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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다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공리 주연의 영화를 이미 본 터라 뭐가 그리 특별한가 싶어 읽기 시작했다. 담백한 문체에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 쭉 이어지길래 영화를 못 본 사람들의 호들갑인가 하면서 읽다 쉬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내용이 뒤로 갈 수록 영화와는 상당히 흐름이 달라진다. 도박을 하다 패가망신했지만 공산주의가 들어서며 지주들이 처형 당하는 화를 면하는 부분까지는 비슷하지만 이후 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 영화는 분량상 각색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리라. 특히 아들이 죽는 과정과 이를 숨기는 주인공, 부인의 죽음 등은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또 영화에서는 딸이 출산을 하다 죽고 손자를 두 사람이 키우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던 걸로 기억하는 데 소설에서 비극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연속적인 불행이 한 사람에게 닥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행은 끊이지 않고 이어 진다. 그리고 이 불행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불운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적 흐름과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그 시대 중국 인민들 모두의 고통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어느 중국인 역사학자는 지난 100년 동안 중국이 겪은 고통을 거대한 농촌 사회에서 현재 자본주의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아편 전쟁에서 중국이 영국에게 패한 것은 중국이 크기만 할 뿐 거대한 농촌 사회의 집합체일뿐이기때문이고 이런 중국을 법률,금융시스템 등이 뒷받침하는 자본주의 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와 이에 따른 고통이 뒤따랐다고 말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공산당의 집권과 이에 따른 여러 정책 그리고 실패 마침내 자본주의 도입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수많은 인민의 고통과 희생이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결론 내린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소설 인생은 거대한 중국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이유도 모른 채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한 개인의 모습과 이를 견뎌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려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그렇지만 주인공은 불평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계속 삶을 살아나간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음에도, 자신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슴에도 쓸모없는 소를 새로 사서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은 포기나 절망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버텨내는 평범함 속에서 살아 있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버거운 현실 속에서도 이를 버텨내는 모든 사람들이 작은 위로라도 받기를,그리고 스스로가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