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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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트리오 어머니 이원숙 여사에 대한 책을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이 나올 줄이야. 몇 주만 더 빨리 나왔다면 아마도 이 책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을 것 같다. 굳이 중복해서 읽어야할까 싶기도 했지만 지난 주에 집안일 때문에 라보엠 공연 관람이 무산되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까 해서 사 보았다. (라보엠 공연은 워낙 기획부터 실연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잡음과 우여곡절이 많았던데다가 엄청난 적자를 보았을 것 같아서 과연 내년에 다시 할 수 있을런지...)

 

좀 닭살 돋는 제목인 이유는 이 책이 '청소년 롤 모델 시리즈' 기획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필두로 하는 그 시리즈물을 한번도 읽어본 적은 없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다행히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 비판적인 내용은 한 개도 없을지언정 - 지나치게 교훈 일변도의 책은 아니고, 정명훈이 어린 신동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고 평이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어서,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 없이 읽었다. 어린 시절에 대한 부분은 이원숙 여사 책의 내용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그 책을 읽었다면 앞의 백여 페이지는 생략하고 읽어도 무방.

 

저번 책에 대한 독후감에서도 남겼지만, 정명훈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선택의 여러 기로에서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길만을 쫓지 않았다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줄리어드에 진학하지 않고 매너스 스쿨을 택한 것도 그렇지만,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에서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해임된 이후 뮌헨 필의 상임지휘자 오퍼를 받고도 세 아이를 원래 살던 프랑스에서 안정적으로 교육시키고 싶다는 이유에서 거절한 것이나, 실력이 원래부터 출중한 오케스트라보다는 실력이 조금 덜 완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할 수 있고 변화의 여지가 있는 오케스트라(산타 체칠리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도쿄 필 등)들을 선택해 온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울시향을 선택한 것.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이 받고 있는 (국내 기준에 비추어) 파격적인 대우나 성과주의의 도입 등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 많기는 하지만, 정명훈으로 인해 서울시향의 수준이 한단계 끌어올려졌다는 점에 대해선 크게 반박하는 의견은 없는 것 같다. (나야 정명훈 이후의 서울시향만을 들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외국의 유수 교향악단이 우리나라에 방문 좀 해주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어쩌다 한번 와 주면 고가의 티켓 구매를 불사하는 분위기가 계속되어서는 클래식이 소수의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인데 마에스트로 정이 서울시향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켜 줌으로써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턱이 다소나마 낮아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지역 주민에게 찾아가는 음악회를 시도하는 것이나, 어머니의 고향인 북한과의 음악적 교류를 꾀하는 것도 굉장히 좋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조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서도 철저히 정명훈의 편에서만 서술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청소년을 위한 롤모델 시리즈에서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만) 그리고 아주아주 사소한 오류 한 개만 지적하자면, * 203면 '로마 근교 시에나' -> '피렌체 근교 시에나'. 이건 마치 대전 근교 공주를 서울 근교 공주라고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냥 시에나라고 해도 되었을 것을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서 괜히 어색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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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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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출판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겠지만, 기획 의도에 맞추어 지나치게 망라적인 조언을 하려다 보니 책이 약간 어설픈 종합선물세트가 되어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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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은수연 지음 / 이매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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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아빠를 미워하던 것을 그만두려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 용서받은 자로서 아빠를 용서합니다.

아빠가 성폭력 한 것을 용서합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력으로 임신하게 하고, 낙태까지 경험하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수능 전날 밤 호텔에서 성폭력 하려다 말을 안 듣는다고 밤새 때린 것을 용서합니다. 강제로 행한 온갖 더러운 짓거리들, 그 짓들로 나를 상처 입힌 것을 용서합니다. 하루는 기절할 때까지 나를 떄리고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린 뒤 다음 날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밤에 으슥한 산길에 차를 대놓고, 그곳에서 성폭력 한 것을 용서합니다. 내가 기침 감기가 심하게 걸려 계속해서 기침이 나오는데 그 짓거리 하겠다고 내 위에 올라타서는 계속 기침한다고 주먹으로 내 얼굴과 가슴을 내리치던 것을 용서합니다. 그 밖에도 참 많은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풀어내려고 한 자 한 자 쓴 것이 이 책으로 묶였습니다. 이제 곧 책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 책을 통해서라도 아빠가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제게 상처 준 것이 무엇인지, 제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 분명하게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아빠를 용서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필자가 18년만에 아버지를 용서하며 보낸 편지 중에서)

