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혼자 살아갈 너에게 - 서툰 오늘과 결별하기 위한 엄마의 지혜
다쓰미 나기사 지음, 김윤정 옮김 / 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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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업, 직장, 결혼 또는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 어떻게든 혼자 자립하게 된다.
나 또한 스무 살에 타 지역의 대학을 다니느라 홀로 자립하며 살게 되었다.
삶의 조력자에서 주체가 된 그때 그 순간 이 책을 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다쓰미 나기사가 아들이 자립할 때쯤 홀로 살아갈 아들에게 삶의 지혜와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 쓰인 글이다. 책이 완성될 때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여 발간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세상에 남겨진 아들에 의해 원고가 발견되어 마지막 유작이 세상의 모든 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었다.

책 표지를 보면 노을이 지는 바다 위로 한 서퍼가 지는 태양을 향해 힘차게 손으로 저어 나아가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홀로 서핑보드에 올라 파도에 맞서며 나아가는 모습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여러 고난에 부딪혀가며 성장하고 자립하는 우리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마치 부모님의 다정한 잔소리를 옮겨 적은 것 같았다.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삶의 작은 지혜들을 우리는 왜 잔소리라고 치부했을까. 하나같이 다 옳고 도움이 되고 필요했던 말들인데 말이다.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 이제는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그 시절 밤마다 엄마와 통화하며 갑작스러운 독립에 모르는 것들을 물어봤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 책에서 자립은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더 잘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평생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잘 살려 할 때 비로소 타인에게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경제관리, 시간관리, 계절에 맞는 생활 패턴 등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다.

잠자리를 어떻게 배치하고 정돈하고 식사를 위해 장을 보고 식기는 어떤 걸 구비하고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세세한 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 글쓴이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 염려가 느껴지기도 하고 아들이 느꼈을 그리움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전해져 오기도 했다.

이미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로서는 대부분 아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알고도 삶의 무게에 지나쳐버린 것들을 다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훗날 나도 아이에게 내가 아는 지혜들을 전해주기 위해 조금씩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릇에 제대로 옮겨 먹는 습관 들이기.

- 식재료는 되도록 필요한 재료를 쓸 만큼 사기.

- 냄새의 대부분은 오염된 의류의 피지, 주방의 찌든 기름때,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다.

- 물걸레로 몸이 닿는 바닥, 문, 손잡이, 벽 닦기

-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 정리하기. 침대 시트나 패드에 공기를 통하게 해주기.

- 작은 청소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청소를 편하게 해준다. 작은 청소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게 하기.

- 욕실이나 주방 싱크대의 배수구, 가스레인지 주변, 화장실 변기를 못 본 척하지 않기.

- 건강을 해쳐가며 즐거움을 사지 않기.

- 당장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닌 건강을 위한 식사하기. 식사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지면 내 몸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방식이 달라진다.

- 어느새 필요 없는 물건들을 가득 품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날벌레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면 쓰레기를 모아두는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 행주는 사용하고 나면 그날 씻어 물기를 말리는 습관 들이기.

- 하루에 10분,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창문을 열어 집안에 바람이 통하게 하기. 벽장, 옷장, 신발장 문 활짝 열기.

- 정리의 기본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꺼냈으면 제자리에 두는 것. 정리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기. 살기 편한 집을 목표로 하기.

-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해두면 우울감도 옅어진다.

- 양해를 구할 때면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기.

- 샌들이나 여름용 스니커즈는 표면의 오염물을 대충 닦아 높은 곳에 보관하기.

- 여름 이불도 세탁 후 옷장의 위쪽 선반에 보관하기.

- 습기로 인한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세탁소에서 준 비닐 커버를 계속 씌워두지 않기.

- 새해맞이 청소 : 현관, 물 쓰는 곳, 창문 유리, 난방 기구, 환풍기, 레인지 후드, 커튼, 그릇 선반과 신발장, 책장의 상판, 문 손잡이와 전자레인지 문, 수전 쇠붙이. ​



주부 초단인 나도 조금씩 밑줄 그어 가던 새로운 지식,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이렇게도 많은데 사회 초년생의 자립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필요한 부분이 많을까 싶다. 읽다 보면 엄마의 주의사항 쪽지를 모아 편지처럼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이 기본적이면서도 작고 세세한 티나지 않은 많은 일들을 해주셨던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제 막 부모의 품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자립의 생활이 힘겨운 사람들, 그리고 언젠가는 독립할 나의 소중한 미래의 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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