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황, 즉 무수아황산은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바로 식품을 상하지 않게 하는 기능과 식품의 색상을 유지하게 하는 기능입니다. 포도주에는 포도원액 100% 외에 유일한 첨가물로 병 뒷면 설명서에 표기된 무수아황산이 들어 있습니다. 앞서 SO2는 기체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 이산화황을 고체 상태로 만든 게 무수아황산 혹은 아황산염입니다. 말 그대로 소금 형태를 띱니다. - P279

유기농 와인은 농약이나 비료 등의 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면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제품을 통칭합니다. ‘가능한 한‘ 이란 뜻은 될 수 있으면 덜 사용한다는 것이지 농약, 비료 등을 완전히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포도주를 담그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황을 사용하되 그 양을 훨씬 적게 넣는다는 뜻입니다.
반면 내추럴 와인은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 과정에 오직 자연 그 자체만 존재하는 포도주입니다.  - P280

그런데 2020년 10월 ‘내추럴 와인‘이라는 문구를 라벨에 명기하지못하게 하는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 P283

연간 코르크 생산량은 대략 20만 톤 규모인데 절반을 포르투갈이 생산합니다. 스페인이 30%를 생산하고 나머지 20%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의 북아프리카 지중해 쪽 숲에서 생산됩니다. - P290

썩거나 상하지 않아도 코르크는 최장 유지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길어야 20년입니다. 1945년산 로마네 콩티 한 병이 경매 과정에서 1억 원 넘는 가격에 팔렸다는데, 이런 오래된 와인의 코르크 마개는 어떻게 상하지 않고 유지된 걸까요? 바로 다시 코르크 마개를 끼워넣는 ‘리코르킹 recorking‘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코르크 마개라도 20년이 지나면 조직이 물러지고 틈이 생겨 기능을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촘촘한 수천만 개의 작은 방이 커지거나 방과 방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르크를 바꿔주는 겁니다. - P294

코르크 마개의 사용을 이끈 샴페인의 아버지 동 페리뇽은 와인 라벨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는 샴페인의 생산 연도, 원산지, 포도 품종 등의 정보를 양피지에 기록한 뒤 그것을 가죽끈으로 병의 목에 매달았습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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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메네르는 보르도에서 멸종한 뒤 칠레에서 부활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에서 옮겨 갔지만, 프랑스보다 활짝 꽃을 피운 포도 품종도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말벡입니다.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great traveler of passed centuries‘ 라 일컬어지는 검은색 제왕이 ‘말벡‘ 포도입니다. - P215

크로아티아에서 거의 멸종상태인 ‘츨레낙 카스텔란스키‘와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에서 재배되고있는 ‘프리미티보‘,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는 진판델‘이 한 품종이라는 사실이 유전자 검사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 P221

진판델은 포도송이가 크고 포도 넝쿨도 아주 튼튼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같은 포도송이에 달린 포도알의 숙성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같은 송이에서도 완전히 잘 익은 포도가 있는가 하면 채 익지 않은 포도, 너무 익어서 수분이 거의 증발된 건포도 같은 알들이 함께 매달려 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서는 이런 포도틀 가려내지 않고 함께 섞어 포도주로 만듭니다. 따라서 당도가 높아집니다. 같은 송이지만 여문 상태가 다양하다보니 풍부한 향과 맛이 나오는 것 역시 진판델의 자랑입니다. - P222

산지오베제, 템프라뇨, 카베르네 소비뇽은 이른바 ‘3대 드라이 포도‘로 불립니다. 당도가 적어서 건조하다는 표현을 쓰는 거죠. 피노 누아, 시라, 메를로는 미디엄 스위트라고 해서 중간 정도의 당도를 갖습니다. 반면 말벡이나 진판델은 당도가 아주 높은 포도입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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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포도에서 나온 과즙 농축액 속에는 당분이 20%나 포함됐습니다. 언포도 과즙 1리터 속에는 당분이 200그램이나 들어 있습니다. 효모는 당분이 많으면 활동이 더뎌집니다. 술로 발효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일반 포도주는 단 몇 주면 발효가 끝나지만, 아이스 와인 발효는 3~6개월 정도 걸립니다. 발효가 완료돼도 당분 함유가 워낙 많아서 최종 완성된 아이스 와인의 알코올 농도는 8~12% 수준에 그칩니다. 맥주보다는 진하되 정통 포도주보다 도수가 약하면서도 꿀처럼 달콤한 술이 어디에 쓰이겠습니까? 최고의 디저트 와인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아이스 와인은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 P87

