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마틸다 우즈 지음, 아누스카 아예푸스 그림, 김래경 옮김 / 양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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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새와 관짜는 노인 마틸다우즈

알로라 마을은 두 가지로 유명했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이고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이었다. 바다에서 날아오르는 물고기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마을 언덕을 따라 계단처럼 층층이 솟은 알록달록한 집을 화폭에 옮겨 담으려는 화가들도 알로라를 찾았다. 하지만 알로라의 다채로움을 온전히 드러내기엔 화가들한테 없는 색깔이 많았다. 나는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이었다.“ -9

첫 문단을 읽는 순간 유럽 남부 도시들이 떠올랐다.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 보자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책을 덮눈 순간, 그 마음이 조금은 부끄러워지게 한 책이다. 제목의 반대 순서로 노인과, 새와 소년이 차례로 등장하며 그들의 아픔, 슬픔을 머금은 서로에게서 피어나는 우정을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전염병이 할퀴고간 척박한 이탈리아의 북부 절벽 마을에서 그들이 슬픔을 딛고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두 아이와 아내를 잃은 알베르토가 더 이상 가구와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지 않고 가족의 관을 짜면서부터 관짜는 노인이 된다. 그 무채색의 삶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과 새 한마리가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나중에는 그 섬을 떠나는 큰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책 속의 삽화 무늬처럼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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