 

 

 

이 책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http://www.sisters.or.kr/index.php/subpage/pds/4에서 연재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에 연재되던 성폭력 치유일기를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 8년이라는 기간을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며 살아왔던 여성입니다.

 

94년도만 하더라도 친족 성폭력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 그리 크게 부각되던 시절은 아니었기는 하지만, 필자는 다행히도 상식적인 사고를 갖춘 형사와 검사를 만나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는 그나마 큰 고통은 겪지 않고 아버지를 7년 동안 감옥에 보낼 수 있었고(아버지가 했던 행동들은 7년으로도 사죄하기엔 부족한 기간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 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성폭력의 경험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요, 수능 전날에도 강간을 시도했다거나, 초등학생 딸을 임신시켜 놓고는 낙태를 하러 데리고 가기 전, 당분간 성관계를 갖기 어려울테니 한번 하고 가자며 강간을 했다거나, 물 한잔을 떠 놓고 딸과 결혼하는 시늉을 하며 엄마를 앞으로는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와중에, 가족들은 폭력이 두려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침묵을 지켰고, 필자는 8년 동안 학교에 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 한 명을 두지 못한 채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랬기에, 필자가 자신을 돌보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삼았던, - 목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  친아버지를 용서하기까지 1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들... 이런 고통어린 기억을 자기 안에만 조용히 숨겨 놓고 생각날 때면 숨죽여 우는 것 밖에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필자는 자신의 고통을 당당히 세상에 드러내는 길을,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위로받고, 또 위로해주는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필자가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 아파했을지는 역시 상상하기 어렵긴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을 필자처럼 당당히 대중 앞에 드러내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지 않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국내에서 근친 성폭력 생존자의 수기로서는 처음으로 출간된 이 책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손에 닿을 듯 말듯한 느낌으로 대했던, 근친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중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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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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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어떤 원칙에 따르는가.

 

첫째, '과거는 잊자'

  "흔히들 '실패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고 하잖아요. 한번 실패를 하면 사람이 마음이 약해져서 정말 과감한 결단을 못 하고 주저하게 돼요. 그런데 성공은 실패보다 더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이 열심히 살다보면 무언가를 가지게 돼요. 그런데 한번 자그마한 것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놓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결정을 하게 돼서, 결국은 마음이 약해지고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리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더라고요. 원숭이를 잡을 때, 병 속에다 사탕을 하나 넣어두면 원숭이가 손을 집어 넣어서 사탕을 움켜쥔 다음에 사냥꾼이 자기를 잡으러 오는데도 손을 못 놓아서 잡힌다고 하잖아요. 사람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결국은 성공이나 실패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로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둘째,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위 사람들 이야기나 평가에 많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죠. 어떤 경우에는 '그냥 내 한몸 희생해서 주위 사람들 행복하게 해 주자' 해서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한두 해 정도는 괜찮을 수 있지만, 사람이 그 이상을 참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한 3, 4년 지나면 결국 자기도 불행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도, 부모님, 친구까지 다 같이 불행해지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면 자기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가 행복하면 처음에는 섭섭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사람들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은 결국 내가 행복해지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이니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면 주위 사람도 장기적으로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주위 사람 평가에 너무 연연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자 중앙선데이를 보니 안철수가 사실은 박원순 출마 지지를 하기 전에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고, 포기하면서 측근들에게 제일 큰 이유로 든 것이 '아버지와 딸이 완강하게 반대한다'는 것이었다는데.. 이 내용에 따르면 그건 핑계에 불과했던 건가??)

