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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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의 여행.
나는 딸을 낳는 순간부터 딸과 떠나는 둘만의 여행을 꿈꾸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대화가 통하기 시작하면
서로 상의하여 여행지와 숙소를 정하고 떠나는 여행.
여행지의 맛있는 음식.
여행지의 볼거리.
여행지 숙소에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다 그날 찍은 사진을 같이 보기도 하는.
상상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나는 그 시간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에 주인공이 딸과 함께 떠나는 몽골의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인가!
책 속의 딸과 엄마의 여행은 내가 상상한 것과 너무 달랐다.
둘의 사이는 여행 시작 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물론 둘의 사이는 여행 전에도 좋지 않았지만.
딸은 엄마와의 여행보다 여행을 가게 되어 붙는 조건에 더 관심이 많고,
엄마는 함께 여행가는 딸보다 두고 가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 모녀의 몽골여행.
거기에 엄마와 친구들의 관계 속 미묘한 감정들까지.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이 상상의 이야기고,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읽는내내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엄마의 관계가 생각나기도 하고,
엄마를 사이에 둔 언니와 나의 관계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나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숙희였다.
자식들의 생각과 감정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자식들을 이끌던 숙희.
나는 숙희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숙희를 통해 보고 있자니 나를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공간인 사막을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었다. p149
입시생 딸을 두고 여행 와서 자기 행복 운운하고그게 또 자식에게 힘이 될 거라고 우기는 춘희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엄마다. p161
 

숙희는 스스로 현실적인 엄마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자신과 반대인 춘희를 이해할 수 없다.
숙희는 춘희가 틀렸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숙희는 알고 있다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숙희는 흔들림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떠올리고 자신의 꿈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나는 내가 했던 선택과 포기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음을 결코 시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 시인하는 순간 내가 쌓아 올렸던 것들과 함께 나마저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p233
자신의 흔들림을 깨닫게 된 숙희는 예전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흔들림을 깨닫고 있는 나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숙희와 나 우리 둘 다 깨닫고 인정했으니 조금은 편안해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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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첫사랑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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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마음 시리고 그리웠던 나의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해 더 안타까웠던 나의 첫사랑.

지금은 누군가의 남편, 아빠가 되었을 나의 첫사랑.

나에게도 아련한 첫사랑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그 아이를 만났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작은 시골에 있는 학교였는데

5학년이 되던 해 우리 학교 근처에 있던 분교가 폐교되면서

분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우리 학교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5학년 3반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분교 아이들이 왔다고 해도

우리 학교 역시 작은 시골학교였기에

분교에서 온 아이들과 우리들은 금방 친해졌다.

다들 시골 동네에 모여 살았고

도시 아이들처럼 학교가 끝난 후 학원에도 가지 않았기에

우리들은 학교가 끝나면 동네에 모여 또 놀았다.

그 아이와 나도 금세 친해졌는데

우리는 학교 텃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도 나누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도 함께 했고,

집에 같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한 학기 동안 많이 친해졌고

교실에서도 서로의 자리를 왔다갔다 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우리 둘이 서로 좋아한다며 놀렸고

그 말에 아니라고 부정하던 그 아이는 굉장히 심하게 화를 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던 내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던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부정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상처받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 사이는 달라졌다.

2학기가 되어 나는 도시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나는 전학이 결정된 후 그 아이에게 전학을 간다는 말을 직접 하고 싶었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전학 가는 날.

친했던 여자친구들과 인사하며 울었던 그 날.

뒤에 서서 눈물을 훔치던 그 아이를 보았지만

나는 끝내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지 못했다.

나와 그 아이는 책 속의 동재와 연아처럼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도 못 먹었고,

노래방에서 근사한 고백과 함께 반지와 꽃다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도 동재와 연아처럼 설레었고 행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차갑게 굳어가던 내 얼굴을 보고

나에게 다시 말 걸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어렸기에 내가 먼저 그 아이에게 손 내밀어 주지 못했다.

동재와 연아처럼 나와 그 아이도 어리고 서툴렀다.

하지만 어리고 서툴고 성숙하지 못해도 느끼는 감정은 진짜다.

어른 못지않게 아련하고 아쉽고 아프고 애가 닳고 상대와 함께 하고 싶다.

