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Honourable Schoolboy (Paperback) - 『오너러블 스쿨보이』 원서
John Le Carre / Penguin Books Ltd / 2018년 9월
평점 :
존 르 카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작품이라면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빼놓을 수 없다.
작가 자신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 4편 중 하나로 이 작품을 선정했다.
(다른 3편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콘스탄트 가드너, 테일러 오브 파나마)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는 영국 정보부 내에 소련 스파이가 침투해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그리고 사실이라면 그 스파이가 누군지를 밝혀내는 이야기가 주된 테마이다. 주인공 조지
스마일리는 정보부 내에 있는 스파이,속칭 두더지를 잡아내는 작전을 펼치게 되고 이 두더지를
조종하는 상대는 소련 스파이 카를라를 상대하게 된다. 결국 두더지를 잡아 내는데 성공하지만
정보국은 엉망이 된 상태이고 스마일리는 조직의 재건과 더불어 소련 스파이 카를라에게 타격을
주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홍콩을 비롯한 동북아에서 움직이는 소련 자금 추적을 개시한다.
이를 위해 제리 웨스터비라는 스포츠 기자를 파견 그를 통해 드레이크 코라는 인물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2부는 바로 이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부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그리고 3부인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이미 다 읽고 마지막에 2부인
이 작품을 읽은 터라 그런지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3부인 스마일리의 사람들이 워낙 인상적이라 더더욱 그랬다.(개인적으로는 1부 팅커 테일러보다 3부가 더 압도적인 긴장감을 보여줬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조지 스마일리가 조연에 그친 탓인지 1부나 3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조용하고 천천히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사건을 물고 늘어지거나 사람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탁월했던 스마일리와는 달리 2부의 주연인 제리 웨스터비는 여성 편력이 심하고 자유 분방한 느낌이라 이 작품은 3부작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라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배경이 영국이 아닌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그리고 중국인 탓도 있으리라.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는데 한참 걸렸다. 읽다 쉬다 하면서 겨우 완독할 수 있었다. 카를라 3부작 가운데 가장 덜 알려진 이유가 납득이 갔다. 그렇지만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 또한 쉽게 폄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조연에 그치지만 스마일리를 비롯한 영국 정보부는 후방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고 피터 길럼, 코니 삭스 등 다양한 인물들의 면면을 상세히 비추면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어떻게 보면 스마일리를 조연에 배치하면서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늘린 부분이 이런 의도가 아닐까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역시 존 르 카레의 작품이라는 점을 실감케한다. 냉전 시절 차가운 북해를 배경으로 한 회색빛 배경이 홍콩으로 바뀌었을 뿐 감상주의는 있을 곳이 없는 냉정한 현실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이겼슴에도 결코 승리를 만낀하지 못하는 스마일리를 비롯한 정보국 인물들을 보면서 승리에 대한 공헌이 그 영광을 함께하는 걸 보장하지 않는 모습은 어쩌면 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현실이 아닐까 생각마저 들게 한다. 카를라 3부작 가운데 가장 주목을 덜 받는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