인에 대한 평생 교육과 직업 재활은 턱없이 부족하다. 요즘은 특히 탈 시설화 때문에 부담을 가지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결국은 정신병원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선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가 않는다.

지체장애인과 달리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은 그들을 대변하는 가족이 없어지면 갈 곳을 잃게 된다.

이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고충을 언제까지 가정에서만 떠안아야 하는 걸까? 성인 발달장애인의 정규 교육과정이 끝난 뒤 직업재활과 자립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요즘 자조모임에서 만난 선배 엄마들에게 교육과정이 끝난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질문에 다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은 먼 미래이기에 평소 유심히 보진 않았지만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들도 더러 눈에 띄곤 했다. 설거지 비누, 세안비누 등을 만드는 동구밭이나 쿠키를 만드는 Bear Better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여 비장애인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기업들이 25만이나 되는 발달장애인을 모두 고용할 수는 없을 터, 우리 아이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라는 부제가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 속에는 훗날 부모가 없어도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져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우리 아이의 미래가 그려져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푸르메재단에서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일자리 모델로 케어팜 형태의 스마트팜을 구상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한 센터와 어린이병원을 설립한 푸르메재단에서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장애인 고용에서도 소외된 발달장애인들을 포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책은 케어팜과 스마트팜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복지국가들의 케어팜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서 푸르메소셜팜을 만들기 위해 부딪힌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적혀 있다.

케어팜이란 사회적 돌봄을 뜻하는 Care와 농장 Farm을 합성한 것으로 치매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가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와 재활 서비스로 인정해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유형의 복지 시스템이다. 스마트팜은 온실 농업에 IoT, AI 기술을 접목해 작물에 필요한 환경을 컴퓨터로 측정하고 통제하는 자동화 농장을 말한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푸르메소셜팜을 구상하게 된 계기와 부지 확보, 기업유치를 위한 과정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소셜팜의 모델이 나와있고 2,3부는 해외조사를 통한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치유 농업 프로젝트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케어팜 형태로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단계로 일반인들로 한정되어 있다. 장애인 시설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일반인부터 점차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농업과 복지 등 중앙 정부 부처 및 기관, 자치단체, 기업 간의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작업을 단계별로 세분화해야 하고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임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첨단 IT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여 정교한 데이터 설계와 자동 프로그램 구축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적합한 작물을 선택하여 양질의 품목을 대량생산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통해 장애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생명을 가꾸는 과정에서 얻는 치유의 힘과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성을 얻을 수 있다.

제주에서의 여러 농장을 통해 1차, 2차, 3차 산업인 제조업, 문화 관광 산업이 융합된 모델과 컴퓨터와 센서를 통해 제어하는 IT 산업을 결합한 농업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물고기가 자란 물을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물고기 배설물에서 물과 양분을 얻고 작물들은 정화의 작용을 하며 순환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작물과 물고기 양식으로 수입을 낼 수 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친환경적인 미래 산업에 주목할만한 것 같다.

일본의 교마루엔 농장과 부몬 복지회에서는 고령화 사회로 부족해진 일손을 복지와 연계하여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장애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두어 장애인에 맞는 업무와 환경을 구축하였다. 또한 업무를 세분화하고 요구를 파악해 적합한 배치를 하며, 일을 돕는 도구를 사용하였다. 복지 중심의 농업 비지니스 모델은 정부나 지자체의 경제적 지원으로 가능하였다.

