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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 챗GPT의 실체부터 AI의 진화와 미래까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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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것들을 모두 따라잡으며 살아왔는데, AI와 챗GPT에서 막히더라구요. 이건 그냥 모르고 살아도 되겠지하면서 넘기려했는데, 그러다가 70대 되서 주민센터가서 정보화교육 받게 된다고 친구가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구입해봅니다. 강연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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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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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도피, 같기도 한 독서행각이 제법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책 사주는 재미도 있고, 알라딘 적립금을 쓰는 재미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잠시 머리를 쉬고 싶을 때, 집어들게 되는 책들이 몇권 있었다. 그중 표지사진부터가 너무나 맘에드는 이 책, 은 두번에 걸쳐서 읽고 있는 중.. 저자인 교수님께서 직접 찍으신 사진인데, 표지사진 뿐만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진들이 아주 좋다, 범상치 않다.. 유치한 생각이지만, 공부를 아주 많이 하면, 머리에 든게 정말 많으면, 사진도 훌륭해지는 것이 맞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이 밝히기 좋아하는 그 흔한 카메라 기종도 밝히지 않으신 것으로 보아,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이 아니라, 세상을 담는 '눈'과 '마음'의 성능으로 찍으신 것 같다..  

오타루 운하를 찍은 책 표지사진이 주는 뭉클함은 뭘까,, 싶다. 훗카이도, 란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는 않았다. 다들 '그것'때문에 간다는 영화 '러브레터'를 보지도 않았고,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본에 갈꺼면 이른바 '왜색'이 제대로 묻어나는 도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탓에, 꺼려지는 일본의 몇 곳 중의 하나였지 싶었던 오타루. 이책을 보면서 새삼 일본 열도의 사진을 하나 출력, 자리에 붙여놓았다. 도교, 오사카, 쿄토 같은 혼슈가 아닌 곳에, 가보고 싶은 곳이 갑자기 많아져버렸다. 가다가다 갈데가 없으면 가는 곳이 아니라, 작정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지하게 들게 한 것은,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근대산업유산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물론, 요꼬하마의 아카렌카 창고, 도 그 중의 하나이고, 그건 얼핏 보기도 하였지만, 제법 이미 자리를 잡은 그곳보다는, 이제 막 태어나려고 하는 혹은, 조용히 소리없이, 이른바 아는 사람만 가서 느낄 수 있는 무엇을 내가 마치 그 아는 사람인것처럼 가서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 한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가 난리를 치던 시절, 그 책을 끼고 '고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들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권 옆에 끼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걸어걸어 저 모퉁이를 돌면 나타날 것만 같은 그곳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어지니, 세상 모든 돌아가는 일을 쉽게 말하고 말 것은 아닌게 맞다..

