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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위혜정 지음 / 센시오 / 2025년 2월
평점 :
작년에 호기롭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필사하다가 중도에 포기했었어요. 나름대로 일정하게 양을 정하고서 노트에 적었었는데, 하루 이틀 건너뛰다 보니 자연스레 손을 놓게 되더군요. 끝까지 해냈더라면 연말에 이웃님들께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올해도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책을 선정하는 거도 그렇고 작년에 썼던 동물농장을 다시 시작하는 거도 그렇더라고요. 너무 짧게 필사하면 남는 게 없을 거 같고 그렇다고 길게 따라 쓰는 건 또 부담스럽게만 느껴졌거든요.
그러던 차에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너무 길지 않은 문장을 수집하는 거라 이거라면 꼬박꼬박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반가웠죠. 29권의 명저, 69인의 명언 그리고 8개의 명화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담긴 책인데요, 분량이 길지도 않은 데다가 좋은 글귀들이 함께 하니까 좋더라고요.
이 책의 지은이는 고등학교 영어교사이자 브런치 작가인 위혜정이에요. 현직 고교 선생님이면서 창의인성수업디자인 연구회에서 연구 위원으로써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대요. 저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로 처음 만났지만, 그 외에도 필사를 돕는 책을 내셨더라고요. 이 도서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은 어떨까 궁금해졌답니다.
하루에 한 구절씩 명문장을 배달하는 책이나 일력 같은 건 많지만, 나란히 필사할 수 있게 된 타입은 드문 거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몰랐던 건지도 몰라요. 어쨌든 영어 필사를 고민하던 제게 딱 맞는 타입의 책을 만나서 정말 기뻤어요. 무조건 글을 베껴 쓴다거나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로 나누어서 구성되었어요. 2월 중순부터 필사를 시작한 터라 어떤 섹션부터 따라가야 하나 살짝 고민했었지만, 첫 장인 봄부터 시작해서 기록하기로 했어요.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거나 삭풍이 몰아쳐도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려니 하면서요.
매일 적어야 하는 글귀는 그다지 길지 않지만, 계절이 끝날 때는 길고 좋은 문장이 수록되었어요. 따라 적지는 않더라도 읽어보면 좋은 글이죠. 저는 투명 점착 메모지에 따라 쓰고 붙여 볼 생각이에요. 책을 리뷰하려고 대충 둘러보았는데도 한 번 읽고 버리기 아쉬운 글이 계절을 마무리하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책에 직접 필사를 하거나 내용을 적는 걸 꺼려왔던 이유 중 하나는 제본 방식 때문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책을 완전히 펼쳐야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휘어져서 영 불편한데다가 필기 중에 갑자기 파라락 하며 움직여 버리기도 하죠. 그런 일을 막으려면 억지로 활짝 펴서 꾹꾹 눌러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책등에 길게 줄이 가고 심한 경우에는 페이지가 떨어져 버리기도 해요.
하지만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는 사철 제본이라서 정말 편하게 펼쳐서 필사할 수 있어요. 근래에 출판된 영어 필사 도서에는 이런 제본 방식을 택한 곳이 없는 거 같아요. 책이 180도로 활짝 열리니 휘어져서 글을 쓰기 어색한 부분이 없답니다. 그러니 편하게 펼쳐서 글을 읽고 음미하며 적어 나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디자인도 예쁘게 나와서 일 년 내내 소중한 친구로 함께 해도 좋겠어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봄의 첫 문장은 매튜 맥커너히 그림책에서 발췌한 글이었어요. 매일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참 좋더라고요. 저는 좀 예민한 편이라서 일을 하면서 사소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게 저 자신을 좀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뇌리에 맴돌아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매일을 새롭게 리셋하며 선물 같은 날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어요. 전날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또 신선한 아침을 맞는 거죠.
문장은 아주 짧아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상당히 깊죠. 영어로 주어진 문장을 조용히 소리 내어 읽고, 의미를 충분히 생각한 후 주어진 자리에 적어보았어요. 기억력이 짧아서 금세 휘발될지라도 제가 이런 글들을 만났었다는 사실만큼은 뇌와 마음 그 어딘가에 기록될 거 같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읽고 쓰는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오롯이 집중해 정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영어 문장이 수록된 페이지 하단에 아주 작게 던지는 작은 물음도 좋더라고요. 마음에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1Day Sentence. 매일 기록하며 용감하게 세상을 살아가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