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죽음도 불사할 정도의 사랑이라는 것이 실제할까? 하고 지금은 조금 회의적으로 생각하지만 과거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 감동에 밤을 지새웠었다. 물론 지금 그 감동이 퇴색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읽어봐도 참으로 명작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조금더 나이를 먹고 보니 감동 외적인 면에서 관심이 가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타루가 설리'라는 인물은 사실 상식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어찌보면 원수)에게 복수하려고 시집가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그러저러하게 살다가 원래 남자가 돌아오니 거기로 마음이 갔다가.. 그렇다고 남편을 완전하게 차버리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처럼 속이고 아들만 찾아다니고... 완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 가 아닌가. 게다가 행동력만은 있어서 누군가를 죽인다던가 여기저기 얼굴을 드러낸다던가 하는 일에는 열심이다.
사실 이런 무상식인 여주인공.... 나는 별로인데.. 어째서 이 작품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남주인공이 그만큼 상식적이고 애절한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조연들도 애절한 사랑을 한다.)
남주인공인 '유진하'는 장래를 약속한 소꼽동무를 위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배신감도 느껴봤을 텐데.. 다른 여자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여주인공 하나만 보고 살아간다.
이것은 김혜린의 작품의 전반에 걸친 경향이 아닌가 싶다.
남성쪽이 상식적인 사랑을 한다. 여성쪽은 생활력이 있다(?)
김혜린의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피엔딩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도 남녀주인공은 일생을 갈림길을 걷다가 겨우 죽기직전 함께 한다. 이런 것이 행복인 것일까? 절대 아니다. 두남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상황에서 열심히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상식이든 비상식이든 그런것을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열심히....
그럼 결과적으로 목숨을 건 사랑이라는 것은 비상식이라는 건가? 우스운 결론이 되어버렸다.
현대에도 이런 힘겨운 사랑이 등장할만한 험난한 상황이 있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느 시간, 어느 힘든 상황에도 인간은 조금은 진부한 그 '사랑'이라는 것을 꽃피움으로 해서 새로운 길을 헤쳐온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