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줍는 개미 미래그림책 72
마테오 테르자기 글, 오희 옮김, 마르코 쥐르혀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유아들에게 글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는 다소 교육적인 책이 아닐까 걱정스럽게 보았지요.
죽 읽고 나서는 <프레드릭>이 떠오르기도 하였구요.
근데 아이와 함께 죽 읽고나서도 뭔가 심심한.. 뭔가 이 책이 의도한 것을 못캐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딸아이도 별 흥미있어 하지는 않았구요.
 
그래서 좀 더 살펴보려니 이 책 안에는 작가에 대한 소개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상품 검색을 해보니 이탈리아 철학자의 글이네요. 그림 작가가 이 책으로 <2003년 베오그라드 국제 골든펜 상>을 수상한 거구요. 그럼 한글이 아니었을거구 번역되면서 그림에도 우리 글자로 수정되었겠지요?
 
철학자의 맘으로 글을 다시 보았더니 이 책은 큰 상징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전쟁을 멈추게 할 만한 것은 맞서는 무력이 아니라 언어라는 중요성을 심어주는 책이더군요.
 
근데 개미의 일상 속으로 '이나'라는 주인공개미(사실 이름에도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 그냥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친구들이 빵을 줍는 동안 글자를 주워 모으나 비웃음을 받는다. 그러다가 개미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군인 행렬로 인해 개미집이 무너져 버릴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이나'는 침착하게 (마치 성직자를 연상시키면서) 모아 놓은 글자로
 
" 왜 화난 것처럼 장화를 신고 쿵쿵 거리며 오나요?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러 가는 건가요? "
 
하고 질문을 만든다.
 
다행히 장군이 글자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령관들은 장군이 왜 멈춘지를 모른다.  장군은 '이나'의 질문에
 
' 나는 왜 전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전쟁을 하러 가고 있구나 '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리고는 글자를 모르는 병사들에게 말한다.
 
" 제군들, 우리가 왜 전쟁을 하는 거지?
  여러분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나는 정말 모르겠네.
  생각하면 할수록 전쟁을 하는 게 바보짓처럼 느껴진다네. "
 
" 아무도 전쟁의 이유를 모르니 돌아가는 게 낫겠어.
 세상도 평화로워지고 개미들도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
 
장군은 이렇게 말하고는 군복을 벗어 던지고 발가벗은 책 평원으로 달려간다.
 
'이나'가 글자로 장군을 깨우치게 하여 개미집은 다시 평화로워졌고 친구들도 글자의 힘을 알고 글자를 배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다시 꼼꼼히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은 이탈리아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속에 군인들은 독일군을 연상시키니 말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알면 더욱 의미를 내포한 그림과 글일 것도 같은데...  아는 것이 짧아 대충 짐작할 뿐이다.  볼수록 어려운 책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나라의 철학그림책을 조금의 설명도 곁들이지 않고 단지 '글자'라는 포커스에 맞추어 유아대상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좋은 책에 대한 번역은 당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일러스트상을 받은 것이라면 좀더 신중하게 그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가 원서와 같은 것인지 어디까지 수정을 본 것이지 자꾸자꾸 의심이 가게 된다.
 
이 책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전쟁을 다시 살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