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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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맹렬한 분노가 전쟁터를 불태우고 결국엔 뜨거운 눈물로 식어가는 과정을 담은 인류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 두꺼운 분량에 겁먹지 말고 도전한다면 예상치 못한 몰입감을 선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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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트로이 전쟁을 알지만 <일리아스>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방대한 서사시는 10년에 걸친 전쟁의 기록이 아니다. 전쟁의 막바지, 그중에서도 단 4일의 짧고도 강렬한 시간을 다룬다.

모든 것은 한 영웅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 연합군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 그가 모종의 이유로 전장에서 이탈하고 칼을 거두자, 승리의 여신은 트로이 쪽으로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인간의 오기와 신들의 변덕이 뒤엉킨 전장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터로 변해간다.

우리가 아는 ‘트로이 목마’나 ‘아킬레스건’의 최후는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두꺼운 벽돌책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신들마저 참전하여 인간을 장기말처럼 부리는 이 잔혹한 전쟁터에서, 영웅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또 죽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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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껍고 오래된 고전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일리아스>는 놀라울 만큼 속도감 있다. 밤을 새워 이틀 만에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생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서사의 길잡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놀랍게도 책장을 넘기는 순간 지루할 틈이 없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와 끝없이 나열되는 엑스트라의 이름들은 지루한 목록이 아니라, 마치 스포츠 중계 캐스터가 선수를 호명하듯 생생한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이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 구사했던 이 화법은 3천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전체를 다루지 않는다. 아킬레우스가 죽는 장면도 없다. 대신 시선은 한 영웅의 분노에 집요하게 머문다. 모욕에서 비롯된 분노는 철수로 이어지고 그 공백은 더 큰 학살을 낳는다.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분노를 절정으로 밀어 올리고 헥토르의 죽음으로 폭발한다. 그러나 서사의 마지막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다.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무릎 꿇은 프리아모스 앞에서 아킬레우스는 처음으로 분노를 내려놓는다.

이 작품에서 전쟁은 배경에 가깝다. 중심에는 인간의 감정이 있다. 신들조차 체면과 편애 때문에 인간의 싸움에 끼어든다.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넘어뜨리는 신들의 개입은 전쟁이 정의나 명분이 아니라 감정과 욕망의 연장선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일리아스>는 영웅담이기보다 인간학에 가깝다. 분노가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분노를 받아들이고 애도할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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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만일 포이보스 아폴론이 튀데우스의 아들을 향해 원한을 품고 그의 두 손에서 빛나는 채찍을 내던지지만 않았어도, 그는 에우멜로스를 앞질렀거나, 그와 각축을 벌였을 것이다.” -p.692

트로이 전쟁은 인간만의 싸움이 아니다. 신들의 사소한 감정과 체면이 전황을 바꾸고 인간의 운명을 뒤흔든다. 전쟁이 얼마나 부당한 감정의 집합체인지 이 한 문장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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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들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여 승패를 바꾸는 장면들을 보며, 인간의 자유의지와 정해진 운명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는가?

🔦 <일리아스>가 전쟁의 승패가 아닌 적장 프리아모스와 아킬레우스의 만남(화해)으로 끝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3천 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이 열광했던 이 이야기가 현대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리아스 #호메로스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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