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김민아 옮김 / 새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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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은 이전에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코>를 탐독하면서 느꼈던 인간의 불가해한 모순을 다시금 뇌리 속에 되새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코>를 비롯한 단편선들은 사실주의와 어느 초현실주의의 경계속에서 인간의 인륜성의 풍경을 적막하고 공허하게 드러낸다. 고골의 소설을 통해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카프카의 이름을 떠올렸다. 가령 카프카의 <변신>과 같은 소설에서 하루 아침에 벌레가 된 그레고리 잠자의 환상적이며 초현실적인 서사의 한복판에는 ‘실존주의’의 인장과 시대가 추종했던 유물론적인 비판들이 내제하고 있듯이 <코>, <외투>, <소로친치의 시장>, <광인의 수기>에서 주인공들의 모습들은 시대를 뚫고 들어와 현재를 투영한다. 특히 그들의 신분이 하급 문관과 같은 낮은 위치로 묘사되었다는 점과 관료제의 문제로 인해 파멸하게 되는 인간상을 다뤘다는 점은 언급한바와 같이 구조의 음울함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나에겐 <외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비가시적인 현실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도처에 팽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은 고골의 <외투>는 즉물적인 현실 앞에 죽음을 맞이하는 현재의 물신주의와 닮아있다. 주인공인 아카키 예비치는 관청에서 일하는 9급 문관으로 다른 사람들의 괄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행복을 누리는 일상적인 인물이다. 그의 불행함의 시초가 되었던 것은 페테르부르크의 추위였다. 강력한 추위를 견딜 수 없었던 아카키 예비치는 할 수 없이 그동안 정이 들었던 낡은 외투를 버리고 새 외투를 맞추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는 이후 누군가로부터 외투를 강탈당한다. 그리고 그는 강탈 당한 외투를 찾기 위해 관료적인 절차를 위반했다면서 질타를 당한다. 그는 퇴근길에 한파를 외투 없이 견디다 후두염에 걸리게 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관료제의 희생양으로 점철되는 과정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자연 재해와도 같은)이 존재하지만, 그의 죽음의 동인은 무엇보다 그를 향한 조롱과 질타,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문제였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아카키 예비치의 일상적인 삶은 새 외투조차 쉽게 구입할 수 없었던 물신주의와 관료주의로 무너졌다. 결국 그는 유령이 되어 자신을 비 인륜적인 형태로 대했던 이들에게로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게 되면서 마무리 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고골을 러시아의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규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실존주의’적이며 초현실적으로 주인공이 코를 잃거나 유령이 되거나 악마가 등장하는 등의 서사적 도구들을 활용할 때에 어떤 ‘사실주의’와는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실’적이다. 일상적인 장치들이 이를 대변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현실의 초현실은 아닐까. 마치 사실적이며 섬세하게 중국을 묘사했던 영화 ‘스틸라이프’에서 등장했던 UFO의 존재를 감독인 지아장커가 ‘있을 수’있는 것이라 가정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고골의 의도도 이와 유사하게 읽힌다. 현실의 초현실, 초현실의 현실. 그렇게 인간은 현실속에 초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고골의 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에 출간된 고골의 <코>를 비롯한 단편선은 시대를 초월한 계급 우화로 여전히 유효한 선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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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떤 죄로 인해, 아 이런, 무슨 죄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악마가 지옥에서 쫓겨났어."


니콜라이 고골의 풍자는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까. 악마는 모습을 숨기고, 인간에게 침투하는 것 같다. 악마가 인간에게 게으름과 물욕의 상징인 돼지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악마보다 못한 인간의 존재를 들춰내는 고골의 화법처럼 보인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이 장면속에 나는 나와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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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는 불타오르고 내 앞의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날 구원해주세요! 날 데려가주세요! 내게 돌풍처럼 빠른 말들이 끄는 트로이카를 주세요."


광인의 수기에서 눈 여겨볼 점은 이 기록들의 사실 관계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서사를 흐름을포착할 수 없는 독자들은 그저 표면이 존재하는 어휘들의 조합을 관찰하며 의미를 찾을뿐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는 시대적 배경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광인의 시선을 통해 현대에도 유효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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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쌍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방도, 물건들도 봉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첫째로 상속인이 없었고, 둘째로 유품이라고 남긴 것이 정말 별로 없었는데, 깃털 펜 한 다발, 공문용 백지 한 묶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개, 그리고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가운 같은 낡은 외투 하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아카키 예비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의 외투를 강탈한 이야기는 또 다른 예비치에 대한 예고이다. '사자'를 언급하는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여전히 인간의 욕망이 엄습하는 비극의 재생이 지속되고 있음을 본다. 여전히 인간은 타자의 옷을 입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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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도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는 표면적인 현상으로 머문다. 이 내용에는 어떤 교훈도 존재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났을때 인간은 어떻게 행위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표면적으로 다룬다. 고골을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정의하지만, <코>에선 '초현실주의'의 장르적 요소처럼 보이는 코의 분실과 같은 어느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코>에서는 무의미하게 보이는 날짜가 불쑥 불쑥 사실을 강조하듯 드러나고, 그 당시의 사회안에 등급화된 직업 혹은 일상적인 모습들, 통용되었던 예의와 같은 규례들이 다채롭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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