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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교수학습법 (총5권/완결)
달군 / 블루코드 / 2019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굉장히 공들여 쓰였다고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대부분 수 캐릭터인 요슈아의 1인칭으로 진행되는데,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보폭으로 나아가는 서술이 계속된다.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앨버트의 몸에 빙의하여, 차근차근 반경을 넓혀 가며 앨버트가 죽음 앞에 두고 온 사연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내용이다.
나는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라 주인공들이 사건의 배후를 추측해 내는 속도보다 더 먼저 뭔가를 유추해 내지는 못했다. 그저 요슈아의 추리 속도대로 아! 그렇구나 끄덕끄덕~ 하며 읽었고 중간중간 사람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올 때는 음... 나는 잘 모르겠지만 요슈아 네 말이 다 맞겠지ㅎㅎㅎ하는 마음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가 탐정 만화를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두둥! 누구의 소행인지는 벌써 밝혀졌소! 뭐라고? 범인이 대체 누굽니까?! 하는 식으로 긴박하고 자극적이고 두근두근하게 진행이 되지는 않는다. 아주아주 차분하게 한 발짝씩 밟아 나간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은 '남자의 임신 가능성에 대한 고찰' 하나만 알고 있는데 그 작품 역시 차분한 문체가 돋보였었다. 그 경험이 이번 구매로 이어진 탓에 나는 작품의 담담함에 대비를 한 상태로 읽기 시작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조금만 덜 담백했더라면, 더 자극적이었더라면!!! 이라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은근히 먹방 요소가 많다. 다만 서술자인 요슈아가 매우 점잖은 인물인 탓에 후루룩짭짭 허겁지겁 맛나게 먹어서 읽는 나까지 꼬르륵하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 왜, 서양풍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뭐시기를 곁들인 뭐시기, 볶은 곡물을 집어넣은 꿩이나 오리 뭐 그런 거, 어쩌구를 발라서 구운 저쩌구, 꿀에 절인 뭐뭐뭐 하는 식으로 양피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느낌 나는 음식 묘사가 되게 많이 나온다. 서양풍 먹방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잘 맞을 것 같다.
L에 관해 말해 보자면, 잘생긴 용병 탠과의 연애가 요슈아의 사건 풀이에도 깊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L은 곁가지고 사건이 메인이다. 두 사람이 가끔 갈등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마저도 서로를 아끼다가 하는 의견 충돌 정도로, 두 인물 다 서로한테 너무 다정한 사람이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업자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든지 하는 자극적인 광경은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자면 4권 맨 앞부분에서야 첫 씬이 나온다...!!! 기억하기에 그 이후로 두 번 정도 더 나왔던 것 같다.
결론짓자면 요슈아도 신중하고 탠도 신중하며 심지어 작가님까지 신중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재독할때 더 빛을 발할 것 같은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좋은 작품 만나서 좋았다.
(잡담인데, 요슈아가 빙의한 앨버트의 몸은 옅은 금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옅은 갈색머리로 상상하게 됐다. 대체 왜일까? 간혹 금발 묘사가 나올 때에야 아참 얘 금발이었지??? 하고 흠칫흠칫 깨닫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