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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상처 - 학생의 상처를 치유하고 교사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수업
최수일 지음 / 비아북 / 2024년 12월
평점 :
#수학상처 by #최수일 #비아북 서평(2025.2.14.)
나는 20년 차 중고등학교 영어교사이자 초등 4학년 남자아이를 둔 학부모이다. 내가 학생이었던 30~40년 전부터 학부모가 된 지금까지 한국의 입시 위주 경쟁교육은 더 완화되거나 폐기는커녕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에, 교사로서도 학부모로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늘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6살이던 2019년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한국 교육의 여러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실천적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국수학교사모임을 만드시고 현재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이신 최수일 선생님의 수학교육 안내서와 개념 중심 문제집들은 내 아이와 내 학생들의 삶을 위한 교육 지침서들이 되었다.
그중 <개념연결연산의발견> <수학의미래> <박학다식문해력수학>은 아이 학교 수업의 예복습용 문제집으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일용할 양식처럼 주문하는 교재들이고, <초등수학사전> <만화수학교과서> <수학요괴전>은 재미와 필요에 따라 사서 읽힌 교재들이다. 아이를 위해 샀지만 내가 더 감탄하며 흥미롭게 읽었는데 수학 개념이 이렇게 논리적이고 재미있는 줄 진작에 알았다면 나도 수포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하루30분수학> <착한수학> <지금공부하는게수학맞습니까> <지금가르치는게수학맞습니까> 같은 책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지, 진짜 수학 공부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학부모와 교사용 안내서로 내가 아이를 문제풀이 암기식 수학학원에 보내지 않고 개념 중심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책들이다.
최근에는 이 책들의 이론을 적용한 <초등수학 교과서>와 <중학교/고등학교 수학의발견 교과서>가 학교에 도입되어 이제 더 이상 나올 책이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더욱 강력한 수학교육 안내서가 새로 출간되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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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상처>는 이전의 <지금가르치는게수학맞습니까>의 새로운 버전으로 교사용 수업 지침서이다. <지금...> 책은 모든 학교급별 수학교육 현실을 다루면서 고등학교 수학 문제들, 그리고 조금은 딱딱한 이론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학부모인 나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수학상처>는 그 후 최수일 선생님께서 수많은 교사 대상 연수와 컨설팅 및 학생 수업 관찰 등을 통해 쌓으신 다양한 수업 사례와 교실에 적용이 가능한 실천적 교수법 위주로 쉽게 쓰셔서 영어교사이면서 초등생 학부모인 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문장도 빠뜨릴 부분이 없이 수학과 교육에 관한 중요한 말씀들을 친근하게 전달해주셔서 한편으로는 가벼운 인문학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뵙게 된다면 멋진 문장들에 아주아주 극찬을 해드리고 싶은, 그리고 우리 학교 수학 선생님들에게는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전문적학습공동체 도서로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과 가치는 목차의 큰제목과 소제목만 살펴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큰 제목은 제 1부 수학,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방법)_배움의 수업, 제 2부 수학, 무엇으로 가르칠 것인가(내용)_소통의 준비, 제 3부 수학, 왜 가르치는가(목표)_교사의 정체성으로 되어있다.
각각의 소제목은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현실과 문제점 진단, 교사들의 어려움, 개념 중심 교수법과 학습법, 모둠학습의 새로운 모형, 수준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모든 학생이 똑같이 출발할 수 있도록 수업에서 이끄는 방법, 주입식 교과서와 학생의 주도적 사고를 키우는 교과서, 좋은 과제란, 신념과 철학으로 하는 수업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정말 수학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있는, 교사들을 위한 교과서이다.