내 기억에 근대산업문화유산, 에 대해서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 석사시절, 목원대 김정동 교수의 '근대건축론' 시간이었지 싶다. 오래된 정미소, 6.26 전쟁 시절의 탄창고, 또,, 뭐더라. 쉽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을거친 우리나라인만큼, 이 땅 어딘가에서 분명 한 생을 다 바치고 서 있는 무엇이 있음에 분명하다. 대체로 그것을 부수자, 없애자의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어떻게든 그것의 의미를 살려보자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좌절에 빠졌던 것이 있다면, 우리는 일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세상에 어쩜 이런 민족이 있을까 싶게, 다르다. 벤치마킹을 한다해도, 우리는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가 없는게 맞다.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정말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착한 마을 사람들의 협조와 자원봉사, 열정이 컸다. 그건 훔쳐올수도, 베껴올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갑문을 보전하여 경관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을 보다가, 어쩐지 낯이 익어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벼랑위의 포뇨'에서 엄마가 달려주시던 그 바닷물이 막 들어오던 찰나의 바로 그곳, 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갑문, 이 이런거였구나, 나는 또 새삼 백치가 되어 감탄을 하고, 애니매이션에조차, 지금의 일본이 있기까지의 산업유산들이 잊혀지지 않고 풍경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니, 또다시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는.. 아무튼, 도대체 뭘먹고 자라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면, 이런 생각들이, 이런 가치관들이 보편적으로 가능하게 되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일본이란 나라, 에 대하여 제대로 외경심을 가질 수밖에. 탄광마을, 운하마을, 방적마을, 여관마을까지, 다양하게 일본의 근대화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하나의 시대동력이,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있는 풍경, 과 참, 남의 교수님이 어찌나 이렇게 부러운지,, 싶은 다소 불경한 생각도 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책. (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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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미학 - 혼돈과 질서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47
아시하라 요시노부 지음, 민주식 옮김 / 소화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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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책을 읽다 물어본 질문에 애들도 다들 갸우뚱,, 사실 나도 긴가민가 한 그것은, 바로 '아시하라 요시노부' 할아버지가 아직도 살아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은게 학부 3학년 때이고, 그때도 이미 한참 지긋하신 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니, 나로서도 긴가민가 할 수밖에, 참 여러번 본 책인데도 머리에 남겨두지 못했던 그 분의 약력을 작정하고 들여다보니,1918년생, 그리고 아직도 '~'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살아있으심이 분명한 분이다.. 늘 책을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꿈'처럼 나오는 소망이 하나 있어 먼훗날 어떤 사람이 '누가 그것을 썼을까' 싶은 의구심에 서점을 갔더니, 바로 '그것'에 대해서 쓴 사람이 혹은 '그것'에 대해서 쓴 책이 '딱' 하나 있을 때, 내가 그 주인공이고 싶다는 거였는데, 어떻게 보면 아시하라 요시노부, 이 분의 경우가 참 적절한 예이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뒤져보고 찾아본다면, 도시의 외부공간,에 대해 무엇을 쓴 사람이 어찌 없을까싶지만, 뭐랄까, 그냥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책, 은 여전히 이것 하나임이 분명한 것 같다.. 

첫장부터 내내 헛웃음이 나왔던 것은 94년도에 쓴 이 책 '도쿄의 미학'에서 아시하라 요시노부 교수가 개탄해 마지않고 있는, 이른바 도시가 망가지고 있는 사례, 란 것이 바로, 우리 연구실이 작년에 '입체복합개발' 때문에 휩쓸고 다녔던 시오도메 즉, 신바시 구 조차장 재개발에 대한 것이었다는 것, 아마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개발결정이 난 모양인지, 참으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야기가 매 장마다 꼭꼭 등장을 하더라는. 변화하는 도시개발방식에 따라 사라지는 도시 외부공간, 을 어떻게든 지켜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요지였는데, 후후, 우리는 그곳에 무슨 또 새로운 외부공간이 태어난양, 가서 보고 찍고 적고, 모으고, 그러고 있다는게 조금 맥빠지기도 하고, 훌쩍 건너뛰어 모면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닌지라,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근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시간차가 무려 십년을 넘어버리니 이쯤이면, 시행착오, 라기보다는 '바보짓'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참 기분이 그렇더라는 말씀..

전체발상적인 도시와 부분발상적인 도시, 물론 당연히 일본은 '부분발상적'인 도시에 해당되겠지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쪽일까를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것도 전체발상이라 쳐준다면 '획일화' 하나만큼은 정말 세계 1위일테고, 그것도 부분발상적이라고 쳐준다면, '난잡함' 도 그에 뒤지지 않을것이니, 결론적으로, 사람과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라기보다, 철저히 정치, 행정관료의 입장에서'나 꼴리는 대로' 만들어보자는 관점에 지극히 충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숨겨진 질서'가 있는 도시, 도쿄에 공감한다. 그 숨겨진 질서에 대한 애정을 '자랑이 아닌 것처럼' 영리하게 풀어내는 이 일본인에게도 감탄하고 말이다..

