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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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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두커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0년 경이다. 새로 입사한 직장에서 1년 내내 일하면서 인스턴트커피만 마셨다. 커피는 졸립지 않게 해 주는 음식으로서 족했다. 학교 다닐 때는 밤 새워 논문을 쓸 때 필요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야근을 할 때 꼭 필요한 존재였다. 집중력 증강에는 이보다 좋은 음식이 없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할 때에 집중이 잘 안 되어 탕비실에 커피를 타러 갔다. 그런데 마침 인스턴트커피가 다 떨어지고 없었고, 옆에 'M'으로 시작되는 인스턴트커피 통과 비슷한 통이 있길래 열어보니 커피 가루(?)가 보였다. 나는 컵에 무심코 한 숟갈 떠 넣었고, 뜨거운 물을 타서 젓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녹지 않더라. 병에 외국어가 마구 써 있는 걸 보니, '아, 수입 인스턴트커피는 이런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냥 뜨거운 물에 섞인 가루를 씹어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를 본 회사 선배님이 황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그게 바로 원두커피를 갈아 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게 뭔지 몰랐다. 그러고 나서 그 선배님 손에 이끌려 직장 근처에 있는 '커피 꼬모'를 찾았다. 거기서 처음 원두커피란 게 무엇인지 알았다. 원두커피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사먹는 고급스러운 음료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것을 마시게 되다니, 나에게는 문화충격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마셨던 원두커피가 더치커피였다. '커피 꼬모' 더치커피의 그 쫀득한 향과 맛, 아직도 나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과 비슷한 커피는 어느 커피집에도 없었다. '커피 꼬모', 지금은 '구대회 커피'의 맛에 중독된 순간이었다.

  세계일주를 하신, TV의 여행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하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장님이란 것만 알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나는 아는 게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커피를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셨는지,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고 마셔야 하는 커피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커피는 단순히 바리스타 자격증만 취득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성을 다 쏟아야 완성된 작품이 나옴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커피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데에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모습을 알게 되니 사장님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되었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가배무사수행기였다. 단순히 문자를 읽어나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자에서 '맛'이 느껴졌다. 가배무사수행기만 세 번을 읽었다. 현란한 형용사나 어휘를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간결한 문장 속에서 커피의 맛이 느껴졌다. 마시지 않고, 단순히 문자를 읽어들이고도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어휘적 표현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커피란 이런 것이구나, 일본 여행을 자주 하는 나에게 일본에 대한 새로운 문물을 알게 해 준 글이기도 했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본에 갈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이 말씀하신 그 카페를 꼭 들러 마셔 보리라 마음먹었다.

  커피집은, 그렇게 쉽게 할 만한 점포는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사방에 커피집이 생기니까, '아, 자격증만 있으면 되게 쉬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커피 맛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서, 작가님의 노력을 보면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자신이 목표한 것에 대해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히 성취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커피라는 흥미로운 음료를 소재로 하여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심오한 것은 아니다. 가볍다. 가볍지만 맛깔나고 삶의 소소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는 책이라 생각해서 서평을 쓴다.

  나는 내일도 '구대회 커피'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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