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내추럴 와인이 재미있습니다 - 정의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는 펑키한 매력 경험들 시리즈 5
장경진 지음 / 파이퍼프레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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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즐기지 않는 제가 '그래서 저는 내추럴 와인이 재미있습니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자가 내추럴 와인에서 재미를 느꼈을지 궁금했습니다. 과실을 발효시켜 나오는 산물의 향과 맛을 즐기는 행위에서 어떤 매력을 찾아내는지, 저도 한 번 그 경험과 감정을 맛보고 싶어서요(그리고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을지로 와인바 PER은, 과거의 제가 언젠가 가보려고 네이버 지도에 등록해 둔 곳이더군요!)

책을 펼치면 "내추럴 와인이 잠깐 반짝했다가 시드는 유행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나 장르가 되길 바라는"(p.5) 저자의 애정이 담뿍 담긴 페이지마다 달큰한 와인 향기가 배어 있는 듯 합니다.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많은 제 눈을 특히 잡아끈 것은, 내추럴 와인을 만들 포도의 재배 과정에서 살충제 등 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포도를 수확할 때 사람이 손으로 직접 작업하는데다, 와인 제조 시 이산화황이나 인공 효모 및 청징제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요즘 음식과 몸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입에만 단 음식이 아니라 몸을 살리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는데, 내추럴 와인의 생산과정에 담긴 철학에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내추럴 와인의 세계로 독자들을 더 깊숙히 끌고 갑니다. 브렛, 브루탈, 오렌지 와인, 알자스 와인, 펫낫 등 고유의 개성을 가진 와인의 맛과 향을 흥미롭게 소개받고 나면, 와인의 라벨과 스티커에 대해 친구와 술 한 잔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페이지가 넘어가고,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과 문화다양성까지 와인의 이 모든 것을 한층 풍부하게 해주는 다양한 주제들 사이를 유영하게 됩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앞의 모든 내용을 읽으며 입맛이 돌기 시작한 독자들을 위해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는 팁과 추천 와인까지 수록되어 있답니다.

연말연초 술자리를 즐기는 당신에게, 또는 연말연초라는 핑계 없이도 늘 술을 즐기는 당신에게, 혹은 저처럼 술을 잘 입에 대지 않는 당신에게도, 내추럴 와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 '그래서 저는 내추럴 와인이 재미있습니다'를 추천드립니다 😊

🍷 일반적인 와인은 '미디엄 바디의 베리류 과실향', '부드러운 탄닌감과 초콜릿 또는 바닐라', '오크의 따듯한 풍미' 등으로 맛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감각 밖에 있는 게 바로 펑키함입니다.(p.27)

🍷 테루아는 본래 '지구'를 나타내는 프랑스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특정 연도에만 나타나는 독특하면서도 다른 땅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요소들(식물, 동물, 기후, 지질, 흙, 지형 등)의 조합을 말합니다. 바닷가 근처에서 만든 와인과 높은 산악 지역에서 만든 와인을 비교해서 마시면 서로 다른 지역의 특색과 매력이 드러나죠. (p.25)

🍷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포도의 품종이 바뀔 거에요. ... 우리가 사랑하는 내추럴 와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맛도 계속 달라질까요?(p.110)

🍷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항상 건강한 땅과 건강한 포도에 대해 이야기해요. 와인이 대량화, 산업화되면서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던 그리고 애써 외면했던 자연과의 공존 말이죠.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농기계와 화학 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짓눌리고 퇴화되고 오염되었던 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요. 이전의 생산자들이 그러했듯 동물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고, 화학 비료와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포도를 기르는 것에 훨씬 더 집중하죠.(p.56)

🍷 "인간에게도 지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생산한다(Produire sans nuire ni aux hommes nia la terre)."(p.19)

#도서제공

https://www.instagram.com/p/C1v3AJcyjun/?igsh=ZG8zdW1ieTFvNX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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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약이다 - 대장 건강부터 대변 이식까지
사빈 하잔.셸리 엘즈워스.토머스 보로디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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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뱃속에는 역동적인 미생물계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의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로 우리 뱃속에는 "신체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돕고 공생하는, 병원성 미생물의 생태적 공동체(p.16)"가 존재하거든요.

그 작은 것들이 뭘 한다고? 아주 많은 걸 합니다.
면역계를 좌지우지하고, 살을 찌우거나 빠지게 하기도 하고, 피부를 뒤집어지게도 하고, 알레르기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 감정과 생각에까지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 책이 유용한 점은 변비, 장내 가스, 궤양성대장염, 체중 증가부터 심지어 라임명이나 자폐증까지, 여러 사람의 관심사가 될 만한 질병들에 대한 해결의 전망을 제시해 준다는 점입니다. 대변 이식(!)이라는 흥미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고요.

참고로,
그냥 유산균 챙겨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아무리 좋고 비싼 유산균을 몸에 넣어도,
엉망인 식이습관과 장 환경을 가지고 계시다면 좋은 균주들이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거든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아요.
근본적으로 좋은 균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장 환경을 개선해야만 합니다.

