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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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잃은 ‘나’는 상실의 고통스러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듯 그 굴곡을 소상히 전달한다. 맹렬하게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무력하게 날아가버리듯, 의도와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는 가련한 마음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차분하게 서술된다.

그리고 상실 후에 발견이 따라붙는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비참하고 무방비한 이별이 서서히 혹은 갑자기 어떤 발견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무수한 사랑들에 대한 사랑 가득한 묘사의 연속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만큼의 크기로 찾아온 고통과, 새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랑이 나로 하여금 비로소 볼 수 있게 해준 내 안의 지나간 사랑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대단히 운 좋은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부모님에게 감사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보아왔기에 발견하자마자 그것이 사랑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개념들을 사랑하는 법도, 사랑에 대한 개념도 알려주셨어.”

🍃“어떤 사람들에게 정서적 트라우마는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혹을 품게 하기도 한다. 사랑을 주로 잠수를 타거나 잔인하게 나오는 쪽으로 경험했거나, 부모나 배우자나 타인이 사랑이랍시고 고통스러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겪어본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이를 발견하고 사랑을 지속하는 건 고사하고 사랑이 너그럽고 다정한 것이라는 믿음조차도 쉬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인간 종에 대한 유감스러운 사실은, 우리의 사랑하는 능력에 견줄 만한 건 오로지 이에 위해를 가하고 훼방을 놓는 능력뿐이라는 거다.”

두고두고 곁에 놓고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우연과 격변으로 엮인 삶을, 삶 자체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성실한 용기와 침착한 포용으로 가득 찬다.
👉 @banbi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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