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조지오웰의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는 대사는 전체주의를 대변하는 내용으로 비유되듯 권력에 의해 기록이 조작될 가능성이 존재하기도 하고, 이에 대하여 개인, 혹은 속한 공동체의 시선에서 기록에 대한 반발로 투쟁의 역사를 그려내기도 한다. 임성용작가도 역시 창작가로써 ‘기록’이란 인간의 나이테를 풍자하면서 각 인물들의 갖고 있는 삶의 끈들을 정밀하게 직조해나간다.
저자가 집중하는 하나의 시선은 ‘남자’가 갖고 있는 과부장적 사고의 해체라고도 보여지며, 또는 이데올로기와 직업, 사랑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을 소수자의 입장에서 대변해나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을 담당하는 ‘남자’들은 가족으로부터 해체되는 아픔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선명하게 인간의 실존과도 결부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지하생활자와 아내가 죽었다의 단편들이었는데, 지하라는 어쩌면 지상과 분리된 어쩌면 ‘소수자’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찝찝하지만 우리네의 삶이 닮아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아내가 죽었다는 이혼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게 풀었다는 것이 참 좋았다. (‘국밥’에 담긴 이미지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지하생활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에서 쓴 수기’가 연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