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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서주희 지음 / 구픽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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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들에게 쫓겨서 한 이사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아파트가 아닌 시골집이었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방 두 칸,

두 개 중 조금 더 큰 방 앞에 놓여 있는 작은 마루가 전부였다.

부엌이 밖에 있는 것도 놀라운데 화장실은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재래식이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화장실이었다.

아래를 쳐다보면 까마득했다.

혹시라도 빠질까 봐 있는 힘껏 다리를 양옆으로 벌렸다.

그래도 낮에는 괜찮았다.

밤에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면 통증보다 화장실이 무서워 눈물이 났다.

배를 움켜잡고 찔끔찔끔 울고 있으면 언니가 나를 살살 달래 데리고 나왔다.

작은 마루 위에 선 언니는 화장실을 향해 손전등을 비춰 주었다.

내가 비틀비틀 걸어 화장실로 들어가면 노래도 불러주었다.

손전등 불빛과 노래에 의지한 채 힘껏 배에 힘을 주곤 했다.

엄마는 매일 쓸고 닦고 잡초를 제거했지만

순식간에 생기는 거미줄은 집을 어수선하게 만들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은 질려버리게 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학교, 친구들을 떠난 것도 속상한데

우중충하고 지저분한 시골집 때문에 더 우울했다.

다들 하나쯤은 있다는 시골 할머니댁은

친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애초에 없었고,

외가집은 너무 멀어 자주 가지 못해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시골집이 바로 이 집이었으니

시골집에 대한 기억, 느낌이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집,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를 구입해 읽은 이유는

작가님에 대한 애정 하나 때문이었다.

작가님은 왜? 굳이? 시골집에서 살고 싶었을까?

p26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오로지 그뿐이었다.

응?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큼 강력한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해야지.

살아도 후회, 안 살아도 후회라면 살아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살던 집을 처분하고,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새롭게 살 시골집을 찾고,

그 시골집을 고치고,

새로운 (시골)이웃을 만나고.

만만치 않은 이 과정이 작가님에게는 p34그 과정 자체가 시골집에 사는 특별함의 일부인 것 같았다.

나는 도시에서 좀 더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좋았다.

그것을 누릴 때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p51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직업, 집의 종류, 사는 지역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골이든 도시든

시골집이든 아파트든 주택이든

p59 우리는 다른 길을 걸으니 다른 것을 얻을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각자의 소신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좋은 기억의 힘으로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기꺼이 끌어안고 나아갔으면 한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p160 살아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어쩌면 살아 있음 자체가 성취인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 어디에 살든 살아있음 자체가 행복이지.

감사하게도 책 속의 시골집에 직접 가 본 적이 있다.

작가님과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이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그때는 몰랐던 시골집의 과정을 하나하나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거기에 시골집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과 애정까지.

그래서 나는 작가님처럼 시골집에서 살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렇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 무엇도 단언할 수 없기에

어쩌면 나도 언젠가. 정도로 대답을 바꿔보려고 한다.

아니지. 혹시 또 모르겠다.

‘시골집,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라고 외칠 날이 올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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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면 안 돼요?
백순심 지음 / 자상한시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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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면 안 돼요?


누군가 나에게 ‘저 좀 놀면 안 돼요?’ 라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왜 안 돼요? 놀아도 되죠.’ 라고 흔쾌히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 이제 좀 놀면 안 돼요?’ 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매달 받는 나의 월급은 달콤하며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

워킹맘으로 사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날 퇴근 길, 차 안에서 눈물을 질질 흘리다가도

아이를 키우며 물리적으로 힘에 부쳐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늘 피곤해 잠 좀 실컷 잤으면 좋겠다 외치다가도

돈이 뭐길래! 월급의 노예로 사는 내 신세를 한탄하다가도

늘 아침이 되면 일어나 꾸역꾸역 출근한다.

당장 월급이 없는 다음 달이 두렵고 불안하다.

‘좀 놀면 안 돼요?’를 쓴 백순심 작가도 그랬단다.

21년이나 다닌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며 다니다 퇴사를 하게 된 백순심 작가는 책을 통해 퇴사 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도 나처럼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퇴사 후 불안함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불안함을 동력으로 삼아 이제는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성장하며 나아가고 있다. p24 지금의 나는 ‘불안함’이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p40 불안은 퇴사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직장 다닐 때도 불안은 존재했다. p70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은 낭비하는 일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나를 채우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내면이 단단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힘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번에도 퇴사라는 커다란 두려움에 맞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도전하며 해내고 있었다. 타고난 기질일까? 아니면 살면서 생긴 내공일까?

작가는 p159 ‘이제 뭐 먹고 살지?’ 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p119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로 성장해서 인정받고 싶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며 퇴사 후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불안함을 거두고 생각을 바꿔 비어 있던 자신의 명함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예전 작가님 책에 사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딱 한 문장을 적어주셨다.

