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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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은 현대문학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현대문학의 특징은 소설의 형태의 ‘범주화’라고 정의될 수 있을텐데, 피버 드림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장르적 요소 외에도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다양한 요소들이 정교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작가는 사만다 슈웨블린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별이라 불리운다. 그녀는 2017년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인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서스펜스, 호러, 미스터리 장르 부문인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현재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책은 ‘피버 드림’이 최초이다.

피버드림은 장르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소설이 전형적으로 혹은 보편적으로 등장해야 할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당위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부분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이 ‘대화문’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통해 장르적인 긴장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독자들은 제한된 시야로 소설에 참여자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피버 드림을 읽는데 중요한 효과를 부여하게 된다. 먼저는 독자가 ‘대화’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량이 극히 적을 수 밖 에 없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 부유해 있는 의미들을 끊임 없이 찾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결말까지 무언가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적절한 동기가 설명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에 마치 이해할 수 없이 나열된 한편, 한편의 풍경화를 보는 것 처럼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러한 형식은 소설을 개성있게 만드는 장치로 주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상징성’이다. 피버 드림은 독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치로 ‘상징성’을 지나 칠 정도로 부여한다. 우선 원작제목은 구조거리 (Distancia de rescate) 로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어떤 번역의 과정을 거쳐서 ‘피버 드림’이 되었는지 정확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소설의 주제와 적절하게 부합할 수 있는 ‘병’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소설에선 몇 가지 반복되어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병’ ‘구조거리’ ‘벌레’ ‘담배’ ‘밭’ ‘금색비키니’와 같은 것들이다. 등장인물인 아만다가 주로 묘사하는 카를라와 자신의 딸인 니나를 둘러싼 여러 배경들이 극명한 대비 같은 것이 이 소설이 암시하고 있는 병의 정체를 몽환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마치 육체이탈을 해서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이 지점이 소설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장르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면서 상징에 대한 무한한 탐구를 시도하게 한다. 리버 드림은 아르헨티나에서 주요하게 재배되어 지는 ‘대두’에 사용되는 살충제의 성분이 일으킨 재앙으로부터 동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것은 소설을 읽을 때 주요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둘러싸는 상황과 등장하는 표현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성공적인 것은 마치 이 소설의 제목처럼 ‘꿈’ 혹은 ‘환상’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떄문이다. 두 눈을 비벼도 알 수 없는 실제가 아른 아른 거리는 것처럼. 그 의도가 잘 적중하였고, 작가의 소설의 성격을 잘 반영하였기에 독자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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