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종종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이 우연한 발생임에도 불구하고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여겨질때가있다. 이 책과의 만남도 그렇다.아무도 지지 않는 카드게임이 그림책을 선물로 받고 도영이가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는걸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판화작품들 색감이 파스텔톤인데 분위기는 민화풍이다.책가도가 떠오르고 포도 그림 병풍이 떠오르고 연극 무대의 소품이나 장치들이 쓸데없이 비치된 것은 하나도 없듯 모두 그 자리에 의도와 의미를 담고 존재한다.그러다 바로 이 대목 이 책은 20~30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온실에서 양육되다 취업과 함께 사회라는 정글에 내던져진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에 투신하기 직전의 우리 재성과 아들의 불확실한 미래가 아직 풀어야할 숙제인 우리 부부가 곰곰이 들여다봐야할 대목이지 싶다.재성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공평하지 않다는 느낌으로 열패감을 맛보지 않았으면 좋겠다.혹은 나의 게으름을 불공평으로 덧씌우지도 않았으면..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다.뭔가 풀리지 않는것 같을 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내가 20~30대이던 시절에는 나약하다는 평판을 두려워했다. 성장 드라이브 시대 청소년들에게는 하면되는데 뒤로 물서서? 이런 핀잔이 던져졌다.지금은 달라졌다.(비단 이 문제 뿐일까, 우리는 의식의 변화라는 거대한 강물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빈곤을 거치지 않고 풍요의 세계에 직행한 젊은이들에게 우리 세대의 주문을 걸 수 없다.20대가 우파 정권 창출에 앞장서는 시대상황을 이해하기는 쉽지않다. 혼인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현상 역시 이 정서와 연결돼있다.그래서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멋지게 진다는 건 나다움을 발견하는 것, 이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짐을 내려놓은 나의 어깨는 가벼워지고 너그러움을 회복할 것이다.젊은이들이 부디 자신이 뭔하는 바를 성취하기를친구를 누르고 이기는 결과가 아니라 간절하게 원하는 바를 농부가 작물을 수확하듯 어부가 어망을 끌어 올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