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하나의 예이지만 신춘문예의 심사 기준 중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그때 출품한 작품도 작품이지만 좀 서투르고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그 작가가 가진 앞으로의 패기, 기량에 손을 들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즉 떠오르는 태양의 강렬함 내지 신선함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어제 김연아 대신 러시아 선수에게 금을 쥐어 준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도 읽힌다. 물론 올림픽이 신인 발굴의 무대는 아니지만 피겨의 길을 면면히 이어나가며 발전의 발판으로 삼는 맥락에서는 신춘의 무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인 감상에 의하면 러시아 선수의 무대는 우아함은 몰라도 힘이 있었다. 어린 샛별의 당찬 파워는 김연아의 고별 무대와는 또 달랐다. 떠오르는 샛별의 강렬한 파워와 떠나는 태양의 찬란한 역사. 이 둘 중 내가 만약 심사위원이라도 앞으로 짊어질 이에게 힘을 실어 줄 것 같다.
인터넷을 보니 재심 청원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때까지 안겨준 김연아의 감동에 무언가로 보답하는 맘에서라도 고별의 자리에 금왕관을 씌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나도 이해가 되나 서명운동은 쫌 과하다 싶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김연아 선수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인터뷰의 내용과 경기를 끝낸 그녀의 눈빛이 그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텃세를 부린 심사제도를 걸고 넘어질 일이지만 이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따지고 들면 전세계 운동대회 뿌리깊은 썩어빠진 시스템의 결과일 것이다(여기에는 푸틴 대통령의 페이스북 사진으로 사리잡은 빅토르 안의 문제도 해당될 것이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페어'는 사라지고 '워' 만 남은 오늘날의 세계 스포츠계의 현실의 단면이며, 이 부분에서는 모두 반성할 일이지만 '반성'은 안하고 '극성' 만 있는 느낌이다.
하여간 어제 오늘 자다가 일어나 본 경기 감상이다. 인터넷이 너무 시끄러워 뒤에 와서 적는다. 이래 되면 난 또 매국노 되는거다.