물론 아시하라 요시노부 교수 또한, 공부를 그쪽에서 많이 한 탓인지,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에 대한 동경을 내내 숨기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좀 아닌데..' 싶은 생각도 들었고, 왜 잘나가다가 '삐딱하지' 싶은 구절들도 없다할 수 없겠으나, 일단 늘 '건축의 외부공간' 그 책만 보아오다가, 이 사람이 쓴 책이 또 있었다는 것부터가 반가왔고, 그저 교수려니 생각만 했었는데, 몇번 가보지 않은 일본여행에서 두번 가본 긴자 소니룸, 이 이 사람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설계하는 사람이었구나..' 비로소 생각했다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작가의 약력을 꼼꼼히, 반드시 꼼꼼히 챙겨봐야할 일이다,  이런 책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 물론, 일본의 경우에 한해서 - '교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착각도 피하기 위해선 말이다..(2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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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컬러판) - 광역시의 정체성을 찾아서
김민수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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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에서  단연 '두껍다' 무려 56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 책을 쓴 김민수, 란 사람에 대해서 얄팍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논문에 친일행적 조각가들을 언급했다가 미움을 받아서 재임용에서 탈락, 오랜 시간 복직 운동을 해서 기어코 서울대 강단에 다시 선 서울대 미대 디자인 전공의 교수님, 이라는 것 정도. 뭘 그렇게까지 친일행적, 에 파르르 떨어서 밥줄까지 떨어지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꺼다. 친일이니 매국노니 이런 말들이 별 감흥없이 지나가버리게 된 건 왜일까. 서정주 시인이 그러하고, 안익태가 그러하고, 최근의 일이라면, 친일은 아니지만, 정말 인성이 의심되기까지 했던 정명훈씨의 프랑스에서의 발언, 이 그러하고, 그냥 인간이 어떤 경지에 이르거나, 어떤 위업을 달성했다 싶으면, 그 업적과 그의 견해, 행동을 그냥 편하게 따로 보자.. 식으로 나도 생각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깨닫는다.

아무튼, 그런 기질의 사람이 쓴 책이니, 당연히 어떤 베이스를 깔고 책이 진행이 될지는 반틈 먹고 들어간 셈이고, 그래서 그가 지적하고 통탄하는 내용에 대해서 그다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들과 이론, 그리고 고구려 주몽, 의 역사까지 등장하는 치밀한 조사는 정말 존경스럽기는 하더라. 물론 존경은 존경이고, 너무나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많아서, 종종 스킵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기도 했다는 고백도 빼놓지는 말아야지.. 근대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도 같고,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비판적 견해를 읽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다 읽고나면, 도시디자인, 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의구심도 조금은 들었다. 물론 페이지 간간히 공공디자인, 가로 디자인, 도시의 CI에 대한 언급들이 나오긴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을 떠나서 이 사람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시개발을 빗대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개탄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더라.    

언급된 도시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인천,, 여섯 곳. 그 중 가장 흥미있게 본 도시는 개인적으로 울산. 현대중공업의 도시, 현대도시. 정몽준 몰표의 도시, 바로 울산, 후후. 태화강, 이라는 이름이 왠지 '섬진강' 처럼 지릿하게 다가왔다. 이런 류의 책들이 주는 이상한 센치함은 뭘까, 싶은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살려보자고, 다시 살려보자고 뭐든 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것에 동감할 때,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어디서 뭘하든 어지간히도 '정체성' 이 없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을 때,, 수백년을 쌓아온 도시의 켜, 라든가, 장소성.. 같은 참, 돈 안되는 이야기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하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막막함이 불쑥 내 문제로 느껴질 때.. 순정소설을 읽은 것도 아닌데, 센치해져서 민망해지기도 한다.

