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날을 받아놓아 공부를 한답시고 도서관에 갔다. 머리를 식힐겸 잡지책 한권만 보자고 정기간행물실을 쭈욱 둘러보다가 참 별의별 간행물이 다 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간행물도 책인데 책제목치고 참 적나라하다. 책이란 자고로 껍질에서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증을 유발시켜야 할 터인데 그 점에서 본다면 영 땡이다. 보나마나 내용도 그와 관계된 후손들의 노닥거림일텐데 독자 한명이라도 보게 만들려면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제목에서부터 새벽종이 울리듯이 땡쳤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철강보' 라는 잡지였다. 철강산업과 관계된 잡지일 것 같았는데 내용은 보지 않았지만 '철'에서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우째 '철'과 '강'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보'라는 글자가 붙음으로써 외설스러우면...서 남세스러워졌다. 하여간 속으로 되뇌이니 변강쇠가 떠올랐는데 철,강,보를 다 아우르는 인물이라 그런 것 같다.
 머리를 식히는 휠 받아 책도 쫌 둘러보았는데 '착한여자는 살이 찐다' 라는 책을 발견했다. 아니, 이런 개같은 책이...(순간 확! 열부터 받았는데 아이고, 이런 피해의식... 생각이 들었지만 때는 늦었다) 착한 것도 서러운데 (미덕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착하다는 말은 둔하다 바보같다 곰같다 미련하다 등등의 좋지않은 뉘앙스로 자리잡고 있으며,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은 맞을 것이다) 살까지 찐다니. 착한 여자 두 번 죽이는 완전 잔인한 이론이다. 나 오늘은 바빠 껍질만 보고 가지만 언젠가 읽고 밟아 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보나마나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이럴땐 그래서 어쩌라규, 로 대처해야 할 터인데 화부터 낸 나, 이미 케이오패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이 책은 몹시 땡겼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고 방학을 기약했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다 보니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공부 한글자 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깊은 산 속 옹달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먹고 돌아간 토끼는 어떤 맘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