책 속의 동재와 연아의 마음을 보며 옛날 내가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표현이 서툴고 엇나가기만 하는 둘을 보며 안타까웠고,

결국 이별통보를 받은 동재의 눈물을 보며 가슴 아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우린 그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각자 새로운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동재와 연아는 헤어졌지만 동재 아빠의 말처럼

앞으로 살면서 많은 사랑을 하게 될테고.

그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할테고.

그 사랑을 진심으로 대하며

그 사랑이 둘을 성장시켜주겠지.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엔딩이야.

맞다.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만이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나는 나와 그 아이도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했듯이

동재와 연아도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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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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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라고?

동화를 쓰시던 작가님께서 에세이를 쓰셨다고?

더군다나 내가 늘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라니!

코로나 시국에 여행은커녕 외식도 하지 못하는 삶을 산 지 벌써 2년 째.

여전히 부정하고 싶은 지금 상황을 애써 잊어보려 노력하지만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 외식을 하지 못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 등에 대한 갈증으로 마음이 퍽퍽하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중이다.

이런 내게 가뭄의 단비처럼 내게 찾아온 이금이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눈을 감고 그려본다.

밀라노,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시에나...

나는 책을 통해 상상하며 그 장소 안에 서 있는 나를 떠올려본다.

상상속의 내 나이는 가늠할 수 없고, 내 옆에 함께 하는 누군가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없지만 분명 나는 행복할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내가 늘 꿈꾸던 이탈리아니까.

나는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등장하는 도시들과 관광지를 꼭 가보겠다는 나의 의지를 담아 빨간색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책 속에 빨간색 동그라미들이 늘어날 때마다 꿈꾸고 상상하는 것이 늘어나 행복해졌다. 책을 읽으며 어두컴컴한 광장에서는 나도 공포를 느꼈고, 이국의 거리와 풍경에서는 나도 그 이국적인 모습에 푹 빠져 들었고, 여행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공감했다가 에세이의 끝에서는 나의 여행이 끝난 것처럼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직접 이탈리아를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나의 해외여행은 발리가 전부다.)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쩍쩍 갈라졌던 내 마음이 완벽하게 해갈된 건 아니지만 말라 죽어가던 내 생명이 연장된 기분. 시기적절하게 내게 찾아 온 페르마타, 이탈리아.

지금 당장 이탈리아에 갈 수 없고,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일상을 ‘페르마타(잠시 멈춤)’하며 조금 쉬어가는 시간으로 여겨보면 어떨까? 앞으로 마음이 조급해지고 답답해질 때면 주문처럼 ‘페르마타’라는 단어를 떠올려야겠다.

기억에 남는 문장

P62 욕심의 무게는 다름 아닌 삶의 무게다.

P86 그저 자기다우면 된다. 알베로벨로와 사씨가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충분한 것처럼.

P97 어제도 어제의 ‘지금, 여기’를 즐겼으면 좋았을 걸.

P99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P132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이 ‘가지 않은 길’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

P145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 역할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느꼈으며 인간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책임이나 의무가 버거워 벗어버리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페르마타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도 모르는 새 역할에 맞추었던 옷이나 가면을 시나브로 벗어버리고 있었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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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2
서주희 지음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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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엄마는 늘 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밥을 먹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편히 앉아 먹으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늘 ‘다 먹었어.’라고 말하며 밥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밥을 쓸어 입에 넣고는 금방 일어났다.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참 싫었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엄마와 내가 다른 점이라면 엄마는 상 앞에 쪼그려 앉았다면 나는 싱크대 앞에 서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엄마의 그 모습이 그렇게 싫었는데 내가 엄마가 되니 나도 그러고 있다.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늘 마음이 급해진다. 숟가락과 입을 바삐 움직여 먹으면서 눈은 집안을 이리저리 살피고 머리로는 할 일을 떠올린다. 입은 열심히 먹고 있지만 나는 음식이 아닌 딴생각 중이다. 또 혼자 밥 먹는 그 시간이 그렇게 아깝다. 아, 이 시간이면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언제 차려 먹나. 그냥 대충 차려서 먹고 얼른 할 거 해야지. 아, 설거지도 정말 하기 싫은데... 그렇다면 설거지가 최대한 나오지 않도록 그릇도 최대한 적게 사용해야지.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가며 최단시간, 최소그릇을 계산한다. 나는 그 어떤 수학문제를 계산할 때보다 진지하다.


