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 흔들리는 어른을 위한 단단한 심리학의 말
구마시로 도루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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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물방울 서평단이 되고난 후 두번째 책을 받았다.

그 중 한 권인 『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책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흔들리는 어른을 위한 단단한 심리학의 말"이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짐작케한다.

이 책의 작가 구마시로 도루는

정신과 의사인데 일본에서는 유명한 블로거인 모양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내게도

일정한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또 엄마가 되면

저절로 어른이 될 꺼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말하자면 어른이라는 것이 생물학적 나이나 특정한 조건에 의해 저절로 부여되는 어떤 자격?같은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내 생각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는지...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마흔이 조금 넘은 저자가

어른이 되기 두려워하는 2-30대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른이란 무엇이며 어른이 되면 일어나는 변화들과 연애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이 되는 의미와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모든 예시들이 일본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어차피 준비된 어른은 없어요.

어른이 되는 시기도 모양도 모두 다릅니다.

마흔 쯤에는, 혹은 오십에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만들어낸 지금의 나를 힘껏 안아주고,

가끔 뒤를 돌아 가까운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나누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어른'이 됩니다. "

 

이 책을 읽으며 어른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른의 조건이나 정의는 물론 수없이 많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어른의 특성은

"세대나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그 차이를 바탕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이 갔다.

흔히 말하는 꼰대와 진짜 어른의 차이 역시 그것이 아닐지?

 

"청년을 끝내는 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을 시작하는 준비도 마음도 갖추지 못하고,

모든 게 어중간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중년이 된 이후일 겁니다.

어른이 시작되는 시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청년을 계속 유지하려다가

불안정한 어른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그것이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리는 것도 인생입니다."

 

이 부분은 딱 내 이야기로 와닿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존경할 만한 어른의 모습을 찾아 거울로 삼고

만약 주변에 반면교사가 되는 상사나 선배가 있다면

그들의 언행을 피하고 그들의 가치관, 언행의 공통점을 가능한 줄여보라는 말도

의미있게 와닿았다.

그런데 진짜 공감이 갔던 부분은 바로 여기.

 

"반면교사 문제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본다면 '

누군가를 반면교사로 간주하는' 강한 마음 중 얼마 만큼이

상대를 단순히 싫어하는 마음이고

얼마 만큼이 자기 안쪽에 숨은 혐오감이 투영된 것인지를

판단해야만 합니다....

반면교사를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를 싫어하는 경우라면

반면교사와의 공통점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때문입니다.

반면 교사를 싫어할 수록

자신의 싫은 점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됩니다.

그러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싫은 점을 좋아하게 되기는 커녕

최소한의 타협도 어려울 정도로 싫어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과제로 남게 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내용이 2,30대 젊은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줄 뿐만 아니라이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믿는 중장년층에게도 자신이 정말 어른이 되었는지, 어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되묻는 내용임을 알게된다.

여기에 더해 이 책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허무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켜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읽어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선택해온 길을 소중히 하고,

그 결과를 제대로 자기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여가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억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허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통증은

자신이 살아온 의미나 책임을 가르쳐주는 것이니까요."

 

결국 진짜 어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화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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