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나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하는 나를 만나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어린 시절 TV에서 빨강머리 앤을 보았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저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어쩐지 드문드문 본 것 같더라니.


꼬박꼬박 챙겨 보던 보물섬조차 마지막 회를 보지 못했던 그런 나이었기에 빨강 머리 앤은 시간이 맞으면 가끔 보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어쩌다 본 앤은 예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았던 소녀였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앤의 모습은 길버트를 석판으로 때렸다거나 다이애나에게 실수로 와인을 준 일 같은 것뿐. 저는 앤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앤이 겪은 시련이라니. 저 역시 그 못지않은 일들을 겪고 있었을 때라 차라리 나도 마릴라와 매튜 같은 좋은 남매에게 입양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기에 앤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거나 <빨강머리 앤>시리즈가 출간될 때에도 '왜 갑자기 빨강머리 앤 열풍이람.' 하며 코 웃음 쳤었죠. 저는 차라리 모래 요정 바람돌이 쪽이 좋았는데.


하지만 그로부터 30년도 지난 지금, 백영옥의 에세이 <나의 빨강머리 앤>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빨강머리 앤은 참 좋은 아이였군요. 마음에는 언제나 좋은 꿈과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었어요.


꿈을 잃어갈 만한 나이가 되니 앤의 꿈의 보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고 있었더라면 하고 망상할 때는 앤이 보이지 않더니, 내 삶을 살아가자고 결심하고 마주치며 살아가니 앤이 보입니다. 



니폰 애니메이션 <안녕 앤>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빨강 머리 앤이 매튜 남매에게 입양되기 전 많은 고생을 할 때의 이야기와 함께 삶에 대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지금이라면 아동 학대라고 여겨질 정도의 고된 일들을 하면서도 언제가 마음에는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는 앤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떠올립니다. 


나도 힘들었는데.

죽이고 싶은 적도 있었고, 죽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내가 만약 앤 같은 마음으로 살았더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지금처럼 괴로움 속에서도 행복했을까.



앤의 운명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고 생각했어.


함께 가는 것, 혹은 남는 것.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어떤 운명을 선택하든 앤처럼 생각한다면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야.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고통스러웠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걸 깨달은 십 년 전의 어느 날처럼 이 책을 읽으며 지금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언제까지고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한다는 것 또다시 깨닫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있으니까요.




지금껏 자세히 보지 않았던 앤의 모습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봅니다.

나도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어두움을 모두 버리고 밝은 곳에서 밝게 웃는, 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백영옥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천천히 앤을 만나봐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앤이 주는 메시지도, 앤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도 모두 가슴에 품어봅니다.




**아르테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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