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음식책 - 귀 얇은 사람을 위한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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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유행이 있다는 게 참 희한한데요. 몇 십 년간 죽 지켜본 바로는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그 주기가 좀 긴 편이었어요. 정책적으로 외국에서 유명한 우리나라 박사나 교포 박사를 초대해옵니다. 그분은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해서 특별한 지식을 소개하곤 했죠. 그러면 사람들은 갑자기 식탁에서 지방을 몰아내고, 갖가지 색의 채소를 마련하거나 현미식, 심하게는 생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순 없어요. 분명 좋은 점들이 많겠죠. 하지만 학자들은 정말로 좋은 점만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안 좋은 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도 했고,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부분과 세분화된 부분을 알게 되었거든요. 좋은 줄 알았는데, 실은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거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좋다와 그렇지 않다는 양쪽 의견이 대립할 때 생깁니다. 학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일반인인 우리들은 어쩌면 좋을까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추면 좋을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 식품이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해서 잔뜩 사다 두었더니, 오늘 방송에서는 그걸 먹으면 죽는답니다.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음식이래요. 그럼 그걸 또 치우고 새로이 떠오르는 슈퍼푸드를 가까이합니다. TV를 잘 안 봐서 모르는 소비자도 요새 어떤 식품이 주목받는지 마트에 가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비싸지 않았던 식품이 오늘 마트에 갔더니 갑자기 비싸요. 그럼 십중 팔구, TV에서 몸에 좋다고 방송 탄 식품입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고 운동을 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챙기면서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무척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줏대는 있어야 합니다. 건강에 관한 정보가 마구 쏟아지는 요즘은 더욱 그렇고요. 우리 세대들도 뭐가 좋다더라, 아이에겐 뭐가 좋고, 여자에겐, 남자에겐... 이러면서 많이 챙깁니다. TV 정보보다는 인터넷에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정보의 반 이상이 쓰레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찾아다닙니다. 가공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효능을 설명하는 건 약사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그중 메인이 되는 유효 성분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데요. 그것이 정말로 우리 몸에서 어떤 기작으로 활성화되거나, 혹은 타 성분을 비활성화 시키는 방법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지는 실은, 글을 쓴 사람들도 모를 수 있다는 겁니다. 몸을 살리려고 먹었는데 실은 간을 혹사시키는 일일지도 몰라요. 무척 신중해야겠죠. 도대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걸까요? 

어르신들의 경우엔 더 심각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를 잘 드시던 분이 갑자기 육식을 끊습니다. TV에서 고기 먹지 말라고 했대요. 그러더니 며칠 후 갑자기 버터에 돼지고기를 튀겨 드십니다. 탄수화물이 나쁘고 지방은 몸에 좋대요. 그러심 안됩니다.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느끼셨잖아요. 뭐든지 극단적인 건 좋지 않다는 걸요.


갈팡질팡.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저는 간단하게 제안합니다.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요. 아질산염이니 뭐니 설명하는 것도 복잡하고, 이해하는 것도 귀찮잖아요. 보툴리누스 균이 소시지에 잘 생기고... 이런 건 그냥 넘어가요. 아, 얼굴에 맞는 보톡스가 이 녀석이구나 그냥 그렇게 알면 좋겠어요. 니트로소아민이 어쩌구 저쩌구.. 육가공품에만도 못 알아들을 녀석들이 그렇게 많거든요. 

그냥 라벨링을 확인 안 해도 되는 것들만으로 식단을 꾸리는 걸 첫걸음으로 하면 좋겠어요. 저라고 식단에 가공식품을 사용 안 하겠어요? 물론 합니다. 냉동만두를 좋아하거든요. 오늘도 냉동만두에 기름을 살짝 발라 오븐에 구워 군만두를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어요. 대신 밥에 신경을 좀 썼죠. 원래 귀리와 도정이 덜된 쌀을 메인으로 밥을 하는데요. 오늘은 거기에 코코넛 오일, 다시마, 그리고 마늘을 잔뜩 넣어 구수하고 향긋한 밥을 지어보았어요. 되도록 가공식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공식품을 만드는 연구자분들은 되도록 사용해주었으면 하겠지만요. 그분들도 되도록 몸에 나쁘지 않은 음식을 만들려고 하실 거예요. 하지만, 이런저런 첨가물들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니, 나쁜 결과의 확률을 줄이는 방법은 덜먹는 거겠죠.

신선 식품들만 챙긴다고 건강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를 챙기는가 하는 균형도 무시 못할 거예요. 두 번째 걸음은, 정보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 잘 못하면 메고 가는 당나귀 꼴이 될 수도 있어요. 


<똑똑한 음식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들어왔던 정보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2009년에 나왔던 <식품 진단서>의 개정판이라고 하는데요. 2016년 나온 이 책의 정보가 최신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을 테니까요. <똑똑한 음식책>은 재미있게,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요.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긴 해요. 소리 내어 읽어보았더니, 앞에 있는 사람이 외계어인 줄 알았다고 하네요. 실제로 식품 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화학명이 많이 나와요. 그렇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일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있거나 어느 정도 용어를 몰라도 나는 괜찮다는 사람은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전문적이지만 대중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에 기적의 식품은 없다. 좋은 식단과 나쁜 식단이 있을 뿐이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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