 

셋째, '미래의 결과에 미리 욕심을 내지 말자'

 "내가 선택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운이 따라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그런 과정을 다 거치기도 전에 먼저 결과에 대해서 욕심을 내고 결과만 가지고 생각을 하다보면 또 판단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

 

 

어떻게 하면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는가.

 

첫째,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

 예컨대, 분식회계의 달콤한 유혹으로 한번 분식회계를 만들어 놓으면, 좋은 시기가 왔을 때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아서 기업을 나락으로 끌어내림. 편법은 단기간은 편하지만 결국 좋은 시기에 낭떠러지로 끌어내리는 독.

 

둘째, '어려운 시기에 문제를 고쳐야 한다'

 어려운 시기라는 것은 문제를 고치라고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 '운이라는 것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다'

 

셋째,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스톡데일 패러독스(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나오는 개념)'라는 것이 있음. 베트남전 포로수용소에서 '낙관주의자들은 다 죽고 현실주의자들만 살아남았다'는 것. 이들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이 전쟁은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두운 현실과는 별개로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서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날 운명을 타고날 사람'이라는 운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임.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즉,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낙관은 사람을 충동하고 일시적으로는 힘을 주지만, 기나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게 하지는 못하므로,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버텨나가기 어려우므로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다가올 당연한 미래, 기회에 대한 믿음이라는 뜨거운 가슴 또한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

 

 

*********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면서 경영에 대하여 스스로 던져보았던 질문들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다른 직업을 택하면 어려운 점이 많지요. 어릴 때부터 계속 그 일만 해오던 사람하고 비교해보면 사실 경쟁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처음 이 분야로 진입한 사람은 항상 불리한데 어떻게 보면 유일한 점이 있더라고요. 기존에 하던 사람이 너무나 당연해서 다시 쳐다보지도 의문을 던지지도 않을 명제를,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새롭게 질문하고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해 보았어요."

 

첫째, '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할 필요가 있는가? 지금까지 난 나 혼자 일해서 충분했는데'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여럿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둘째, '회사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어떠한 의미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라는 것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즉 기업 자체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아실현을 하는 장과 같이, 단순히 투자자에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셋째, '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인가?'

 '수익이라는 것은 기업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다' (나중에 경영학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피터 드러커의 생각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 내는 비법

 

"건강관리 이전에 제 자신을 잘 못 믿어요. 남들은 안 믿겠지만, 제가 그냥 놓아두면 얼마나 풀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거든요. 그래서 제가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미리 대외적으로 약속을 하는 거에요. 제가 책임감은 굉장히 강한데, 그냥 풀어놓으면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대외적인 약속을 해요. 의대 대학원 시절에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7년 정도 세월을 보냈는데, 그 사이에 운영체제라든지 새로운 패러다임이 여러 번 바뀌가 때문에, 최신 정보들과 기술을 다 이해해야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도저히 새로 공부할 시간이 안 나잖아요. 그래서 제가 썼던 수법이 미리 잡지사에 전화를 해서 '요즘 이슈가 되는 어떤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먼저 제안을 해요. 잡지사에서는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서 글을 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좋다고 하지요. 그렇게 원고 마감을 받아둬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저도 모르는 분야라는 거에요. 하지만 제가 약속을 했으니까 어떻게 하든지 밤을 새서라도 그것을 공부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거든요. 고생고생해서 글을 쓰고 나면 그 분야는 제가 최고의 전문가 수준이 되는 거에요. 그런 식으로 했었어요. 나이 마흔넷에 MBA에 들어간 이유도 제가 방문교수로 가서는 시간을 잘 보낼 자신이 없어서 학위과정에 들어간 거죠. 제가 지금 학위가 다섯 개인데, 학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한테는 그 학위 하나하나가 삶의 흔적이에요. 열심히 살았다는 흔적. 끝까지 인내했다는 흔적.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열심히 살았던 과정의 흔적이 남아 있는거죠. 제 스스로 자기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외부의 힘을 이용해서 나름대로 제 단점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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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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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분이 쓰신 것처럼 분량에 비하여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됩니다. 책세상 문고판들과 거의 비슷한 분량인데 가격은 두 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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