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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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으로 4536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만요슈는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가치도 무척 높아서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고전의 사상이나 생활사 연구에까지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연호는 지금까지 중국의 고전에서 따왔었으나 이번의 새연호 '레이와'는 처음으로 일본 스스로의 고전에서 따왔는데요. 바로 만요슈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군요.

<만요슈 선집>에서는 그 모든 만요슈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엄선하여 - '만요슈'의 정신, 일본적 성격, 국민성 등은 논외로 하고 작품 본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도록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조사 하나하나, 동사나 특정 소절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히 고찰(p.5 서문) 합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품에 대한 감상이 핵심이고 비평과 주석은 두 번째 문제(p.4)로, 해설을 읽기 전에 작품만 뜻 모르고 읊조려도 지은이의 마음에 맺힌 심상이 그려지는데, 이는 지은이의 솜씨인지, 저자의 실력인지, 번역자의 실력인지 몰라도 참 좋습니다.

해설과 주석에 있어서 일본어를 몰라서 - 어쩌면 안다 하더라도 - 어려운 부분이 많고 낯선 이름과 지명들이 있어서 상당 부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내가 한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 가요를 힘들게 이해하고 공부했던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 일본어를 모르는 탓이 아니라며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니 어려운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법적인 표현을 설명하는 그런 부분들은 어려웠지만 때로는 역사의 사건 한 귀퉁이라거나 일본 옛사람의 생활을 엿보거나 할 때는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에 쭈욱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만에 읽어보려 했었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며칠간 조금씩 시간을 쪼개어 읽어가며 마음속에 풍경이나 그리움 같은 것을 품어보았습니다.

따뜻한 날보다 오히려 서늘한 날에 더 와닿았달까요.

차곡차곡 읽는 것도 좋지만, 어느 날 문득 아무 쪽이나 펴들고 느닷없이 만나는 부분을 조용히 읊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산 넘어 바람이 때 없이 불어오니

밤이면 밤마다 아내가 맘에 걸려 홀로 시름에 겨워

-p.27

동쪽 들녘에 동트는 새벽 햇살 환히 빛나서

뒤돌아 바라보니 서쪽에 달 기우네

-p.101

가을 산이여 단풍이 무성하여

길 잃으신 그대 찾아 떠나는 나도 길을 모르네

-p.224

이와레 연못 울고 있는 오리를

오늘까지만 바라보고 난 이만 구름 너머로 가나

-p.319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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