요즘 로제 와인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골고루 생산됩니다. 미국의진판델Zintandel 포도로 만든 로제도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유럽 와인 생산국은 로제의 명칭을 저마다 다르게 부릅니다. 스페인에서는
‘로사도Rosado‘, 독일에서는 ‘바이스헵스트Weissherbst‘, 오스트리아에서는 ‘실허Schilcher‘라고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사토Rosato‘, 색깔이 좀 더 짙어지면 ‘키아레토Chiaretto‘ 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로제는 화이트 와인처럼 시원하게 보관해서 마시면 됩니다. 앞서알아본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 대신 식전주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 P96

브랜디는 코냑 같은 포도주 증류주를 말합니다. 도수가 40~60도로 알코올 함량이 높다보니 이를 와인에 섞으면 장기 보관이 가능했습니다. 강화 와인은 일반 와인에 알코올 원액 또는 오드비Eau de vie (브랜디 원액)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18% 이상으로 높인 와인입니다.
여기서 셰리와 포트의 구분이 나옵니다. 스페인에서 만든 강화 와인을 통칭해 ‘셰리 와인Sherry Wine‘이라 부르고 포르투갈의 강화 와인은 ‘포트 와인Port Wine‘이라 부릅니다. 셰리 와인이 발효 후 브랜디를 첨가한 주정 강화 와인이라면, 포트 와인은 발효 중에 브랜디를 첨가하는것이 차이점입니다. 드라이한 셰리는 주로 식전 와인으로 이용되고 보다 달콤한 포트 와인은 식후주로 많이 쓰입니다. - P99

아마로네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라는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을 말합니다. 황태 덕장에서 명태 말리는 것을 떠올리면 되는데, 맛있는 황태로 변신하기 위해 가을에 잡은 명태를 대관령 덕장에서 겨우내 눈과 바람 속에서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와 흡사하게 포도를 대나무 덕장 같은 선반에 말린뒤 고당도로 정제된 상태에서 레드 와인 만드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것을 아파시멘토라 부릅니다. - P104

뱅쇼가 와인을 끓인 것이라면 상그리아는 레드 와인으로 만든 시원한 음료입니다. 상그리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통 음료로 출발했습니다. 스페인어의 ‘상그레sangre‘는 ‘피‘입니다. 상그리아는 ‘피를 나눠주다‘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피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에서 즐긴다는 의미가 그 안에 녹아 있습니다. 무더운 스페인의 여름날 집으로 초대한 손님에게 시원한 상그리아 한 잔을 내놓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일입니다. 그 손님은 피를 나눌 만큼 가깝게 여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상그리아를 준비한 사람이나 초대받은 사람이나 서로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임을 상징해주는 음료가 되는 것입니다. - P109

브랜디는 화이트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로, 과실을 발효한 술을 증류해서 만드는 증류주로 정의됩니다. 알코올 도수는 35~60도로 비교적 독한 술이며 유럽에선 주로 식후주로 널리 사용됩니다. 브랜디의 어원은 네덜란드어 ‘브란데웨인 Brandewijn‘에서 나왔는데 ‘불에 태운 와인‘이란 뜻입니다. - P113

코냑의 제조 과정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포도를 수확해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그해 가을 만든 와인을 그 겨울에 증류하기 시작해 2~3개월 후 봄이 되면 증류를 마무리해서 생명수라 불리는 오드비를 얻습니다. 이후 오크통에서 숙성시킵니다. - P114

세상에 존재하는 품종 가운데는 오랫동안 숙성하고 보관할 힘은없지만, 과육의 향이 워낙 빼어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과 섞어서 포도주를 만들면 당연히 장기 숙성과 장기 보관이 가능하겠지요. 보르도의 명품 와인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카베르네소비뇽과 메를로Merlot라는 포도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흔히 알려진 이름인 마고, 라투르 Latour, 무통 로칠드 같은 슈퍼 1등급 와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딸보Talbot 같은 와인도 대부분 적게는 60%, 많게는 70~80%까지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재료로 해서 만들어진 포도주입니다. - P119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특징이 뚜렷한 품종입니다. 전자는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작은 전형적인 장기 숙성 와인용 포도 품종입니다. 후자는 껍질이 얇은 대신 과일 향이 매우 강한 품종으로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좋은 향을 냅니다.
그런데 레드 와인의 경우 ‘보르도 스타일‘ 제조 방식이 존재합니다.
특징이 뚜렷하게 대조되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혼합해서 만드는 방식입니다. 보르도의 유명한 와이너리들 대다수는 보르도 스타일로 붉은 포도주를 만듭니다. 특징이 완전히 상극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섞어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합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매개체 혹은 가교가 있어야 합니다.
카베르네 프랑이 보르도의 다리 역할을 하는 품종입니다. - P133

보르도 스타일은 카베르네소비뇽과 메를로의 혼합 방식으로 레드 와인을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그 사이를 잇는 카베르네 프랑과 프티 베르도는 각각 독자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카베르네 프랑은 와인을 밝게 해주며 향도 훨씬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프티 베르도는 포도주의 골격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 P134