이 책은 수학 교사들뿐만 아니라 영어교사인 나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교수법은 “무지한 스승”과 “5관행으로 수업하기”였다. ‘무지한 스승’은 최수일 선생님이 직접 실험 수업을 하신 것처럼 교사가 심지어 교재를 전혀 읽지 않고 거의 가르치지 않고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방법이다. 나에게는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어떤 교육에서든 가장 높은 수준의 가르침과 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5관행 수업하기”는 학생들이 스스로 개념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탐구활동으로, ‘수업 전 주어진 과제에 대해 학생의 반응 예상하기, 수업 후 학생의 반응을 점검하여 표 목록 만들기, 모둠별 학습 전략 및 발표자 선정하기, 모둠별 발표 내용을 난이도 순으로 계열 짓기, 모둠별 전략 사이를 연결하기의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까지의 모둠활동은 수학 개념의 정의와 정리(성질이나 공식)를 교사가 절차적으로 설명하고 예제를 연습한 후에 학생들이 문제풀이를 반복 학습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면, “5관행으로 수업하기”는 학생들 스스로 학습 목표와 수학 개념을 발견하고 표현(발표)을 통해 공유하고, 서로의 발표를 기초로 하여 강력한 수학적 아이디어를 개발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5단계는 실제로는 교사의 활동이지만 모든 단계가 직접 가르치는 활동이 아니라 학생 주도적 탐구학습을 위한 준비 및 가이드 활동이다. 즉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이라는 것이 이전의 모둠학습 모형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점이고 이것이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고 놀라운 부분이었다. 또한 이런 탐구적 수업 방법은 2022교육과정의 질문이 있는 수업, 깊이 있는 수업, 삶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 학생 주도적 수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이제 수학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과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 대답을 이 책의 명문장들로 대신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수학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수학 상처>를 아물게 하고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해주신 최수일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 보답으로 나도 교사와 학부모의 자리에서 내 아이와 학생들에게 이 소중한 가르침이 조금이라도 전해질 수 있도록,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의 삶이 의미 있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최수일 선생님의 정말 대단하신 점은 단지 수학교육을 위한 교과서와 교재, 안내서를 책으로 발간한 것뿐만 아니라 전국에 수학걱정없는마을과 수학걱정없는학교를 구상하고 실현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운동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우리 동네(송파 문정동)에 마땅한 장소와 뜻이 맞는 학부모 모집이 어려워 실천을 못 하고 있어서 아쉽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수학교육공동체에 관심이 있다면 나에게 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02-797-4044)으로 연락주기를 바란다. 학부모 연수가 있지만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책의 맨 뒷부분에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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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명문장들 / 교사의 정체성과 역할 ***
- 교사의 정체성은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안목과 지혜를 기르도록 돕는 데서 확립된다.
- 교사는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탐구하고, 때로는 학생과 협력하여 집단 지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 수학에 대한 수준이나 생각이 똑같은 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개념마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사고를 하며 각 개념에 대한 배경지식 역시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이 각기 다른 수준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나름대로 반성적 사고를 하고, 각자의 반성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게 해야 한다.
- 모든 아이가 수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 수학 점수로 아이들을 구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어떤 학생의 생각이라도 그중 옳은 내용이 몇 퍼센트는 있다. 비록 작은 비율이어도 옳은 생각을 끌어내어 그것을 키워 주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모든 아이는 날마다 성장한다.
-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배워야 할 수학 내용을 하나도 직접 가르치지 않으면서 학생은 스스로 더 깊은 정도까지 이해하게 만드는 교사. 직접 가르치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을 알아서 가게 만드는 교사
- 수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배움이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신념이 있는가. 배움이 있는 수업이 수학적으로 유능한 학생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가.
- 학생의 실수는 아이디어 뱅크이다. 한 학생의 창의적인 실수는 학급 전체를 깨운다. 새로운 시도 속에 많은 실수가 일어난다. 학습 과정에서 실수를 허용한다는 생각은 쉽지는 않지만 정말 중요하다.
- 교사는 지식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오히려 학생이 교사의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도와야 한다.
- 수업을 하는 데는 교사의 지식이나 수학적 능력에 앞서 수학교사의 신념과 철학이 우선한다.
- 학생은 믿어주면 믿은 만큼 해낸다.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 대신 약간의 여유와 기다림으로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의 기쁨을 맛보면 더는 혼자 가르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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