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ughterhouse 5 : Discover Kurt Vonnegut's anti-war masterpiece (Paperback) - 커트 보니것『제5도살장』원서 Vintage Classics 742
Kurt Vonnegut / Vintage Books Ltd.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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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당시 프랑스를 6주만에 함락한 후 독일은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본토 항공전을 개시 영국 공군과 전투를 벌이다 이후 목표를 바꿔 런던 폭격을 시작한다.물론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영국을 굴복시키는데는 실패한다. 그리고 전황이 바뀌어 동쪽에서는 소련이, 서쪽에서는 영미 연합군이 독일 본토로 진주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국 공군이 독일 본토를 폭격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는 드레스덴 공습이 꼽힌다. 


드레스덴은 독일에서 아름다운 문화 유산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영국 공군은 이곳을 폭격,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소이탄을 사용한 결과 화염 폭풍이 일어났고 이에 인명 피해는 엄청났으며 수백년에 걸쳐 형성된 아름다운 도시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이곳 포로 수용소에 포로로 잡힌 미군 병사가 살아 남은 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제 5 도살장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반전 소설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제목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읽기는 처음이다.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너무나 쉬운 문장을 구사한다는 사실이다.불필요한 형용사나 부사의 사용은 자제하고 주인공의 행동과 상황만을 묘사하는데 치중한다.그런 가운데 해학과 유머가 반짝인다.(인생 뭐 별거 있어? 뭐 이런 느낌?)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태도는 어쩔 수 없는 전쟁과 그 트라우마 속에서 이를 버티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닐까하는 느낌이 사뭇 강하게 들도록 한다.


주인공 빌리는 미군 병사로 서부 전선에 투입된다.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여러 상황을 거쳐 당연하게도 독일군 포로로 잡히게 된다. 전쟁에서 살아 남은 그는 이후 안경사로 성공하게 되고 사회에서 부족할 것 없이 지내게 되지만 그의 내면 세계는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고 시간을 마음대로 넘나들게 되면서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무작위로 오가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마침내 드레스덴 공습 당시로 향하게 된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죽음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묘사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개인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희화화시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효과를 증폭시킨다. 이런 부분에서는 소설 캐치 22를 떠올리게 한다.(캐치22가 무슨 뜻인지는 영영사전에 올라와 있다. 이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 이 제목 자체가 아예 사전에 등재된 케이스다.)


2차 대전의 메인은 동부 전선이고 서부 전선은 곁가지에 불과하다.그럼에도 서부 전선을 배경으로 한 반전 소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영미측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증이 아닌가한다.하지만 전선의 규모가 작다고 해도 거기에 속한 한 개인이 받는 충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특히 단기간에 이 정도로 민간인 사망자가 많은 폭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심지어 전략적 요충지가 아닌,보복성 혹은 소련에 대한 시위의 목적이라는 의견마저 있다!) 살아 남았지만 아직도 전쟁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면과 외계인과의 조우를 주장하는 모습은 겉으로는 해학과 유머로 가득한 문장이 사실 그렇게해서라도 자신과 주변 상황을 왜곡시켜야만 버틸 수 있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이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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