‘꿈을 실행하세요.’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말은 작가님 자신에게도 계속 했던 말이 아닐까?

미래의 나에게 찾아 올 퇴사가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나도 나의 꿈을 실행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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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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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출판사 제공)]

-스물셋의 지오가 열여덟의 지오를 복기하는 기차 여행

어느 날, 지오는 고등학교 동창인 석주에게 메일을 받는다.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보낸 메일 내용은 어이없었다. 추풍령역에서 기다리겠다는 일방적인 말만 남기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지오는 고민 끝에 석주가 자신을 왜 부르는지 궁금함에 이끌려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적응에 실패한 캐나다 조기유학 시절, 아빠의 강압적인 명령과 지시, 친구들의 폭력에 쉽게 굴복해버린 무력감…….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 없이 도망만 다니는 자신의 지리멸렬함을 직면한다.

-열일곱의 석주가 스물둘의 석주가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들

석주는 영동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에 온 이상, 절대로 1등을 놓칠 수 없었다. 졸업할 땐 원하는 의대에 합격해서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우연히 떠난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으로 석주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아저씨와 은월농장, 그리고 은설. 은설이 자꾸 석주의 삶과 생각에 균열을 냈다.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공을 위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은설을 만나고부터는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석주는 두 갈래길 앞에 서서 어느 쪽으로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내가 이금이 작가님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흔들리고 방황하고 불안정하고 위태롭지만 미래를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책 속의 청소년들을 만나면 나의 청소년 시절이 생각나고, 그때의 감정들도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나도 너무 좋아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친구에 대한 부러운 마음에 친구에게 못되게 굴기도 하고, 못된 친구들의 말이 어른들의 말보다 더 달콤하고 멋있게 들리기도 했다. 막연하게 멋진 어른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이내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실천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답답하고 싫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꽁꽁 숨기기도 했다. 

책 속의 지오와 석주도 그렇다. 

부모가 정해준 진로가 자신의 길이라 믿고 그 길을 향해 가는 석주지만 지오를 질투하고 그 질투심에 은설에게 못되게 굴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 강압적인 아버지, 실패한 캐나다 유학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유로운 영혼인 척 하지만 폭력을 방관하고 결국 자퇴로 도망쳐 버린다. 

스무살이 된 석주는 은설,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읍내에서 만난 친구를 피해 숨었고 결국 대학에 들어갔지만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휴학했지만 군입대도 하기 싫은 지오는 석주 연락에 무작정 추풍령으로 향한다. 스무살이 되어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둘은 청소년 때처럼 흔들리고 방황한다. 하지만 석주는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지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며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스무살이 되었다고해서,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석주와 지오를 보며 둘은 계속 흔들리더라도 최소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는 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살든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라면 이보다 멋진 어른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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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독서모임의 질문들 - 우리는 묻고 답할수록 깊어진다
강원임 지음 / 하나의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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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은 나의 언어를 광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곳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겸손한 공부의 자세가 아닐까.

독서모임은 개인의 사유가 공유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된다.

 

독서모임은 옳다. 하면 좋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다. 하지만 두렵다.

낯선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말한다는 것이 두렵고 어렵다. 그래서 늘 함께 읽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음에도 섣불리 참여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엄마 독서 모임의 질문들을 읽으며 전혀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독서 모임으로 만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 신기했고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좋은 독서모임을 만날 수 있을까?

나도 독서모임을 하나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독서모임은 나를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으려면 우선 용기가 필요하지만, 완벽하게 일어서기 위해서는 이런 나를 받아 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p27) 이런 공동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받아주는 공동체 안에서만 독서모임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 공동체가 아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낯선 사람들과의 독서모임을 시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으니까.

 

엄마 독서모임의 질문들에서는 독서모임 멤버들이 함께 읽었던 책과 질문들, 그 질문들에 대한 멤버들의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나는 책 목록을 보며 읽은 책보다 읽어보지 않은 책이 더 많아 나중에 읽어보기 위해 내 책 목록에 추가해 놓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읽어보고 싶고 눈길이 가는 책은 스갱 아저씨의 염소였다. 지금 나의 아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나는 아이가 곧 터널 밖으로 나갈 것이라 믿지만 아이는 언제 또 다시 어두운 터널 속을 걷게 될지 모른다. 예전의 나는 아이가 어두운 터널을 만나지 않았으면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그랬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두운 터널은 만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아이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때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터널을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의 에필로그에 낯선 사람을 향한 환대와 존중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 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나와 내 아이에게 새로움과 낯선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도 어두운 터널을 새로운 길로 여겨 기쁜 마음으로 걸어 나갔으면 좋겠고, 나도 낯선 타인을 불편함보다는 환대하고 존중하며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나는 새로운 독서모임에 도전해 보는 걸로.

