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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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마음이 딱 맞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친구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히려 쿵짝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만담 콤비 같은 사이가 딱 좋습니다. 적당히 상대방에 대해 못마땅한 부분도 있어야죠. 구시렁거리면서도 큰일이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친구. 투덜거리면서도 나를 도와주는 친구. 멀리서 보면 싸우는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위할 줄 아는 마음을 표현 못하는 그런 친구 사이가 좋습니다. 특히 탐정 콤비라면 더욱요. 아 참, 이들은 탐정이 아니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탐정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은 탐정이에요. 딱 의뢰를 해오는 사람이 없더라도 말이죠. 뭐 소년 탐정 김전일은 반드시 의뢰를 받아야만 움직이던가요? 그가 있는 곳에 사건이 따라오니 마땅히 해결할 뿐. 자신에겐 걸 명예가 없는지 늘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지만 말입니다. 
이 둘에겐 명예를 맡겨둔 할아버지도 없는데 이상한 걸 보면 호기심을 주체 못하는지 자꾸만 사건을 따라갑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도 모르는지. 수상한 걸 보면 캐내는 습성의 전직 기자와 전직 형사의 콤비라서 그럴까요. 그렇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그러다가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고요.

헤어진 여자친구가 납치, 살해된 사건으로 기자를 그만둔 희윤은 피의자와의 성 추문으로 형사에서 잘린 친구 갈호태의 카페 '이기적인 갈사장'에 얹혀살며 이런저런 잡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자꾸만 꼬이는 사건에 카페를 지키기는커녕 늘 밖으로 나돕니다. 물론 사장이자 친구인 호태와 함께요. 희윤은 무척 진지한 남자입니다. 머리도 좋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좀 까칠하고 불의를 무척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백수. 죽은 전 여자친구의 일은 내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괴롭습니다.  그런가 하면 갈호태는 돈 좀 있는 집안의 아들로 그다지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카페도 구양과 둘이서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카페 종업원 구양은 이름이 구양입니다. 진짜로요. 호태는 호색한인 것 같은데, 말로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호색한의 느낌은 있으나 소설 속에서 때려주고 싶은 정도의 일은 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많은 희윤에 비해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는 추진력 갑인 남자인데요. 진짜 이 정반대 성향인 두 사람 중 하나라도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합이 잘 맞습니다. 

서막인 <두 개의 목소리>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입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릴 수 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그를 조롱하듯이 벌이는 피의 장난은 끔찍한 선물로 마무리되어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안겨줍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후 전개되는 각각의 단편은 유머 코드가 쏙쏙 숨겨져있어서 이불을 덮고 긴장하며 읽어내려가던 저를 실소하게 했습니다. 좀 어이없어 웃은 부분도 있지만, 정말 웃겼던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공부하다 물 마시러 나온 아이에게 냉큼 달려가 그 부분만 이야기해줄 정도로요. 
하드보일드가 되려다가 말지만 그것대로 즐거운 - 제가 하드보일드는 몇몇 작품 빼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두 밤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참, 그리고 그 범인을 밝혀낸 거, 고마웠어요. 안 그럼 답답해서 못 잘 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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