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장군 살인사건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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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는 어릴 때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권선징악형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그래서 울면 된다고 안된다고?'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 번 울면 울음을 그칠 줄 몰랐던 평강공주는, 자꾸만 그렇게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왕과 왕비의 말을 듣고 뚝 그치곤 했죠. 그러나 혼기가 차자 왕은 혼처를 알아보려 했고 평강은 정색을 하면서 온달과 혼인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결국 집을 나가 온달을 찾아가고 결혼하였죠. 눈먼 시어머니를 봉양하면서 한편으로는 온달에게 각종 교육을 시켜서 장군을 만듭니다. 뭐 그런 스토리였죠.



어린 시절에는 그렇구나 재미있다! 하면서 읽었지만 커서 생각하니 그럴 리가? 그렇기에 이 책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더욱 재미있게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후기에서 작가 정명섭은 말타기와 활쏘기가 몇 달 연마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온달은 원래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집안의 자제가 아니었나 상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고 보면 왕실과 연이 닿을 정도의 귀족이나 지방 호족 정도는 되었어야 하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명섭은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하여 온달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다만, 그의 일대기를 시간순으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삶을 짚어나갑니다. 그는 평강의 남편으로서 부마로서 그리고 한 남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걸까 하는 의문으로 접근합니다. 평강공주는 그를 남편으로 맞아서 정말로 사랑하였는지, 행복했는지 살펴봅니다.



정명섭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탐정으로 을지문덕을 택했습니다. 그는 무예에 능하며 지략에도 출중한 인물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오던 장군 온달의 죽음을 파헤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스스로 얻은 정보와 가병으로부터 얻은 내용을 토대로 하여 그의 죽음 이면에 숨겨져있는 진실을 하나씩 짜 맞추어나갑니다. 



고구려 영양왕 1년, 신라로부터 아리수 남쪽 영토를 되찾기 위해 출전한 고구려는 지쳐 있었습니다. 총공세 아니면 퇴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상황이었죠. 장군들과 군사를 감시하기 위한 참군인 을지문덕은 온달 장군과 총사령관 고승의 갈등을 보며 불안해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온달은 신라 원군 정찰을 위해서 학고재로 갔다가 신라군의 공격으로 전사하고 맙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온달 장군을 잃은 고구려 군은 결국 퇴각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온달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평강이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옵니다. 썩어가는 시신과 마주하고 얻어낸 결과는 화살이 고구려 군의 것이라는 겁니다. 을지문덕은 전장에서는 아군을 쏘게 되는 피치 못한 일도 있다고 설명하지만 분명 음모가 도시라고 있을 거라고 고집합니다.



설상가상 도성으로 돌아오자 온달의 어머니 오 씨 부인이 찾아와 아들은 살해당한 거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며느리이자 공주인 평강이 의심스럽다고, 아니 확신한다며 고집하니 을지문덕은 상관의 허락하에 진상을 밝혀내기로 합니다. 주변인들을 탐문하고 수소문하다 보니 온달의 과거와 현재가 보이는 것과는 달랐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애절함과 마주하게 됩니다.



<온달장군 살인사건>은 어디까지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그러한 것처럼 오롯이 독자를 고구려로 데려다 놓습니다. 정명섭은 많은 역사 소설을 쓰면서 매번 독자가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은연중에 장치하기 때문에 역사적 내용이나 직책이나 기관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저이지만 불편함 없이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더욱 집중하고 을지문덕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다음 편인 <무덤 속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작가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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