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말이 늦어요 - 집에서 직접 하는 엄마표 현실 언어치료
서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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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27개월이 돼가도록 5단어도 못하는 걸 깨달았을 때 부랴부랴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1년을 넘게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의 성장은 무척이나 더뎠으며 또래 아이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갔다. '남자아이는 좀 느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그제서야 충격을 받고 각종 치료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만 그쳤지 나 스스로 아이의 언어를 자극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듯 전문가도 아니고 말수도 적으며 첫아이를 경험한 엄마였던 나도 '대본'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 책은 12년 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말이 느린 자신의 아이를 위해 언어치료를 받지 않고 (반은 자의로 반은 어쩔 수 없이) 엄마표 언어치료를 해서 아이의 언어능력이 발전되는 1년 동안의 경험을 담고 있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다는 것을 알아챌 때쯤 일반 육아서로부터 도움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을 위해 책을 쓸 결심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카시오페아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라 더 마음이 끌렸던 책이다. 카시오페아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거북이인데 시간을 도둑맞고 갈 길 잃은 모모에게 카시오페아가 길을 알려주고 시간을 돌려받게 된다. 우리 아이의 태명이 모모였기 때문에 더 아이의 앞길을 비춰주는 책으로 느껴졌다.

저자의 아이 꿈이는 잘 먹진 않지만 온순하고 혼자 잘 노는 아기였다. 24개월 영유아 검진을 앞두고 자가 체크를 하다가 대부분 점수가 낮은 것을 보고 심각성을 알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이 느려 진료를 추천한다는 말에 엄마표 언어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우선 꿈이는 전문가의 소견으론 언어발달이 늦지만 다른 문제 소견은 없었다. 김수연의 아기 발달 백과에 나오는 다람쥐형 아이였다.

다람쥐형 아이의 특징

- 사람보다는 장난감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더 많다.

- 새로운 사람을 의식하고 긴장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놀이 기구를 탐색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 놀이 선생님이 하는 놀이 지시에 귀를 잘 기울이려고 하지 않으므로 단체 놀이에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 주변을 넓게 살펴보는 순발력과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성이 좋다.

- 눈과 몸의 움직임으로 주변을 탐색하느라고 바빠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 항상 부산하므로 집중력이 없어 보이거나 산만해 보이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이 빠르고 목표 지향적이다.

 

언어치료사 실습생에게 홈 테라피를 받다가 빠른 호전으로 종료되었고, 그 경험과 도서실에서 읽은 언어치료에 대한 책의 지식을 토대로 엄마표 언어치료를 아이에 맞춤형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육아일기 같은 내용 속에 언어 자극을 시킬 수 있는 여러 팁들이 들어있고, 점점 발전해가는 꿈이의 발화를 보면서 내내 흐뭇하게 웃으며 볼 수 있었다.

여러 팁 중에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소개한다.

1. 아이를 불편하게 하여 욕구를 표현하게 하기.

2. 동요 속에 목표 언어를 끼워 넣기.

3. 일주일에 한 번씩 색다른 경험으로 어휘를 늘리고 확장하기.

4.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때는 목표 어휘를 설정하고 옆에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해주기.

5. 어떤 활동이 효과적인지 아이의 언어발달 일기 쓰기.

6. 놀이를 계획할 때 어떤 목표 어휘로 자극 줄지 시뮬레이션 해보기.

7. 월령에 맞는 책이 아닌 발달에 맞는 책 보여주기(일상생활과 관련된 책으로 일반화 시키기).

8. 책 읽기 뿐만 아니라 놀이, 직접 경험으로 확장 시켜 흥미 유발하기.

9. 어떤 말이든 자기가 표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때 내뱉고 인정받고 확장시켜나가다 보면 자발화의 빈도가 높아진다.

10. 구강 운동은 일상생활에 녹여 놀이하듯 하기.

11. 한글 학습은 발음 교정에 도움이 된다.

12. 상상 역할극을 할 때 상황 설정하여 어휘 노출하기.

13. 청소, 설거지, 쌀 씻기, 식탁 차리기, 정리 정돈하기 같은 일상도 함께 하면서 놀이처럼 즐기고 언어자극하기.

14. 벽을 환경미화처럼 꾸며 계절감 익히고 관련 언어 배우기.

15. 인공지능(TV, 스피커) 활용하기.

16. 심부름으로 언어능력 높이기.

17. 아이의 안전 때문에 아이의 언어 환경을 막지 않기.

 

우리 아이는 꿈이처럼 다람쥐형 아이가 아니라(예문의 밑줄 부분이 해당되지 않는다.)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아이의 언어를 자극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계획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몇몇은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놀이를 통해 언어를 가르치는 대화의 예시가 여러 개 있어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엄마의 음성과 크기를 따라 하고, 억양과 음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아기의 질문에 귀찮아하거나 쌀쌀맞은 말투로 되받으면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고 가르쳐주고자 한 것도, 말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성격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220 - 221p.

이 부분을 읽고서는 속이 뜨끔했다. 평소의 내가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고 후회를 했다. 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을까?) 수없이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눈을 부릅 뜨고 굳게 닫은 입으로 아이의 소중한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를 우선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주방 세제가 반이나 없어지고 주방 바닥이 흥건해질 때까지 아이와 함께 설거지를 하며 말하고 들려주었다.

                            

비록 아직 상상놀이보다는 기능적인 놀이까지만 가능하고 사운드북, 유튜브의 활용과 같은 것은 내 아이와 맞지 않아 적용할 수 없겠지만 정말 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여러 언어자극의 비법을 알아낸 기분이다. 단순한 언어 지연 아이에 대한 언어성장에 대한 책이었지만, 여러 문제들과 복합되어 언어성장이 더딘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부쩍 유치원, 치료실에 있는 시간이 줄어든 요즘, 조금 더 고민하고 계획을 세운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24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느리지만 아이는 성장하고, 부모의 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위 포스팅은 도서만을 무상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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