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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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인 내용은 어떻게 보면, 구체적이라고 할 수 없어 피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내용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뭇가지들을 뻗어내는 줄기나 뿌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다양한 삶의 큰 기준이나 방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현대사회에서는 무엇이 삶의 도덕이고, 진정한 가치인지를 잃고 사는 것 같아 아쉽다. 사람들이 삶에 대한 가치관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성실함이 바보같음을 뜻하는 형용사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이익을 쫓지 않는 사람이 어리석고 우둔하게 느껴지기 까지 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오히려 성실함이나 정직함 등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우스꽝스럽게 부르기도 한다. 현대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삶의 가치관은 개별적이고 다양하다. 따라서 오로지 삶이란 돈을 쫓는 것이고, 그를 위한 삶의 방식이 모두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세태를 방관해오면서 우리는 점점 이상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여러 뉴스들을 보면, 돈 때문에 벌어지는 패륜, 돈 때문에 행해지는 부모 자식의 동반자살, 돈 때문에 의를 저버리는 각종 범죄 사건들..이 바로 이상해진 현재의 우리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조차도 자신들의 가치는 이익이라고 당연시하며, 돈 때문에 소비자를 기만한다.

이렇게 돈을 쫓아 서로 적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다시금 깨우쳐 삶의 줄기와 뿌리를 다시 굳건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천자문을 통해 과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했던 고대 철학자들의 명언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원론적인 내용을 다시금 깨닫도록 해주고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나는 두 번째 장과 세 번 째 장에 있는 내용을 책을 덮고 나서 다시금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천자문에 대한 호기심에서 무심코 이 책을 읽었지만, 책을 읽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는 삶에 대한 원론적 가치관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이 내용이 왜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하는 지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덕건명립 형단표정” 이다. 즉, ‘덕행이 굳건하면 명예가 서게 되고, 형모가 단정해지고, 겉모습도 바르게 된다’라는 의미이다. 명예를 얻기 위해 우리는 돈을 쫓아왔지만, 결국 돈이 많아도 덕이 없으면 무너지게 되는 것을 지금도 우리는 간간히 볼 수 있다. 또한 유교철학하면 흔히들 아랫사람의 복종만을 강조한 듯 한 인식이 있지만, 잘 살펴보면, 禮를 논하면서 위와 아래의 구분이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을 강조하였고, 윗사람은 그 도리로서 아랫사람에게 자애롭고 인자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물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순종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서구식 사상으로 인해 관계의 상하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보면 다윈의 진화론에 근거한다면 과거 우리조상의 상하관계 인의예지신이 강조되었던 시대에 살아남은 DNA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우리에게 평등한 상하관계보다는 상하를 구분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있는 삶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무엇이 옳은 지 그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 기준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원론적인 내용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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