무통 로칠드는 워낙 유명한 이야기를 많이가진 명문 와이너리입니다. 1855년 최초 등급 선정 당시엔 2등급이었는데 끈질긴 노력 끝에 1973년 1등급으로 승급한 이야기부터 해마다 저명한 화가의 그림을 와인 병 라벨에 쓰는 것 또한 널리 알려져 있죠. 또한 무동 로칠드는 보르도 스타일의 가장 상징적인 와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대개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50~70%, 메를로 30~50%, 나머지로 카베르네 프랑 혹은 프티 베르도 중 하나를 같이 섞어서 만들지만 무통은 다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기본으로 혼합하고 블렌딩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카베르네 프랑과 프티 베르도 두 품종을 모두 같이 혼합합니다. - P135

동인도회사의 두 번째 총독인 사이먼스 반데르 스텔Simons Van der Stel은 포도 농사와 와인에 남다른 지식과 열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포도 재배의 최적지를 찾아냈는데, 바로 케이프타운 부근 해발 200~400미터 조건을 갖춘 천혜의 땅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스텔의 숲‘이라는 뜻으로 스텔렌보스‘라 지었습니다. 그때 스텔총독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위그노종교 난민들이 그곳으로 하나둘 스며들어와 정착했던 것입니다. 위그노 난민들은 그냥 몸만 오지 않았습니다. 포도재배와 포도주 양조 기술까지 가져온 덕분에 케이프타운 지역 포도주 양조 수준은 단숨에 프랑스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 P152

슈퍼 토스카나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자유롭고 실험정신이 강한 토스카나 지방 와인 제조업자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 와인 제조의 전통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새로운 기법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산지오베제 품종과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의 프랑스포도 품종을 섞어서 만들거나 심지어 산지오베제를 완전히 배제하고만들어진 최고급 와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 P185

자! 시라는 어떤 포도일까요? 한마디로 가장 타닌이 강하면서도 향이 진한 포도입니다. 시라는 서리와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랍니다. 그래서 양조용 포도 재배가 가능한 모든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라는 향이 정말 매혹적입니다. 블랙베리와 후추, 숯, 바닐라, 버섯, 초콜릿 냄새까지 다양한 향을 지닌 포도입니다. - P194

기독교 세력의 투쟁은 AD 718 년부터 1492년까지 계속됐습니다. 기독교 국가의 영토 확장을 ‘레콩키스타Reconquista‘ 라고 합니다. 1492년은 레콩키스타가 완성된 해입니다. 그리고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이 연합해 스페인 왕국이 최초로 건립된 해이기도 합니다. 레콩키스타가 완성되기 이전 수백 년 동안 이미 가톨릭 세력권에 들어간 스페인 북부에선 포도주 생산이 빠르게 회복, 발전됐습니다. 그라나다 왕국이 멸망하기 전인 1300년대엔 ‘세리‘라는 주정 강화 와인이 멋진 전통의 막을 열었습니다. 셰리를 스페인어로는 ‘헤레스Jere‘ 라고 부릅니다.
1492년은 세계사에서 또 하나의 획을 그은 연도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왕국의 공식 허락을 받은 39세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로 첫 항해를 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유럽, 호주, 미국과 함께 세계 4대 생산 지역이 된 남미의 포도주 산업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 이후 빠르게 성장합니다. - P200

1860년경 시작돼 19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유럽 와인의 잔혹사입니다. 프랑스에서만 전국의 포도나무 64%가 괴사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는 필록세라를 퇴치하기 위해 현상금을 내걸었습니다. 농약 살포 등 수백 가지 박멸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없애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가다가는 모든 포도나무가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시점, 프랑스에서 돌파구가 나왔습니다. 마침내 찾아낸 해결책은 바로 교배였습니다. 이미 수천 년간 필록세라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미국 포도나무의 뿌리와 프랑스의 포도나무 줄기를 교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P203

필록세라의 난은 세계 술 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원산지 명칭 제도AOC가 생기게 됩니다. 필록세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프랑스입니다. 질 좋은 프랑스 포도주의 품귀 현상이 생기면서 원산지나 양조자를 속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와이너리의 소재 지역과 가문 이름을 명시하는 제도가 생겨난 겁니다.
둘째, 유럽의 포도밭이 전멸하면서 쉽게 사 마실 수 있는 독일 맥주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의 맥주 문화는 오랜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스코틀랜드 위스키도 그 귀한 가치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셋째, 스페인에서 좋은 와인이 대거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피레네산맥을 넘어스페인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이 빼어난 양조 기술을 갖고 이주해왔습니다. 피레네 남쪽은 필록세라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입니다. 넷째, 유럽 토종 포도 수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와인 생산국에서 줄기는 유럽수종을, 뿌리는 필록세라에 강한 미국 동부 수종을 교배해 새로운 포도나무를 탄생시킨 겁니다. 다섯째,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유럽 토종 포도나무의 전통을 지켰습니다. 이곳은 안데스산맥과 태평양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덕분에 필록세라의 피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습니다. - P203

