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서종한 지음 / 학고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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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살고자 하는 힘은 의외로 대단합니다. 죽겠다고 굳은 결심을 해도 본능은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무의식이 발버둥 쳐서 살아가게 합니다. 그러니 자살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얼마나 힘든 길을 갔겠습니까. 본능조차 말릴 수 없는 강한 의지. 무엇이 자살자로 하여금 그런 강한 의지를 만들어냈을까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수많은 괴로움에 부딪힙니다. 가슴이 찢기는 아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허무함, 모두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심정.... 이겨내야 하는 건 아는데, 그러지 못할 때 슬픈 선택을 하게 되죠. 그 선택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결국은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평소에는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불명예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살을 막아야 한다기보다는 한사람 한사람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겨 그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종 질병이 출현해 사람이 죽었다고 가정하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원인과 예방책을 찾으려는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자신들이 다음 희생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 부검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레니 버먼

-p.9



심리 부검은 자살자가 정말 죽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죽겠다는 의지를 찾느라 애쓰다 보면, 그 죽겠다는 의지가 사실은 살고 싶다는 의지, 살려달라는 내면의 호소였음을 알게 된다.

자살 사건 현장에 도착하면 필자가 하고 있는 일의 허망함을 자주 느꼈다. 마치 자살이라는 이름의 연쇄 살인범을 막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희생자들이 죽은 뒤에야 찾아가는 무력한 느낌이었다. 자살을 남의 일로,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일로 치부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가볍고 냉정한 태도도 실감했다. 한국이라는 유토피아에 자살자들이 들어갈 공간은 없다는 식이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유족들이 보여주는 방어적이고 거부적인 태도는 너무나 숱하게 겪었다. 

-p.11


이 책은 실례를 통해 심리부검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실전에 사용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여섯 건의 자살 사건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살의 유형과 유서에 대해서도 다루는데요. 심각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유서의 경우 그 문장의 길이, 종이의 선택, 단어들의 특징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추리 만화 같은 데서 보았던 장황한 유서 같은 건 실제로는 거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자살자들은 사전 증후가 있었습니다. 순간 욱해서 저지른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지요. 그러니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 원인을 알게 되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내용의 무거움에 말을 잃었습니다.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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