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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 견디는 힘에 관하여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들
조안나 캐넌 지음, 이은선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0월
평점 :
완벽한 초짜들의 이야기
책을 다 읽고 나니 생각난 한 문장이었다.
이 책은 다만 늦깍이 의대생이
의사가 되는 성장 에세이로만 보기엔 아깝다.
누구나 처음이고, 누구나 초보이고, 신입인 시기가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열정까지 탑재 했을땐
당사자는 아주 힘겨운 시기들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모든 신입들은 교과서에서 나온 메뉴얼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흘러가는 모든 현장에서
무너진다. 그리고 다시 무너진다.
그러다 차차 익숙해지는 것들이 생기고
딱 맞는 무언가를 찾고, 잘하는 어떤 것이 생기며
그 안에서 인정을 받고 실력을 쌓는다.
모두가 능숙한 경력자가 되어간다.
이 책은 어느 현장에서
한껏 무너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혹은 그 무너짐을 잊고 무기력해진 경력자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의사가 쓴 글을 사랑한다.
의사의 글엔 생과 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문장 곳곳에
담겨있다. 죽음을 탄생을 너무나 많이 관찰한 사람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의 글은
많은 희망을 가져다 준다.
수련의로 첫 응급실에서 아무처치도
확신에 차 할 수 없을 때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 위험에도 노출 되지 않았고, 절대 도외시되지 않았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자격이 있었다 병원의
모든 환자가 나보다 더 훌륭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저렇게 생각하는 순간
의사로써 모든 자격을 갖추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일엔
실수 할 수 있고,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단 한 순간의 착오, 실수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면
그 두려움과 죄책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 위험군, 아웃사이더, 와일드카드였던
그녀는 이겨냈고, 잘 견뎌냈다.
병원을 조그만 마을이라 느끼고
작은 말 한 마디의 무게를 고심하고
모든 환자의 평등한 진료와 치료를 걱정하고
환자들과 대화하는 걸 사랑하는 의사.
이런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의사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와일드 카드일지 모른다.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환경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녀의 응원이 아름다운 건
그녀 자체가 가진 서사 자체가 따뜻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하루하루 언제나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이 큰 위로가 되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