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중국을 통일했을 때 고조선의 변방을 위협하는 바람에 단군조선이 무너지고 위만조선이 형성되었고, 다시 한이 중국을 통일하여 위만조선을 공격하는 바람에 고조선이 완전히 몰락했다. 그러다 한나라가 붕괴되고 중국의 세력이 갈라져 위진남북조 및 5호 16국시대가 전개될 때는 고구려와 백제가 융성하고, 다시 중국이 수와 당에 의해 하나로 통일되면 고구려와 백제가 패망했다. 또 고구려가 멸망한 후 당나라의 약화를 틈타 발해를 일으켰으나 요나라가 중국 대륙의 패권을 장악하면서 발해가 멸망하여 한국사는 한반도로 축소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원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면 고려가 원에 복속되고 명나라가 중국을 통일할 때는 조선이 명의 조공국이 되며, 청이 중국을 통일할 때는 병자호란으로 인한 인조의 굴욕스러운 항복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중국대륙이 하나의 통일국가가 되어 대제국을 형성하기만 하면 한국에는 언제나 위기가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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