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기쁨 기쁨 시리즈 1
김용만 지음 / 달로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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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늘 둘러보며 지켜보는 시인은 계절마다, 날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마음을 데우는 기쁨을 건져내어 보여준다. 강제로 움켜잡지 않고,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기쁨인 것이다.

⠀늘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항상 우리 곁 어딘가에도 기쁨이 있다. 이 틈 사이에, 저 구석에, 때때로 피어나고 스러지고 다시 피어난다. 구름 뒤에, 강아지의 눈 속에, 풀잎 끝에, 흘러가고 사라질 그 모든 것들에.

⠀달로와 출판사 @dallowa_books 의 기쁨 시리즈 첫 번째 책 '흘러가는 기쁨'.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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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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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잃은 ‘나’는 상실의 고통스러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듯 그 굴곡을 소상히 전달한다. 맹렬하게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무력하게 날아가버리듯, 의도와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는 가련한 마음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차분하게 서술된다.

그리고 상실 후에 발견이 따라붙는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비참하고 무방비한 이별이 서서히 혹은 갑자기 어떤 발견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무수한 사랑들에 대한 사랑 가득한 묘사의 연속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만큼의 크기로 찾아온 고통과, 새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랑이 나로 하여금 비로소 볼 수 있게 해준 내 안의 지나간 사랑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대단히 운 좋은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부모님에게 감사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보아왔기에 발견하자마자 그것이 사랑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개념들을 사랑하는 법도, 사랑에 대한 개념도 알려주셨어.”

🍃“어떤 사람들에게 정서적 트라우마는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혹을 품게 하기도 한다. 사랑을 주로 잠수를 타거나 잔인하게 나오는 쪽으로 경험했거나, 부모나 배우자나 타인이 사랑이랍시고 고통스러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겪어본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이를 발견하고 사랑을 지속하는 건 고사하고 사랑이 너그럽고 다정한 것이라는 믿음조차도 쉬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인간 종에 대한 유감스러운 사실은, 우리의 사랑하는 능력에 견줄 만한 건 오로지 이에 위해를 가하고 훼방을 놓는 능력뿐이라는 거다.”

두고두고 곁에 놓고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우연과 격변으로 엮인 삶을, 삶 자체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성실한 용기와 침착한 포용으로 가득 찬다.
👉 @banbi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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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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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더해질수록 밝아지지만, 색은 더해질수록 어두워진다. 동화를 다시 읽는/쓰는 책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한 군데에 여러 겹의 물감이 덧칠되면 색이 검정에 가까워지듯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게 타의적으로 덧입혀진 붓질들이 차곡차곡 쌓여 속 모를 검정으로 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집안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혹은 다른 의미없는 무언가를 위해 입맛대로 조정되고 조종된 검정 덩어리들이 여성들을 어떻게 옭아매어 왔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의식적 독해 없이 무비판적으로 동화를, 동화 속 여성상을 흡수하는 것은 얼마나 유해한가.

⠀여성이나 다른 소수자의 관점에서 고전적인 이야기 타래를 새로이 풀어나가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시도이지만 요즘들어 보다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활발하게 읽히고 다시 읽히고 다른 관점에서 또다시 읽힐 때에야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고 새로운 숨을 쉬며 살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오래된 동화들에 덕지덕지 붙은 굳어 버린 물감들을 떼어내고 새 숨을 불어 넣는 -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힘이 될, 휴양이나 치유를 넘어선 회복을 일으킬 숨 한 모금을, 켜켜이 어둠이 쌓인 숲 속을 대범하게 탐험할 힘을 실어 주는 숨을 - 책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그런 의미에서 동화들이 늙어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 이 책의 부제는 '동화 여주 잔혹사'다.

📍 백설공주의 어머니 왕비는 ...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의 외모를 아이에게 욕망하면서 ... 그 욕망이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 ...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마치 로맨스 파괴자라도 된 듯하다. 하지만 로맨스라는 기제에 기만당하면, 자신의 욕망 대신 남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야 한다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나 성애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p.32~38)

📍 아버지가 아무리 탑에 가두려고 해도, 로젤루핀은 뜨개질을 하는 자, 이야기를 짓는 자, 목소리를 가진 자다. 자신의 언어를 소유한 자는 현실의 권력에 "No!"라고 외칠 수 있다(p.219~220)

📍 그러나 여자 혼자 변한다고 해서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자도 자기 몫의 광야를 거쳐야 한다. (p.126) ... 그러니 부디 자기 몫의 광야를 제대로 거쳐서 내적인 통합을 이루길, 평화와 안정의 성에 들어가기를. (p.129)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C8J6_bvSbMu/?igsh=MTF4bW1rZ3ZpM3Ry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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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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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사랑에 관한 책이다.