싫은 것에 대해서 행동할 수 없을 때, 그런 '째비' 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한층 더 울적하게 만드는 이유같기도. 이렇게 글로,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용감하게 써내려갈 수 있기 위해서, 얼마나 걸어다니고 얼마나 조사하고,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해야만 했을까, 싶은 점에서, 한권의 책을 쓴 사람 앞에선 엎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책이 어떻고 저렇고, 는 비교할 책이 한권이라도 내 이름으로 있을 때,, 의 일 아닐까..등등의 책 내용과 하등 상관없는 난데없는 '사색'이 책읽기가 주는 고통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의 책들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일본 산업도시 재생 사례에 관한 책도 그러하고, 창조하는 도시, 란 책도 그러하고, 영국의 탄광도시 세이지 게이츠헤드, 도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절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열심히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끌어왔던, 마치 '워낭소리'의 소와 같은 건축물과 역사적인 현장, 공간들이 조금도 보호받지 못하고, 개발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일제 강점의 두번도 돌아보기 싫은 증거라고 없애고, 산업도로를 내야해서 없애고,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야해서 없애고, 도대체 이 나라는 감사할 줄을 모르는 나라,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소성, 같은, 도시의 켜, 와 같은 거창한 표현을 떠나서, 우리의 생명줄, 밥줄, 탯줄과 같을 도시의 모태적 공간들이 거침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정말 이 정부는 눈하나 '깜빡' 안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건립과 관련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 문제를 지켜볼 일이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도대체 우리나라에 오페라 하우스, 가 몇개나 들어설지도 사뭇 궁금해지고, 잇츠 대전, 울산 포유, 다이내믹 부산, 컬러풀 대구,, 우리나라의 도시 네이밍이 어디까지 갈까, 이젠 긴장까지 된다는. 카메라를 메고 훌쩍 가볼 수 있다면, 인천에는 꼭 가봐야지 싶게, 책 속에 등장한 인천의 근대적 풍경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여행안내서를 본 것도 아닌데, 등장하는 도시의 곳곳에, 그것들이 없어지기 전에, 부서져버리기 전에 꼭 가봐야할텐데,, 조바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면, 어떤 면에선 참 잘 쓴 책인게 맞다..막지는 못하겠지만, 없어지기 전에, 눈에 담아서 기억은 해야지, 하는 사람 하나는 낚았으니 말이다.. (2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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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아웃케이스 없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나츠카와 유이 외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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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못하는 남자'의 아베 히로시, 도 조금 혹, 했으며, 영화 소개글을 보다 찾아듣게 된 이시다 아유미, 의 '블루 라이트 요꼬하마' 도 마음을 동하게 한지라, 보게 된 영화. 노래의 한소절, 인 아루이떼모, 아루이떼모,,는 바로 영화 제목 '걸어도 걸어도..' 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이 노래, 지대로 '엔까' 스럽기도 하고, 우리로 치면 '뽕짝'에 가까워 조금 중독성도 있어 영화를 본 후 한참은 흥얼거리게 될 수도 있다.

15년 전에 죽은 장남의 기일에 맞춰 부모님집에 모인 가족.  의사인 아버지의 기대를 져버리고 미술복원사가 된 차남, 은  애딸린 과부랑 결혼까지 해버렸으니, 아버지와의 시간이 가시방석인게 당연하며, 애까지 달고 온 '중고품' 며느리, 는 자격지심에 눈치만 가득. 그리고 온통 냉소일변도인 엄마한테 '딸려'온 아이에, 이제는 더이상 진료를 할 수 없을만큼 늙은 아버지의 병원을 정리하고 집으로 개조하여, 친정에 얹혀살고 싶은 딸네 식구..까지 모여 장남의 기일을 치루는 1박2일이 잔잔하게, 그리고 '뜻밖에' 유쾌하게 펼쳐지는 영화.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참 우리랑 다르구나, 그리고 또 한편으론 참 우리랑 똑같구나, 였다. 다를 경우의 '우리'라 함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서의 우리이며, 똑같다고 느낄 때의 우리라 함은  그저 '사람' 사는 것은 똑같구나, 싶을 때의 '사람'으로서의 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일에 제를 올리고, 향을 피우고, 인사를 하는 법, 산소에 찾아가 '많이 덥지' 하며 비석에 찬 물을 등목시키듯 뿌려주는 모습은 우리와는 다른 것이나, '뼈빠지게' 일해서 내가 산 집인데 왜 다들 '할머니집'이라고 하느냐는 할아버지의 투덜거림이며,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등에 업은 자식 때문에 조용히 돌아서야했던 할머니의 인내 그리고, 데리고 온 아이에게 끝까지 '군' 이라고 부르는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서운함, 등은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있는 그런 삶의 단면들이었다.. 