국내 상하농원이 벤치마킹한 농업과 가공, 관광 프로그램, 숙박까지 연결되는 6차 산업의 모쿠모쿠 농장도 가장 지향하는 모델이었다. 기업과 직원, 농장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발전하는 농장이다. 오사카부립대학교 식물공장연구센터에서는 토양 없이 농작물을 재배하며 환경 변화에 따른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와 식량부족 문제를 대비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의 케어팜은 개인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갖춰주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다양한 업무를 개발하여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며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국의 케어팜에서는 자연에서 일하면서 자존감을 갖고 도전적 행동이 감소하였으며 이로 인해 그 가족까지도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발달장애인들이 변화가 많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스마트팜의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 속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세계적인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는 1100여 곳의 케어팜이 운영 중이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으며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방 정부에 케어를 신청하면 소견서를 제출하여 치유농장을 배정한다. 이용료도 지방 정부에서 농장에 직접 지불한다. 농장 운영에 부족한 금액은 임대사업이나 시민들의 기부로 충당한다. 자원봉사자를 통한 1대1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은 직무와 프로그램, 지역사회의 생산품 판매, 돈을 버는 노동자가 아닌 서비스 이용객으로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의 케어시설을 갖추고 있다.

베쥬크 애그리포트 농장은 첨단기술을 적용한 유리온실 스마트팜으로 센서로 내외부 환경 데이터를 축적하여 환경을 컴퓨터로 조절하고 비료와 양액, 이산화탄소와 산소까지 조절한다. 다양한 자동화 설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생산량 향상을 위한 기술에서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열발전소,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주변 공단에서 액화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사용하고 생산한 전기가 남으면 판매를 하면서 자원을 재활용한다. 사용하는 물도 재활용 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농약을 줄이기 위해 천적을 이용해 재배한다.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하여 생산성과 가치를 높인다.

푸르메재단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일자리와 돌봄의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재활 치료의 최종 목표인 자립을 돕는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해외조사와 국내 사업장의 사례를 살펴보고 푸르메소셜팜을 구상하게 된다.

발달장애인이 농업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갖고 '돌봄을 받는 객체에서 돌봄을 주는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일률적인 제조업보다는 6차 산업에서는 생산, 포장, 운반, 정리 작업 등 여러 직무 속에서 개인에게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제어된 환경에서 하는 고정된 작업은 발달 장애인에게 적합하다. 이전에 운영하고 있던 서울농원은 다양한 작물과 꽃을 재배하면서 가공, 판매, 체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체육활동도 하고 체험활동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개인의 기부, 기업의 지원,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 덕에 빠르게 국내 최초의 컨소시엄형 표준 사업장 모델인 푸르메여주팜이 탄생하게 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부처와의 조율과 협의가 필요했다. 앞으로도 첨단 스마트팜 건설, 스마트팜과 농업에 대한 조사, 장애 청년을 위한 직무 분석 및 개발, 농작물 및 가공품 판로 개발, 지역사회 상생방안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올해 10월 푸르메여주팜이 착공에 들어갔다고 한다.

푸르메재단이 사회적 농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여주 땅을 기부한 발달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의 에필로그가 참 감동적이었다.

그래도 치료에 매달릴 때는 희망이 있어 행복했다. 막상 특수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갈 곳이 없었다.

장애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뱃속에 자존심을 넣고 살면 안 된다. 언제든 우리 아이를 부탁할 때는 뱃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허리를 굽힌다. 고상하거나 품위라는 사치를 품고 살아서도 안된다. 언제든 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발톱을 세우고 상스럽고 거칠어져야 한다. 장애 자식을 품은 대부분의 부모가 그럴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 선하고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더 좋은 사회, 더 살만한 나라를 만들면서 약자를 돌보는 방법을 배웠다. 경쟁하면서도 배려를 배우고, 치열하게 살면서도 한순간 내게도 닥칠 수 있는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으로 풍요를 넘어 풍성한 삶을 만들어 왔다. 물질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귀한 가치다.

에필로그 중

점점 최첨단 사회로 발전해가는 한국이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를 넘어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원하며 약소하게나마 기부를 해 보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소외되는 발달장애인이 없도록 사회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머물길 바라며 그들을 위한 복지 정책과 사업들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푸르메여주팜이 성공하여 이를 표본 삼아 더 많은 케어팜과 스마트팜의 설립으로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길 바란다.

*위 포스팅은 도서만을 무상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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