배리 로페즈는 이 땅에 굳건히 발 붙인 채 - 그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한 자 한 자 담아내며, 또한 팔레스타인의 시민들과 사냥당한 야생동물들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상흔을 담아내며 - 회복과 자연을 이야기한다. 그가 겪은 일들에 지나간 나의 고통들을 겹쳐 본다. 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자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 없이 압도적인 설득력으로 감각하게 해 주는 바람과 파도와 홍수를 마주했다(p.108). 그의 글에 담긴 것은 "사후에 가는 천국이 아니라 현세의 여러 장소와 현상(p.15)"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이다. 나의 세계가 저 너른 세계에 주의를 기울일 때 신이 온전히 현현할 수 있다.

리베카 솔닛은 배리의 에세이에서 안을 향하는 시선과 바깥을 향하는 시선이 결코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적 세계와 외부 세계가 한 호흡으로 이야기(p.11)" 된다. 이 호흡의 규칙을 잊어버리면 세계 인식과 자기 인식이 필연적으로 왜곡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호흡이란, 가만히 내버려져 인간의 시혜적 손길을 원하는 가련한 자연에게 인간이 불어넣어주는 숨결이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그러나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악마 같은 인간의 손길로부터 유린당하는 전형적인 수동적 자연의 이미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극적 환상에 불과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그 사실만큼 자연이 살아 있다(그 반대도 성립하여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배리의 에세이에 담긴 자연은 우리의 호흡이 들숨과 날숨으로 자연스레 짝을 이루듯 우리의 존재 내외부를 이루는 근간이다.

그러니 배리의 치유가 단순히 자연의 풍광에 감탄하는 '힐링' 여행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그가 목격한 자연 속의 순간들로부터, "우리가 이 행성에 저지른 행태(p.144)"와 희생자들의 흔적으로 남은 "광기와 잔학(p.155)"이 어떻게 우리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윤리를 멍들게 하는지 이야기하며, 씨앗에서 튼 싹이 햇빛을 따르듯 우리의 삶이(생존이) 향하여 가야 할 지향점을 보여준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는 분들이, 자연 안에서의 소통과 치유를, 한 인간이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굳건히 두 발로 설 수 있는가를,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이 전적으로 영원히 "사랑에 실패(p.251)"하지 않게 해줄 희망을. 그리고 그 누구도, 무슨 일을 겪더라도, 돌이킬 수 없이 산산히 부서지지는 않으리라고. "결코 사라질 수도, 파괴될 수도 없(p.69)"는 태양과 땅처럼.

#도서제공 #배리로페즈리뷰대회

https://www.instagram.com/p/C1Q8ufQynGW/?igsh=Z2p3aXpvZzZhdD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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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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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땅에 진심어린 애정을 가져본 적이 있을까. 매매의 대상인 부동산도, 기계적으로 출퇴근하는 공간도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살아 숨쉬는 땅을 마주해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하는 책, '북극을 꿈꾸다'.

무엇이든, 다르게 보면 다르게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밝은 아침 해를 지겨운 출근의 신호가 아니라 넘치는 생명의 원천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얼굴에 느껴지던 빛의 감촉을 기억한다. 풀을 뜯는 카리부들 사이로 갑자기 질주하던 새끼들, 그리고 결연한 새들이 품고 있던 따스한 알의 느낌도. 그제야 나는 햇빛이 얼마나 자비로운지 알게 되었다. 내 관습적인 인식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지만, 한밤중에도 태양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너그러운가. 수 세기 동안 이어진 겨울의 증거를 그처럼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땅에 사방으로 넘쳐흐르는 연민이라니."

배리 로페즈는 인간의 판단과 측정 너머에 존재하는 대지를 기록한다. 때로는 수천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 있는 듯한, 때로는 우리의 인지를 한참 벗어나는 거대한 하나인 듯한 북극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 무엇이든 간에 북극은 그렇게 거기 있다.

✏️ "그리고 북방의 상업적•산업적 개발과 그곳에 적용된 경제학의 타당성에 관련된 우리의 개념적 문제들은 대지 자체의 근본적인 차이, 즉 빛의 주기와 종류에 관한 우리의 온대적 선입견 같은 미묘한 어떤 것에 연관되어 있다. 온대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생활 유형들, 여름밤에 실제로 해가 지고, 어스름에는 매미가 귀뚜라미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람들이 현관 앞 베란다에 나와 앉는 그런 일들이 북극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 역시 온대적 인간으로서 '북극을 꿈꾸다'를 읽으며 내 과잉된 자아가 책에 아로새겨진 북극을 의도적으로 곡해하지 않을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곱씹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전형적으로 혹독한 땅, 혹은 풍부한 자원의 땅 따위로 정의되곤 하는 북극의 서사를 윤리적인 애정으로 되받아쓴 저자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 "지구의 다양한 대지를 개인적으로 알기는 힘들다. 땅들은 야생동물만큼이나 대화하기 힘든 존재들이다."

배리 로페즈의 책을 읽을 때마다 물 자국 같은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

https://www.instagram.com/p/C4WrQlSyYYK/?igsh=bTRqZmduejdpc2c5

#도서제공 #배리로페즈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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