 

기억에 남는 문장

스갱 아저씨의 염소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용기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닥치더라도 도망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독립이자 어른의 모습이다.

중요한 점은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곳에 용기 있게 뛰어드는 것이다.

 

분노와 애정

세상은 그녀들에게 육아와 살림, 공부와 자아 탐구 등을 같은 저울에 두고 양자택일하라 한다. 아니면 둘 다 잘하는 슈퍼 맘이 되라고 하거나.

작가 수전 그리핀에 따르면 아이를 돌보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배움의 발견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바깥은 여름

우리는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해 버리거나 자기들 필요에 의해 이해를 만들기도 한다.

회복의 시차는 모두 다르다.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결국엔 서로를 참고 견디며 공존해야 한다. 바로 이것을 교육해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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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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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책 소개 중 줄거리-

바다 위의 집

은조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통한다. 수시로 야자에서 빠지고, 수업 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며 그림만 그리는 은조는 학교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어느 날 은조는 블로그 이웃 미네르바’(혜림)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를 벗어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오늘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

 

초록빛 말

이진은 시장 반찬 가게의 딸이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한다. 부유한 환경임에도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 혜림은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어학연수를 떠난 필리핀에서 이진은 세상을 등진 혜림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깊이 숨은, 자유롭게 달리고 싶은 욕망과 마주한다.

 

벼랑

난주는 열심히 일하고도 가난한, 딸의 아르바이트비마저 살림에 보태길 원하는 부모가 싫다.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남자 친구 규완과 데이트하는 것만이 난주의 유일한 행복이다. 난주는 알바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가 해결해 줄 거라고 믿지만 야멸차게 거절당한다. 난주는 세상 어디에도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존재가 없다고 느낀다.

 

생 레미에서, 희수

엄마의 계획에 따라 입시 미술을 시작한 현우와 달리 희수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자유로운 삶을 산다. 현우는 자신과 다른 희수가 좋다. 하지만 희수의 현실을 알고 나서 자신 역시 소문으로 포장된 희수를 좋아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현우가 어찌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는 사이, 희수는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프랑스로 떠난다.

 

늑대거북의 사랑

민재는 투병하는 엄마를 위해 공부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중학교 때 과외 선생님에게 늑대거북 울프를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동안 행방을 몰랐던 울프는 시골 선생님 댁에서 늠름하게 자라고 있었다. 민재는 울프를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기 없이도 잘 자란 울프와 엄마 사이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고민한다.

 

바다 위의 집

은조처럼 살 수 있는 학생들이 있을까? 은조와 같은 생각을 한다해도 은조의 엄마처럼 은조를 지지해줄 수 있을까? 책을 읽는내내 은조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은조 엄마에게 마음이 더 기울었다. 그렇지. 엄마라면, 내 아이가 자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 자신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지만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선택을 온전히 믿고 지지해줄 수 없는거겠지.

내일은 오늘이 있어야 오는 거잖아. 그러니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건 우리의 의무야.

하지만 우리는 부모이기에 불안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은조를 보며 은조를 믿어보는 거겠지.

나도 불안하지만 내 아이를 믿어보는 것처럼.

 

초록빛 말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진이는 은조는 다르다.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은 은조가 아닌 이진과 가까웠다. 개인 과외를 받던 친구를 질투했고 개인 과외를 시켜주지 못하는 부모를 원망했으며 작은 성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굴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고 싶었으나 성적은 내 마음처럼 오르지 않았다. 잘하는 친구를 질투하고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며 그 사이에서 내 마음은 참 괴로웠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뭘 할 수 없었다. 나는 알렉산더의 낡은 담요 같던 갈색 털이 싱그럽고 윤기 도는 초록빛으로 변해 가는 걸 느꼈다. 알렉산더는 검은 갈기를 휘날리며 호수 위를 들판인 듯 달려가고 있었다. 히힝 하고 말이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그 초록빛 말을 가슴에 담았다.

그래도 이진이는 재스민 가족을 만나(물론 만나게 된 계기는 좋지 않았지만) 좀 달라지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은 나와 달리 이진이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벼랑

야단칠 때는 줄지어 있던 어른들이 도움을 청하려고 둘러보자 하나도 없었다.

난주가 가는 그 길들이 모두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았으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난주. 과연 이 아이의 미래는 있을까? 우리는 이 아이를 비난할 수 있을까?

 

생 레미에서, 희수

나는 남들 다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걸.

이미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희수가 나보다 나은 것 같았다. 나는 희수가 어른이 아니지만 어른보다 더 멋진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머리를 하고 파리에서 현우에게 편지를 쓰고 있을 희수가 생각나 흐뭇해졌다.

 

늑대거북의 사랑

울프를 데려간다고 해서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나도 엄마가 어떻게 하든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지는 않잖아.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 엄마는 엄마고, 민재는 민재니까.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서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 있으면 된다. 이미 민재와 엄마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 늑대거북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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