오다기리 죠, 의 '도쿄타워'에서 엄마 역할을 맡았던 키키 키린, 은 이 영화에서도 가족의 신산한 삶을 묵묵히 이끌어 온 '엄마'를 또 한번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녀의 표정연기를 보고 있자면, 살아온 인생의 희노애락, 이 어떻게 저렇게 그때그때 얼굴에 다 그려질 수 있을까가, 정말 놀랍다. 죽은 자식을 그리워할 때, 살아있는 자식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할 때, 혼자 몰래 숨어듣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를 틀어놓고 맥주잔을 기울일 때, 목욕하는 남편을 위해 무심히 타월을 옆에 놓아둘 때, 보는 사람의 가슴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만큼, 덤덤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절절한 표정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아들 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는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묻어가는 수준' 이라고 해야할지 후후.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 에서 '가족'으로 나온 배우가 '묻어간다는' 말을 듣는 것이, 타이틀 롤, 이라고 언급되었던 배우에겐 조금 서운한, 잔인한 평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일본영화의 경우, 지명도에 따른 얼굴마담 중심의 캐스팅, 으로 '원톱'을 표방하는 것이 아닌 관록의 연기력과 스토리의 탄탄한 얼개가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원톱을 분별하게 해주기 때문인 듯하다. 이 영화의 가족들도 할아버지부터, 열살 갓 넘는 꼬마애까지 누구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각자의 스토리, 가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얼기설기 능숙하게 엮여지면서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흐름이 영화 한편을 완벽하게 이끌고 나가고 있다는 생각. 이런 탄탄한, 치밀한 스토리를 살리고 또 살아남는 배우가 명배우일 것이며, 이런 스토리를 쥐어줘도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배우는, 지명도나 인기와는 관계없이 존재감 제로의 배우, 가 되는 것일지도. 

15년 전에 바다에 빠진 동네 아이를 구하고 형이 죽었다는 것, 만이 따지고 보면 유일한 이 가족의 '사건'. 이 마져도 그저 '그랬다'는 이야기로만 언급될 뿐, 셈이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영원히 '부재'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남은 가족들에게 각각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남긴 상처, 는 충분히 전달된다. 당장 죽고싶을 만큼, 가슴이 찢어질만큼의 고통스러운 시기, 는 지나, 세월의 흐름만큼 조금은 무디어진 가족,의 죽음이지만, 무디어진만큼, 일상처럼 남은 가족들에게 배어있는 '숨쉬는 것'과 같은 상처, 라고 해야할까. 제삿날이니만큼, '저걸 저렇게도 해먹나' 싶은 다소 희안한 요리과정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역시 제삿날 온가족이 모인만큼 우리네 명절처럼 꽤나 왁자지껄, 종종 요란도 한 영화. 자녀들을 배웅하고 '이제 이번 설에 보겠네' 라고 말하는 부모님과 부모님을 뒤로 하고 탄 버스에서 '이번 설엔 안와도 되겠어, 일년에 한번 보면 됬지' 하던 아들. 딱 그만큼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제목과 같은 그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닿을때까지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그래도 닿지는 못하는, 가족 한 사람의 부재가 그 원인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기에, 우리의 가족과도 같을지 모를, 어떤 가족, 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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