스페인은 포도 재배 면적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포도 농장은 대부분 ‘그린 하비스트green harvest‘ 라는 방법으로 재배하는데, 포도나무의 잎이 포도송이로 가야 하는 태양광선을 가리지 않게 하려고 잎을 제거해줍니다. 반면 스페인은 잎을 무성하게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캐노피 매니지먼트 canopy management‘ 방법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스페인의 햇빛이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캐노피 매니지먼트로 포도를 재배하면 자연히 수확량은 떨어집니다. 스페인이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슷한 규모의 포도주를 생산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두 나라보다 훨씬 넓은 포도 재배 면적을 확보하고있다는 뜻입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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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가 가장 즐겨 마신 와인은 바로 ‘샤토 샤스스플린Château Chasse-Spleen‘ 이라는 보르도 와인입니다.  - P43

1820년 이 와이너리의 소유주였던 뤼크레스와 카스탱 드 푸조 부부의 의붓딸이 바이런경 이야기를 해준 것이 작명의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바이런이 유럽 남부 지방을 누비며 혁명을 지원하다가 프랑스 보르도에 잠시 머물게 됐는데 와이너리를 경영하던 증조부로부터 성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때 마신 와인에 대해 바이런경은 우울증 혹은 슬픔spleen을 쫓는chasser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말로 와인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이 일화는 곧바로 와인과 와이너리의 작명으로 이어졌고 샤토 측은 ‘샤스스플린‘이란 어휘를 고유명사화해 저작권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 P44

따라서 레드 와인 가운데 벽돌색을 띠면서 맛과 향이 변하지 않았다면 일단 매우 좋은 포도주임을 말해줍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 와인 역시 노란색을 띠거나 황금색에 가깝게 숙성됐는데 맛이 여전히 향기롭다면 좋은 제품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 P65

프랑스 정부는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 한해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는 저작권을 확보했습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발포성 와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샴페인이란 이름을 붙일 수는 없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각각 고유의 명칭이 붙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젝트Sekt‘,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Spumante‘,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
혹은 ‘에스푸모소Espumoso‘ 로 각각 다르게 명명해서 출고합니다. 프랑스는 2015년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 와이너리와 지하 와인 저장 동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렸습니다. - P69

‘흰색으로 만든 흰색‘과 ‘검은색으로 만든 흰색‘을 구분하는 것도 기억하는게 좋습니다. 프랑스어로 흰색으로 만든 흰색‘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 부르는데 샤르도네 청포도로 만든 샴페인을 이를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반면 붉은 포도인 피노 누아로 만든 샴페인의 경우 검붉은 포도로 만든 발포성 화이트와인이라는 뜻에서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라고 부릅니다. - P70

샹파뉴 방식으로 만들되 지역이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통칭해서 ‘크레망Crémant‘ 이라 부릅니다.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샹파뉴 방식 스파클링와인은 ‘루아르 크레망Crémant de Loire‘, 부르고뉴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부르고뉴 크레망Crémant de Bourgogne‘ 이라 칭합니다. - P77

쉽게 말해 병에서 발효하는 과정이 샹파뉴 방식의 가장 기본이지만, 병이 아닌 대형 탱크에서 발효시키는 등의 다른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샹파뉴 방식을 따르지 않고 제조된 프랑스 내의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통칭해서 ‘무쇠Mousseux‘ 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전체 스파클링 와인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소량입니다. 주로 남서부 보르도 동쪽의 가이약 지방에서만 이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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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의 와인 문화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된 전쟁이 있습니다. 바로 십자군 전쟁(11세기 말~13세기 말)입니다. 200여년 동안 계속된 전쟁 기간 내내 십자군은 포도주의 원조인 중동 지역에서 신종 포도나무를 대거 가져옵니다. 그때 옮겨온 포도나무 종자가 사실상 오늘날 서유럽에서 재배되는 포도 수종의 원조가 됐습니다. - P22

수도원과 수도승은 중세 포도주 산업을 크게 성장시켰습니다. 당시 유럽엔 황무지가 많았습니다. 수도원은 성찬식에 필요한 포도주의 공급을 위해 황무지를 개간해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좋은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교회 수요를 넘어서는 와인을 생산하게 됐고 포도주를 많이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세금이 면제된 수도원으로서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을 확보한 거죠. 수도승은 포교보다는 자신의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읽지만, 종일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합니다. 와인을 만드는 수도승은 보다 향과 맛이 좋은 와인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치즈 만드는 수도승, 옷을 만드는 수도승은 각자 자기 몫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두뇌 집단 혹은 전문 연구소와 같은 성격을 띤 측면도 강합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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