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제작팀 지음, 정현덕 기획, 장경호 엮 / 시대의창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펴낸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책들은 저 같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요. TV를 잘 보지 않아 좋은 방송까지 놓치고 그런 방송이 있었던 것 조차 몰랐다가 책이 눈에 띄어 집어들게 되고 읽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면 참 기쁩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영상매체로 보는 것과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와닿는 정도나 기억속에 저장되는 양, 그리고 방식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느쪽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역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라는 KBS 스페셜(다큐멘터리)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 무척 궁금했습니다. 유전자 변형 종자와 그와 관련한 농약을 판매하는 거대기업 몬산토에 대한 해악은 무척 많이 들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농민들은 그들을 끊어내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미 그들에게서 헤어날 수 없는 노예가 되어있었습니다. 한번 파종한 씨앗은 수확후 종자를 남길 수 없었고, 몰래 재 파종했다가 들키는 날에는 어마어마한 피해보상금을 지블해야만 했기에 매년 종자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고, 개인적으로 남겨 놓은 종자로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막혀 더욱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도의 농민들 중에는 면화 종자에 대한 몬산토 기업의 진출로 인해 부채와 외래종 해충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 외에는 그들에게서 벗어날 길이 없었기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겠지요. 비단 인도나 미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IMF 이후 우리나라 종묘상들도 해외 대기업에 합병되어 채소 종자 시장의 50%이상이 이미 장악되었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웠습니다.

 

게다가 한국 GMO 곡류의 수입 규모는 세계 3위라고 하는데요. 우리 소비자는 그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역시요. GMO콩에 관한 이야기는 뉴스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두부나 콩나물 같은 것을 살때 경계하고 있지만, 수입된 GMO곡물들이 가축사료로 사용되어 고기, 달걀, 우유 형태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GMO표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구입해 먹게 되지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에서는 말 할 것도 없구요. 특히 GMO옥수수의 경우 액상과당의 원료로 사용되어 청량음료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음료에는 액상과당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햄, 소시지, 음료등에는 GMO표시가 되지 않고 있지요. 심지어 GMO에 대한 안전성을 심사 할때에도 서류로만 - 기업에서 제출하는- 심사를 하고서 OK 사인을 하지요.

 

식물에 대한 특허권이라니. 몬산토를 비롯한 초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종자에 특허를 내고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수로라도 파종했다가는 큰일이지요. 이런 특허권은 말도 안되는 것임에도 그들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인도의 생태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종자는 인류공동의 지혜를 뜻하며 여기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일은 '생물 해적질'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몬산토, 듀촌, 신젠타 등이 대표적인 생물 해적이라는 말이지요.

 

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가졌던 식물에 대한 유전공학 (포메이토 같은)의 환상이 무참히 부서졌습니다. 세계의 농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농업인가요? 농민도 아니고 소비자들도 아니고 일부 초국적 기업들을 위한 셈인데, 과연 그들에게 지구와 인간들을 병들게 하면서 부를 축적할 권리가 있을까요?

종자는 소수 자본과 기업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자산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손에 관리되어야 한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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