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시인선 39
윤석정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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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일을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에 음조와 멜로디를 입히면 노래가 될까?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김이나작사가가 작사를 두고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작사란 노래의 몸의 형태를 표현하고 숨쉬게 하는것이라고. 나는 시인은 시를, 그리고 언어에 호흡을 불어넣고, 대중들에게 이미지의 형태로 드러나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인간이 시적 존재라는 사실도 그래서 공감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윤석정시인이 시를 노래로 표현하는 ‘트루베르’라는 밴드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 팀의 특징을 시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쩌면 이게 고집처럼 보여 지기도 한다. 시와 멜로디는 분명히 구분할 수도 있는 문제기도 하니까. 멜로디에 따라 가사의 변화는 반드시 필수불가결하게 요청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를 강조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볼 때 그만큼 문학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창작자로서 개성(?)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시는 그러니까 입체적이고 독자들에게 호흡이고 삶이어야 한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바깥’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곱씹어볼 수 있었다. “나를 입고 바깥을 맴돌았다 (중략) 무궁한 당신들이 나의 바깥이었다는 것”라는 시인의 말에 대해서 나를 제외한 모든 바깥이라 칭할수 있는 모든 것이 나의 존재이유가 될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이름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반대로 공허함이 시어로부터 내 심장까지 계속해서 들이 닥칠 때마다 슬픔으로 가득했다. ‘얼굴들의 노래’라는 시에서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두고 아버지가 할머니의 뼛조각을 가지런히 모아놓고, 할머니의 얼굴을 살살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애틋함과 애처로움, 그리고 ‘당신은 누구인가’에서 가위에 눌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생각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당신’에 그저 물어볼 수밖에 없는 묘한 그리움을 나도 동일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삶의 수레바퀴안에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우린 만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소통한다. 바깥은 따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레바퀴를 함께 걸어가는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당신’, ‘우리’라는 끈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시는 그렇게 나에게 묻는다.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아니. 바깥을 향해 안부를 묻는 것에 대한 역설. 그렇다면 그것을 하자. 안부를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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