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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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날 것의 비린내가 진동한다.

소설의 첫 문장은 바로 이렇다.

보라.

이렇게 아주 단순명료한 첫 문장은 거의 처음 보는 듯하다.

영어 원문은 무슨 단어일까?

see. 이려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첫 문장을 바라보니 바다가 떠올랐다.

sea. 발음이 같은 바다를 말함이 아닐는지.

보라. 바다를.

그렇다. 이 소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북쪽 바다로 떠난 고래잡이배 볼런티어호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그리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배를 타본 경험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망망대해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선원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욕지기들과 거친 모습들이 더더욱 현실감을 부여한다.

고래를 잡아 배에 선적하는 과정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부빙위에서 벌어지는 북극곰 사냥도 그러한 잔인함에서 예외일 수 없겠다.

인도 세포이항쟁에서 군의관으로 참전했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역한 섬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작살수 드랙스

섬너 대 드랙스

이 둘이 선과 악의 대척점일까?

섬너라는 인물이 묘하다.

뭔가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일단 행동으로 나서는 순간 주변 상황이 돌변한다.

인도에서도 같이 행동한 군의관 중에서 혼자 살아남았고

난파된 볼런티어호에서도 그만 살아남았다.

애나가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뭐죠?”

“당신 빼고, 다 죽었어요. 왜 당신만 사는 거죠?”

섬너가 답한다.

“이유는 없어요.”

추운 얼음위에서의 사투로 조금은 지루해질 수도 있던 소설은 이 포경선의 항해에 큰 그림을 그린 백스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섬너에게는 그럴지도.

동물원 북극곰은 알고 있을까?

ps. 번역자가 ‘가만한’ 이라는 단어의 마니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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