유익한 균들이 잘 살아남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위장에 아무 음식이나 무분별하게 집어넣어서는 안 됩니다.

우울할 때 야식이나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울하다고 고당도의 정제탄수화물이나 트랜스지방을 장으로 밀어 넣는 것은 우울감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자기파괴적 행위일 뿐입니다.
위에서 서술했듯,
장내 미생물총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이제 여러분은 인간 배설물이 정말 면역학적 금광이라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최신으로 업데이트되는 아이폰처럼, 인간이라는 기계를 계속 작동시키는 것은 세균입니다(p.22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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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치유하는 뇌 - 개정판
노먼 도이지 지음, 장호연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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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시간이 흐른다고 점점 마모되는 물건이 아니고,
유전자가 뇌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신적 활동이 뇌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뇌의 형태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p.13)거든요.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 개념입니다.
뇌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스스로 성장합니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노먼 도이지)'에서는
만성통증, 자폐증, 주의력 결핍 장애, 난독증, 알츠하이머 등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착각해온 질병을
뇌의 치유력을 이용하여 극복한 사례들을 통해
신경가소적 치유의 양상을 설명해 줍니다.
(정말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신경가소적 치유는
몸, 감각, 그리고 생각(뇌의 회로를 자극하는)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단, 여기서 주어지는 치유라는 것이,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실현된다는 대책없고 기만적인 낙관주의적 관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궤적이
내 뇌의 조직과 배선에 - 시냅스, 신경세포 연합체의 패턴, 체계에 -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또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지는 책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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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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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이야기에서는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물건을 고이 아껴 쓰면
거기에 혼이 깃들어 도깨비가 된다고 했다.
오늘날, 소비가 미덕인 이 시대에 도깨비로 다시 깨어날 만큼 오래 묵은 물건은 보기 드물다.
금방 쓰이고 금방 버려지는 상품들이 산을 이루는 세상이다.
어떤 도시에서는 전세계에서 버려진 것들이 흘러들어 더미를 이루다 못해
도시마저 삼켜버릴 정도라고 한다.

쓰레기의 무덤이 가득한 이 시대에
'윤광준의 생활명품101'은 내 주변의 물건 하나하나를 둘러보고 눈맞추는 경험, 물건의 실용성과 매력을, 어쩌면 소명까지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키워감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규격에 맞추어 일률적으로 생산되는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것을 찾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떠한 소신이나 기준을 세우더라도 우리는 소비자로서 광고와 마케팅의 속삭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물건을 아낀다는 건 소비의 대상인 상품을 내 삶 속 물건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품도 손때가 묻으면 도깨비가 될 수 있을까,
오로지 소비를 위해 대량생산된 텅 빈 제품들에도 영혼이, 그 물질성에 의해 자가소멸되지 않는 영혼이 자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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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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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븐포트의 '스틸라이프'는 역사 속 정물화(기술된 역사의 흐름을 뒷받침하는 부수적인 것으로서의)가 아니라 정물화의 역사를 따라, 한 시대 내에서 (풍경화나 인물화보다 강한) 혈연관계로 묶인 정물화들을 들여다봄으로써 한 발자국씩 걸어 내려오는 책이다. 다만 그것은 반듯한 직선을 그리는 역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어지럽게 배열된 정물"을 그려낸 모습에 가깝다. 대븐포트는 이 시와 저 그림, 이런 희곡과 저런 소설을 오가다가는, 다시금 어느새 정물로 돌아와 있다. 정물은 순간마다 다른 상징으로, 대담한 이미지로, 새로운 도식으로 재창조된다.

말 없는 정물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유한한 삶과, 삶의 고통과 희망과, 아름다움과 비극, 병과 약, "조화로운 무질서", 그 모든 것이 나름의 방식대로 격렬하게 넘실거린다. 이 물결 속에서 잘 닦인 길을 찾고자 한다면 오히려 길을 잃기 십상이다. 만약 대븐포트의 글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든다면 앞으로 돌아와 옮긴이의 글을 다시금 펼쳐 봄으로써 일렁이는 물결을 즐기는 법을 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듯 읽어보지 않은 시를 찾아 읽고, 이해 안 되는 영화를 돌려보듯 돌아가서 다시 읽고, 저자가 슬쩍 언급하고 지나간 어떤 인물을 찾아보다가 한나절을 보내거나 하는 식이 된다. 그러다 보면 인류사 속 작은 골목길, 들판을 걷다가 바람을 얼굴에 느끼기도 하고, 혁명 정신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가, 앞서간 외로운 선배들의 방에 앉아 감상에 젖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 각자는 "이 책 읽기의 시작과 끝이 다를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스틸라이프'의 역자 노트를 읽다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애정이 담뿍 담긴 이 서문은 '스틸라이프'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들도 덩달아 대븐포트의 글이 주는 매력에 한 발짝 발을 들일 수 있게 해준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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