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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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간호사 시절, 내과계 병동에서 입원 환자의 병력 문진을 하면서 과거력과 현재 병력을 적다 보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에 아홉은 자가 약을 드시는데 그 약이 몇 개냐에 따라 그날 업무가 얼마나 바쁜지가 가늠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요즘처럼 약국에 자가 약을 내려보내면 바로 회신을 띄워 주던 시절이 아닌지라 간호사들도 어느 정도 약 모양과 용량에 빠삭해야 했다. 특히 수술이나 시술 전에 먹는 혈전용해제 등을 걸러야 했기 때문에 약에 대해서도 충분한 숙지가 있어야 당일과 내일의 치료 계획을 의사들과 상의할 수 있었다.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해야 했다. 약의 외형을 보고 검색해 알아보던 그때에 이 책을 읽었다면 달달 외우는 것보다 더 쉽고 재밌게 약을 익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병원 두 곳과 일반 약국에서 약사 경험을 하셨던 권예리 약사님이 쓰신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30가지 성분의 약에 대해 효과, 대표 제품, 용법, 복용간격, 24시간 최대용량, 임신 등급, 수유 시 주의사항, 주의점 뿐만 아니라 작용기전, 약이 개발 되어온 역사 등 해당 약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함께 자세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약을 잘 알고 먹기 위해 성분명으로 부르는 습관을 가지라고 한다. 전 세계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광고라든지 약의 포장에 적혀있는 제품명을 외우기 쉽지만 병원에서는 주로 성분명으로 통일하여 부르며 치료한다. 간호사는 아무래도 환자들에게 약봉투에 있는 제품명으고 설명을 자주 해야 해서 성분명보다는 제품명이 더 가깝게 들리긴 하지만 수십 가지의 제품명보다는 성분명을 아는 것이 더 업무에 유용하다.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들은 대부분 해열제 교차 복용을 할 때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덱시부르로펜을 간격을 맞춰 먹이는데 이를 여러 제품명보다 성분명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길고 어려운 제품명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약 모양으로 약명을 찾는 방법, 복용률을 높이기 위해 식후 복약을 지도하는 것, 약의 대사와 배설에 관여하는 간과 신장 장애가 있을 경우 약 복용에 주의해야 하고 임신, 수유 시 등급에 따른 안전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다음은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잘 모르는 부분과 기억해야 할 점에 대해 적었다.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 진통제로서 공통점을 갖지만 이부프로펜은 소염작용까지 한다. 이부프로펜은 프로스타글란딘(통증, 염증, 열 발생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의 체온조절중추에만 작용하여 열과 통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위벽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 감소하여 이부프로펜은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프로게스틴과 에스트로겐은 피임약, 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생긴 질환, 갱년기 호르몬 치료에 쓰이는데 주의할 점은 혈전 생성이다. 특히 35세 이상의 흡연자가 더 높은 비율로 혈전이 발생한다.

임신 진단 테스트기는 hCG 항체를 이용한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로 습기에 민감하다.

프레드니솔론은 스테로이드로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염증을 가라앉힌다. 장기간이나 조금씩 자주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작용에는 골다공증, 당뇨, 녹내장, 백내장, 시야 흐려짐, 고혈압, 위장장애, 구토, 두통, 어지러움, 불면증, 우울, 불안, 여드름, 두드러기, 쿠싱증후군(스테로이드가 체지방을 얼굴과 몸통으로 이동시켜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몸통과 얼굴이 통통해짐)이 있다. 기적의 약이지만 그만큼 불가역적인 부작용들이 많아 복용과 tapering 시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항생제는 복용 시 증상이 없어졌다고 임의로 끊으면 저항성이 생겨 감염이 재발할 수 있다. 항생제로 인한 설사, 변비 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을 때 간격을 두고 복용하여 항생제가 프로바이오틱스를 공격하지 않게 한다.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는 바이러스를 복제할 때 필요한 효소를 억제해 증식을 막는다. 복용할 때는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고 도중에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 약을 먹고 이상행동(최근 청소년들이 복용 후 경련, 환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기도 함.)을 보일 수 있으니 적어도 2일은 보호관찰해야 한다.

카페인은 각성 물질로 종합 감기약, 진통제, 멀미약 등에 보조 성분으로 들어가므로 과다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복합 소화효소제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위에서 소화되기 쉽기 때문에 장용 코팅되어 있으므로 씹어먹지 않도록 한다.

슈도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하여 비충혈을 감소시킨다.

독시라민은 항히스타민제로 수면유도제로 쓰이는데 안정성 때문에 입덧 증상에도 쓰인다.

졸피뎀은 수면제로 복용 기간이 길수록 남용과 의존성의 위험이 커진다. 부작용으로 몽유병이 있다.

실데나필은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생긴 부작용을 이용해 만든 발기부전치료제이다.

변비약인 비사코딜은 자극성 완하제, 도큐세이트는 대변 연화제, 락툴로오스는 삼투성 완하제, 차전자는 팽창성 완하제이다.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 성분의 인공눈물과 다른 점안제 사용 시에는 15분 간격을 두고 점안한다.

헤파린 포함 연고는 흉터 부위에 바른 후 마사지하듯 문질러 준다.

마그네슘은 제산제, 변비약으로 쓰고 근육통, 생리통을 완화한다.

셀레늄은 항산화 효과, 면역강화효과, 암 예방, 비든 치료에 효과가 있다.

진통제는 생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복용해야 효과적이다. 효과가 없다면 1-2일 전에 복용한다.

단일 성분의 진통제(엔세이드, 아세트아미노펜)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간호사로 일할 시절 소화기계 환자와 알러지, 류마티스, 정신과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는 병동에 있어서 책에 나오는 전해질류 약(전해질은 보통 수액에 mix 하여 조절하곤 했다.)을 제외하고는 임상 또는 일상에서 많이 접해본 약들이 많아 읽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약의 기전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스테로이드는 너무나도 중요한(부작용이 많은) 약물이기에 임상 시절에도 많이 다뤘었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그 많은 부작용에도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를 써야 하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다. psycohsis까지 빠지는 환자들을 보니 부작용에 민감해야 하고 절대 임의로 용량을 변경해서는 안 되는 약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파하는 환자들이 많아 병원 자체 내에서 육성하는 통증 간호사 교육 과정을 교수 받았기에 진통제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읽으니 재미있었다.

시클로피록스를 발톱에 바르던 장기 환자가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발라 오던 약이라 일주일에 한번 바른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처음 바를 때는 아주 복잡한 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환자 말고는 쓰는 환자가 없었기에 그 당시 약을 자세히 알아보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손가락 수술을 하느라 3일간 입원하여 진통제와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 이때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기면서 관장까지 하게 된 때가 있었는데 가벼운 변비라도 삶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꼭 프로바이오틱스를 항생제와 시간 간격을 두고 투여하여 부작용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걸 알았다.

꾸준한 신약의 개발과 발전으로 현대인의 질병이 많이 극복되었으나 그만큼 새로운 병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약은 다가가기 쉽고 친숙해졌다. 매우 민감한 사람은 성분이 같아도 제약사 제품마다 효과가 다르다는 사람도 있다. 개개인의 약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므로 처음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알러지반응뿐 아니라 쇼크, TEN(Toxic Epidermal Necrosis, 독성표피괴사)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고, 가벼운 증상에는 너무 약에 의존하지 않고 대증요법을 먼저 사용하며, 처방을 받아 투약할 때는 이 책을 참고하여 부작용에 주의하며 올바른 용법으로 복용을 한다면 누구나 안전하고 똑똑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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