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 인공지능이 만드는 인간의 미래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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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습니다.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로봇이 나오는 만화나 영화,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지요. 나쁜 놈들이 쳐들어오면 당장 출동해서 싸우지만 금세 수세에 밀리고, 연구 중이지만 테스트를 못 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거나 발사해 이깁니다. 처음부터 사용하면 너무 빨리 이겨서 우리가 재미없어 할까 봐 그런가 봅니다. 그때보다 현실감이 생긴 지금에 와선 전쟁에 로봇이 사용되면 그것이 소형이건 대형이건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지만, 어릴 땐 그저 시원하게 싸워 이기면 그게 좋았습니다.


인간이 탑승해서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로봇들도 매력이 있었지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 많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날아오는 <짱가>, <우주소년 아톰> 같은, 누가 봐도 로봇인데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들을 슈퍼 히어로처럼 여기면서 좋아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나라 손오공(스타징가)>의 손오공도 로봇이었는데, 그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화과산의 돌 원숭이처럼 별난 존재로 여겼을 뿐이었죠. 그렇게 로봇과 안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충격적인 작품을 만났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었는데요. 인공지능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이건 <터미네이터>와는 다른 의미로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로봇(그리고 인공지능>에게 파괴당하고 지배당하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같은 영화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인간이 느끼지 않아도 좋을 고통까지 감당해야 하는 인공지능형 로봇에 대한 아픔이 너무 깊게 느껴졌기 때문에, 과연 이 정도까지의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다가가려 하다간 바벨탑과 같은 결말을 맞는 건 아닌가 하는 비약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재미 삼아 보던 AI 물들은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의 

며칠 전 <채피>를 봤습니다. 재미있다고 추천받은 지 한참 지나서였죠. 폐기 직전인 경찰 로봇과 함께 갱스터에게 납치당한 과학자가 실험 중인 AI를 로봇에 장착하고, 로봇은 갱에게 채피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그리고선 갱스터처럼 커나가는 그런 코믹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저는 인과 신의 경계, 창조와 재창조에 대해 생각하는 우울함을 안게 되었습니다.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채피 생각이 났습니다. 책에서는 상상 속의 로봇부터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로봇, AI를 재미있게 이야기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 했던 것들까지 로봇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반자동 시계인 자격루도 로봇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니,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장영실의 후예인 우리 로봇 산업 규모는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용, 의료용, 극한용 로봇 등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멋있습니다. 좀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공산품 역시 더욱 정밀해지고 빠르게 원활하게 생산될 테고요. 그렇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인간은 바보가 아니니까 새로운 직업들을 만들어내겠죠. 군사용 로봇은 눈으로 볼 때는 멋있지만, 실제로 사용한다면 - 실은 드론도 두렵습니다. 아이언 맨이 마구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가정용 로봇은, 바라 마지않습니다. 제발 나 대신 청소 좀 해다오.


이런저런 분야에서 로봇이 생겨나 널리 보급되는 것은 좋지만, 에러를 일으키면 사용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그러니 SF 공포물에서의 상황이 생각납니다. 편리함과 공포 속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고민하는 저는 바보인가 싶지만, 과학자들도 그런저런 면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인간과 한없이 가까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각이라는 건 그리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지 않거든요. 덕분에 책에서 뇌과학과 호르몬의 영역까지 다뤄줍니다. 인간의 뇌와 생각, 반응에 대해 알아야 그것을 기반으로 AI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뇌에 대해 다룰 때까지만 해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맨 마지막 챕터는 좀 어려웠습니다. 설명은 쉽게 되어 있었지만, 제가 이해하기엔 좀 낯선 분야였나 봅니다.


20세기엔 21세기 초만 되어도 로봇들이 사람과 함께 생활할 거라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섭섭해하며 안도합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세상일지, 그건 직접 만나봐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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