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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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도피, 같기도 한 독서행각이 제법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책 사주는 재미도 있고, 알라딘 적립금을 쓰는 재미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잠시 머리를 쉬고 싶을 때, 집어들게 되는 책들이 몇권 있었다. 그중 표지사진부터가 너무나 맘에드는 이 책, 은 두번에 걸쳐서 읽고 있는 중.. 저자인 교수님께서 직접 찍으신 사진인데, 표지사진 뿐만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진들이 아주 좋다, 범상치 않다.. 유치한 생각이지만, 공부를 아주 많이 하면, 머리에 든게 정말 많으면, 사진도 훌륭해지는 것이 맞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이 밝히기 좋아하는 그 흔한 카메라 기종도 밝히지 않으신 것으로 보아,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이 아니라, 세상을 담는 '눈'과 '마음'의 성능으로 찍으신 것 같다..  

오타루 운하를 찍은 책 표지사진이 주는 뭉클함은 뭘까,, 싶다. 훗카이도, 란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는 않았다. 다들 '그것'때문에 간다는 영화 '러브레터'를 보지도 않았고,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본에 갈꺼면 이른바 '왜색'이 제대로 묻어나는 도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탓에, 꺼려지는 일본의 몇 곳 중의 하나였지 싶었던 오타루. 이책을 보면서 새삼 일본 열도의 사진을 하나 출력, 자리에 붙여놓았다. 도교, 오사카, 쿄토 같은 혼슈가 아닌 곳에, 가보고 싶은 곳이 갑자기 많아져버렸다. 가다가다 갈데가 없으면 가는 곳이 아니라, 작정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지하게 들게 한 것은,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근대산업유산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물론, 요꼬하마의 아카렌카 창고, 도 그 중의 하나이고, 그건 얼핏 보기도 하였지만, 제법 이미 자리를 잡은 그곳보다는, 이제 막 태어나려고 하는 혹은, 조용히 소리없이, 이른바 아는 사람만 가서 느낄 수 있는 무엇을 내가 마치 그 아는 사람인것처럼 가서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 한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가 난리를 치던 시절, 그 책을 끼고 '고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들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권 옆에 끼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걸어걸어 저 모퉁이를 돌면 나타날 것만 같은 그곳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어지니, 세상 모든 돌아가는 일을 쉽게 말하고 말 것은 아닌게 맞다..

내 기억에 근대산업문화유산, 에 대해서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 석사시절, 목원대 김정동 교수의 '근대건축론' 시간이었지 싶다. 오래된 정미소, 6.26 전쟁 시절의 탄창고, 또,, 뭐더라. 쉽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을거친 우리나라인만큼, 이 땅 어딘가에서 분명 한 생을 다 바치고 서 있는 무엇이 있음에 분명하다. 대체로 그것을 부수자, 없애자의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어떻게든 그것의 의미를 살려보자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좌절에 빠졌던 것이 있다면, 우리는 일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세상에 어쩜 이런 민족이 있을까 싶게, 다르다. 벤치마킹을 한다해도, 우리는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가 없는게 맞다.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정말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착한 마을 사람들의 협조와 자원봉사, 열정이 컸다. 그건 훔쳐올수도, 베껴올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갑문을 보전하여 경관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을 보다가, 어쩐지 낯이 익어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벼랑위의 포뇨'에서 엄마가 달려주시던 그 바닷물이 막 들어오던 찰나의 바로 그곳, 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갑문, 이 이런거였구나, 나는 또 새삼 백치가 되어 감탄을 하고, 애니매이션에조차, 지금의 일본이 있기까지의 산업유산들이 잊혀지지 않고 풍경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니, 또다시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는.. 아무튼, 도대체 뭘먹고 자라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면, 이런 생각들이, 이런 가치관들이 보편적으로 가능하게 되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일본이란 나라, 에 대하여 제대로 외경심을 가질 수밖에. 탄광마을, 운하마을, 방적마을, 여관마을까지, 다양하게 일본의 근대화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하나의 시대동력이,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있는 풍경, 과 참, 남의 교수님이 어찌나 이렇게 부러운지,, 싶은 다소 불경한 생각도 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책. (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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