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영국판 우영우를 책으로 읽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록 종영되기는 했지만 우영우가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언론에서도 자주 다루는 기사가 쏟아졌었던걸 기억합니다.

저자는 ADHD와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과학자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워낙 범위가 넓어서 증상이 발현되는 것도 환자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 아스퍼거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뭔가 안맞는 옷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6세에 ADHD로 진단받아서 오히려 안도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가를 알게 되니 이해가 된거죠.

저자는 과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도 의도를 숨기지도 뒷말을 하지도 않기에 과학을 통해 스스로 세상에 살아가는 법칙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의 언어를 빌린 책인 만큼 쉽게 이해하거나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과학 용어가 등장하는 책이며 작가는 이해하기 쉬울지언정 과학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책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읽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아스퍼거, ADHD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 그런 시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어서 저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선입견을 가지며 평가하잖아요. 그냥 '저자의 매우 개성적인 글'이라고 읽어주면 어떨까요?

저자처럼 기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쯧쯧하면서 연민의 눈길로 보기 쉽겠지요.
하지만 거꾸로 그녀의 눈으로 우리를 볼 땐 어떨까요? 우리를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니 그냥 원래 그런 개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게 맞는거 아닐까싶어요.
상대적인것이니까요.

단백질이 인간보다 훨씬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이 부분은 읽어봐야 이해가 될거예요)
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지 효율성을 찾는 부분에서는 깨달음을 줍니다.
그리고 완벽한 것은 지루하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고 무질서를 수용하고 즐기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아래 분들에게 각 장을 헌정한다"라고 밝힌 후, 맨 끝 리스트에 '내게 먹다 남은 뼈다귀를 던진 낯선 사람들'이라고 쓴 부분은 웃픈 유머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지혜와 현명함, 인내와 즐거움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자 스스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지구'에 어떻게 정착해 살 수 있었는지를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과학의 힘을 빌려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작가는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으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직장도 가진 연구원이 될 수 있었고 작가와 마찬가지로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도 작가 못지않게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치 않은 케이스이기에 우영우처럼 더욱 조명 받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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