그런데 아이 밥상을 차릴 때면 달라진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거, 특별한 거 해줄까. 어떤 그릇에 더 예쁘게 담아줄까 고민한다. 엄마라면 이 정도 노력과 수고로움은 당연한거지. 라고 생각하며 아이 밥상을 차린다. 나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메뉴와 예쁘게 담긴 모양을 흉내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정성껏 아이 밥상을 차리면 내 밥은 그냥 밥 한 그릇에 반찬 두어 개를 반찬통 째 상 위에 올리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나는 내 입에 밥을 전투적으로 집어 넣었다. 혼자 먹을 때야 그렇다치고 아이랑 같이 먹을 때조차 나는 그저 한 끼 때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나에게 미안한 적이 없었다. 아니 미안한 줄도 몰랐다. 나를 사랑하자, 나를 아끼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먼저 챙기자. 며 수없이 다짐하고 연습하고 노력했으면서 정작 내 몸에 가장 중요한 끼니는 대충, 적당히, 아무렇게나 먹고 있었다.

혼자 먹는 밥일수록 예뻐야 한다. 혼자 있을 때 나를 챙겨 줄 사람은 나뿐이다.

만족스러운 한 끼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뚝배기에 대한 이야기, 뚝배기를 예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실제로 이 책은 뚝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하지만 첫 장부터 내 가슴에 훅 들어온 저 문장을 한참동안 바라보느라 정작 뚝배기 이야기는 나중에 읽고 말았다. 뚝배기야, 미안. 그리고 좀 늦었지만 나에게도 미안.


-뚝배기 고르기 및 관리법-

당장 뚝배기를 하나 구입해야겠다.

예전에는 된장찌개만큼은 뚝배기에 끓였지만 두 개의 뚝배기를 다 깨먹은 후 다시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좋은 뚝배기 고르는 방법이 잘 나와 있으니 그 방법대로 나에게 맞는 뚝배기를 잘 골라봐야겠다.

아, 뚝배기를 사고나면 작가님이 알려주신대로 뚝배기를 먼저 길들여야지.

그냥 물로 휘휘 닦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잘 닦아봐야지.

그렇게 뚝배기와 먼저 인사를 하고 애정을 담는다면 예전처럼 쉽게 뚝뚝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나만 맛있을지 모르는 뚝배기 레시피-

뚝배기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나 많다니!

뚝배기로 할 수 있는 깔끔하고 정갈한 요리 레시피에 인덱스를 붙여 놓았다.

책 속의 레시피를 보니 요리에 젬병인 나도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요리책자 옆에 놔야 하나, 에세이 책들 옆에 놔야 하나.


-가락국수의 정석-

나도 뚝배기에 담긴 가락국수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면이 불어버려 뚝뚝 끊겨 맛없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부들부들, 흐느적흐느적거리는 그 면만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다 먹을때까지 뜨거운 국물을 먹다보면 식도까지 데인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것 또한 뚝배기 가락국수 국물의 매력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파는 곳이 없어 많이 아쉬웠는데 뚝배기를 사면 가락국수도 끓여 먹어야겠다.


-국물이 국룰-

뭐니뭐니해도 뚝배기하면 국물이지. 맞다.

어쩜 이런 표현을!

뚝배기하면 국물이지!

술 먹은 다음날은 콩나물 해장국, 생리하는 기간에는 선지 해장국, 소주 한 잔 마실 때는 감자탕 해장국, 그냥 그때그때 먹고 싶을 때 돼지국밥이나 순대국밥. 뭔가 몸보신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설렁탕과 갈비탕. 거기에 아빠가 끓여주던 청국장까지.

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오늘 저녁에는 이 중 하나를 골라 먹어볼까?


기꺼이, 라는 말이 붙으면 낭비는 낭비 아닌 것이 되고 고생은 고생 아닌 것이 된다. 오히려 기쁨과 보람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요리를 좋아하거나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핵심은 행복이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집안일과 요리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아무리 나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여전히 나는 집안일과 요리를 담당하고 있다. 나에게 집안일에 해당되는 일들(빨래, 청소, 정리정돈, 설거지 등)은 힐링이자 즐거움이다. 하고난 후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요리는 아니다. 요리는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끓이거나 볶고 맛을 보며 부족한 맛을 찾아내고 그것을 그릇에 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고행의 과정이다.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래서 하지 말자 다짐하며 나는 ‘집안일을 이렇게나 잘하는데 요리까지 잘하면 그건 반칙’이라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뜨끔거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요리를 아예 안하고 살 수가 없다. 남편 밥이야 그렇다치고 애 밥은 챙겨줘야하니까. 그래서 저 문장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 핵심은 행복이지.

