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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개
공은주 지음 / 청어람 / 2015년 4월
평점 :
여주: 이자경(서문고등학교 공식왕다, 왕재수 이자경)
남주: 계승서(성격이 지랄 맞고 개 같은, 개차반 계승서)
국어교사인 여주의 아버지 이문태는 겉으로 드러나길 매우 도덕적인 인물이고, 학생들 가르치는걸 천직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다. 딸 자경을 낳고 아들을 낳으라는 시어머니의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자경의 엄마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유산을 여러번 반복하게 되면서 심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태를 방관하던 부친 이문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륜을 통해 남자아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 충격으로 어린 자경만을 남겨두고 엄마는 자살을 하게 된다. 두달 후 더 충격적인 소식은 남자아이를 낳은 여자와 부친의 친딸이라는 또래의 여자아이도 함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도대체 외도를 언제부터 하게 된것인지 경악할 노릇이다.
이때부터 자경은 가족들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2살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친자식이라고 했던 딸과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또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해서 낳은 자식들이며, 그들을 낳은 여자또한 시어머니라고 불리는 여자가 미혼모로 낳고 버린 딸이라는 사실이다.
부도덕한 사랑 타령 이면에, 치밀하게 사전 모의돼 있던 계획. 거짓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또 하나의 가해자, 시어머니 윤인숙, 우스울 정도로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안 자경은 숨겨진 비밀을 당장 발설하기 보단 나중에 더 큰 복수를 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여주를 학교 아이들은 “킹”(왕재수에 왕따를 비꼬아 부르는 말)이라 부른다.
서문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범상치 않은 성격으로 인해 종종 개지랄, 개차반 등으로 불리어지는 계승서를 만난다. 그가 가진 배경은 누구도 무시할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계승서네 집안도 여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몸이 약한 쌍둥이 형의 의도적인 괴롭힘과 그런 형만 감싸고 도는 엄마, 계승서를 미국으로 보내버린 후 형을 핑계로 단 한차례도 찾지 않는 엄마, 부친또한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낳는 등 완전 콩가루 집안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둘은 서로가 닮지 않은 듯 닮아 있음을 알고, 더 이상 우정이란 단어만으로 두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 짓는 단계를 넘어 오랜시간에 걸쳐 천천히 젖어든 감정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르익어 있었다. 같은 곳에, 같은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넘어 좋아하는 감정을 깨닫게 되는 두사람.
그리고, 계승서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자경을 지켜주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고, 여주는 수능이 끝난 후 진짜 복수를 시작한다.
작가 후기에서 이자경과 계승서, 닮지 않은 듯 닮아 있던 두 주인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그로 인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킹과 개는 용서와 화해보다는 오히려 권선징악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했고,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고 설득력있게 다가서길 바란다고 하셨다.
나는 설득력있게 권선징악에 공감을 했다. 시원하다. 그럼에도 이 로설을 읽고 개운하다기 보다는 피곤함도 동시에 느끼고 만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여주의 복수는 시작되었고 모든 비밀이 벗겨지면서 죄를 지은 사람들은 끝간데 없이 추락하게 된다. 이제 끝나나 했더니 여주를 죽이려는 교통사고가 나면서 기억상실에 걸리는 여주, 사랑을 찾아 귀국한 남주를 알아보지 못해 힘들어하는 남주, 되찾은 기억 그리고 또 시작되는 남은 복수...휴~~
막장드라마 한편 보는 기분이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엮여 버린 등장인물들 때문에 상당히 피곤함을 느낀다.
오히려 남주와 여주가 고등학교때 만남을 이어갔을 때, 성인이 되어 귀국한 남주가 오직 여주만을 사랑하는 말, 몸짓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책장을 덮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오히려 자경과 승서만 나왔음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