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이 되어 줄게 - 할아버지가 엄마에게는 해 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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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이 되어줄게는 한기호 작가님의 자전적 성격을 지닌 에세이로 자신의 딸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어서 출판 된 책이다. 출판 평론가로 살아온 지난 생활을 돌아보면서 그간 책을 통해 바라 본 세상을 책의 대상자인 아이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위로, 한편으로는 날카롭지만 사려 깊은 태도로 삶을 조언하면서 인생의 방향성을 지시해 준다. <네 편이 되어줄게>라는 책 제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난 네 편이야”라고 말하는 가족주의적 편향에서 벗어나 세상을 지혜롭게 바라보는 방법과 세상에서 올곧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어떠한 지를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기호 작가님이 출판 평론가이기 이전에 책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쇄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대한 관심 혹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한바 있다. 

“세계는 하나의 도서관 혹은 한 권의 거대한 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 책의 세계화를 진작부터 보르헤스는 예견 했다. 이제는 책이 번역되는 속도도 이전보다 가속화 되고, 다양성이 확대되어 한국의 문학들이 해외 저명한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책은 시대를 불문하고 세계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것은 한 개인과 공동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의 매개체이다. 우리가 탐색할 수 없던 사유의 깊이를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에 대한 생각을 대변 하듯 <네 편이 되어 줄게>에서는 아주 열렬하게 책읽기의 중요성, 점차 변화 되는 세계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래 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세계화의 전도사’라고 불리는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는 지구촌 경제 체제, 즉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와 자유가 주어지는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다고 했어‘ p25

‘앞으로 인간은 인공 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렴.’ p87

‘주어진 정보를 엮고 해석하여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 능력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책을 읽으며 함께 토론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키운 사람만이 갖출 수 있단다. 할아버지가 늘 강조하는 얘기지.’ p175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떠오른 생각은 아버지란 무엇일까라는 점이었다. 한기호 작가님이 자신을 삶을 회고하면서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반성하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엄마, 아빠가 된다는 첫 번째 경험은 누구에게나 어색한 것이다. 작가님의 딸이 자녀를 갖게 된 계기를 통해 ‘아버지’가 바뀌었다고 서두에 말한다. 다정한 아버지가 되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한가지 물음을 하게 된다. 책을 통해서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할아버지를 바꾼건 책이 아니라 세상에 입성한 선물과도 같은 손주였다. 생명은 사람의 삶을 바꾼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변하지 않는 '진리'를 배웠다. 그것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책에서 나는 ‘책’을 읽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네 편이 되어줄게”라는 창조주가 나에게 선언하는 신탁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네 편이 되어 줄게>는 세상의 어려움에 도망가지 않고 이겨내는 방법을 말해준다. 나는 책을 통해 좋은 아버지, 좋은 할아버지, 그것도 아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다짐과 함께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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