작가님은 책 처음에 나에게 미안하게 만들더니 마지막에는 뜨끔했던, 답답했던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셨다. 아, 작가님께서 내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시는구나.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 하나만 꺼내도 훌륭한 에세이가 될 것이다. 그런 에세이는 누군가에게 잔잔한 울림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이것이 에세이의 매력이다. 이 책의 작가님은 프롤로그의 제목을 변명 혹은 부탁으로 쓰시며 너그러운 입맛과 열린 마음으로 이 책장을 넘겨 달라 부탁하셨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이런 부탁은 안하셨어도 되었을 것 같지만.) 그리고 뚝배기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쓰셨고 나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중간중간 마음의 일렁임을 느끼고 많은 생각도 했다. 이 책은 콤팩트 시리즈답게 책의 크기가 콤팩트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콤팩트하지 않은 에세이다. ‘뚝배기,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이제라도 뚝배기를, 다른 사람의 뚝배기가 아닌 서주희 작가님의 뚝배기를 알게 되어 참 행복하다.

(핵심은 행복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내가 행복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마음에 남는 글귀

p12 혼자 먹는 밥일수록 예뻐야 한다. 혼자 있을 때 나를 챙겨 줄 사람은 나뿐이다.


p15 만족스러운 한 끼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p172~173 기꺼이, 라는 말이 붙으면 낭비는 낭비 아닌 것이 되고 고생은 고생 아닌 것이 된다. 오히려 기쁨과 보람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요리를 좋아하거나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핵심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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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길 찾기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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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길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지?
나중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어떻게 하지.
무엇보다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중학교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그때의 나는 늘 두렵고 불안했다.
나의 미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불안했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맞는 것인지 두려웠다.
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것을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이 없었고
자신이 없다보니 고민하고 망설이다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다.
어른들은 십대들에게 아무 생각없고무모하다고 했지만 나의 십대는 아니었다.
나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내 가족과 내 친구들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했다.
하지만 당장 뚜렷한 결과도 없고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없다보니 두렵고 불안했다.
 
미르바우소희도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불안해한다.
소희의 외고 진학이 부러워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고 말해버린 미르.
식물 가꾸는 것이 좋아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지만 아빠의 반대에 부딪친 바우.
좋은 성적과 부모님의 기대로 외고 진학을 위해 공부하는 소희.
미르는 소희 때문에 즉흥적으로 뮤지컬을 배우게 되지만 무대 위에서 짜릿함을 경험한다.
바우는 아빠의 반대에 부딪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소희는 외고 진학은 자신의 바람이 아닌 부모님의 바람이라는 걸 깨닫고 외고 진학을 포기한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집으로 떠났던 소희.
소희를 떠내보내고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
나는 그때 세 아이를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소희를 보며 마음 언저리가 저리게 아팠고남겨진 미르와 바우가 소희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소희의 방에서 소희는 진짜 자신의 자리와 마음을 찾았고,
숨은 길 찾기에서 소희 없이 어색하게 남겨졌던 미르와 바우는 재이라는 친구를 통해 예전 관계를 되찾는다.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그리고 아이들은 두렵고 불안하지만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 나아간다.
 
여전히 나는 미르바우소희 그리고 재이를 응원한다하지만 이제는 걱정불안한 마음은 내려놓고 이 아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세 아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게 소희의 방숨은 길 찾기를 써 주신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 ^^

기억에 남는 문장

불행을 걱정해 주는 것보다 행운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더
진정한 친구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미르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감정이든 순도 백 퍼인 건 없는 것 같아. 진짜가 삼십 퍼센트라면 나머지는 예의나 노력, 연민, 기타 등등으로 채우는 거지.

 

세상 모든 건 관심을 갖는 순간부터 새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된다.

 

미르는 너무 솔직했나 싶어 미안하면서도 참았던 말을 내뱉은 게 시원했다.

 

인간에게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 그리고 주어진 삶을 살아 내야 하는 의무도 있고.
깨달음은 왜 항상 실수를 한 뒤에야 오는 걸까.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



 

저 많은 길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지?
나중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어떻게 하지.
무엇보다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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