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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오영선과 주대리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오영선, 29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동생과 같이 살고 중소기업에서 알바를 하며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흙수저. 몇개월 전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청약통장을 발견한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동산에 무지했던 그녀가 부동산에 하나씩 눈뜨게 된다.
또 한 명의 여자가 더 등장한다. 주대리, 부모님 덕분에 일찍이 부동산에 눈뜨고 덕분에 부모님도 자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영선에게 부동산에 대해 가르쳐주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 속에도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집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청년세대의 부동산 문제는 그저 흙수적, 박탈감, 빈부격차 등의 키워드로 조명되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집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부동산이 인생을 좌우하는지 보여주는 글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부모를 잃고 '세대주가 된 영선의 삶'을 통해, 그리고 그녀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역동적으로 변화함을 보여준다.
"영선은 집이라는 공간을 상품이라 칭하는 주 대리의 말이 불편했다. 집은 거주 이상의 삶이 쌓이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쉽게 사고팔 수 업는 무엇인가가, 내재되어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영선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게, 엄마의 모든 것이 남아있는 집에서 밀려나가야 하는 일이 힘겨웠다"
영선은 집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다. 9급 공무원에 합격해 정직하게 돈을 벌고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내집마련'은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주대리는 엄마의 삶을 통해 부동산의 힘을 체득했다. 자신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서운했던 부모님도, 어른이 되자 이해하게 된다.
대출이 거인의 어깨라고?
이렇게 이 둘의 삶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대비된다. 빚을 지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더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부모님이지만 결국 집도 재산도 마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식에게 그런 가치관을 준 부모님을 둔 영선, 반면 대출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는 것이라는 주대리.
이들은 집에 대한 시각도, 바라보는, 세상도 다르다.
이제 부동산에 조금씩 눈을 뜬 영선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집을 찾는다. 자신이 투자할 집, 과감한 대출을 통해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찾아 발품을 판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집은 좋은 위치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이 떠오르는 포근한 곳이다.
그녀가 아파트를 산 때는 2017년, 독자가 이 장면에서 안도할지 괴로워할지는 자신의 주택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솔직하게 리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